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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스쿨링의 자유를 지켜라

홈스쿨링의 자유를 지켜라

자녀에게 가장 잘 맞는 교육 방식을 당국이 아니라 부모인 우리가 직접 선택할 권리 보존돼야
1993년 미국의 모든 주에서 부모가 유치원에서 대학까지의 모든 교육과정을 집에서 가르치는 홈스쿨링이 합법화됐다. / 사진:GETTY IMAGES BANK
학교에 가는 대신에 집에서 부모한테 교육을 받는 재택 교육을 홈스쿨링(homeschooling)이라고 한다. 학교 교육을 받지 않는다는 뜻에서 언스쿨링(un-Schooling)이라 불리기도 한다. 학교라는 제도가 일반화되면서 학교 교육과 부모의 양육의 역할이 분리됐지만 공교육의 획일적인 교육에 반대하는 부모들 사이에서 아이의 적성과 특성에 맞는 교육을 직접 가르치는 홈스쿨링이 확산되고 있다. 요즘 우리 같은 미국의 홈스쿨러들은 거의 아무런 어려움을 겪지 않고 그런 선택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초기에 그런 대안적인 교육 접근법을 믿고 실행한 사람들은 많은 어려움과 차별을 겪었다.

1977년 존 홀트가 홈스쿨링을 채택한 가족들을 서로 연결하고 격려하기 위한 최초의 뉴스레터 ‘학교 교육 없이 성장하기(Growing Without Schooling)’을 제작했을 때 우리 중 다수는 기저귀를 차고 있었을 것이다. 홀트는 학교 밖에서 능동적인 배움의 길을 찾는 ‘언스쿨링’ 운동의 창시자로 홈스쿨링과 대안 교육에 큰 영향을 미친 교육 개혁가였다. 그를 비롯한 여러 사회 개혁가들의 노력과 투쟁 덕분에 1993년 미국의 모든 주에서 부모가 유치원에서 대학까지의 모든 교육과정을 집에서 가르치는 것이 합법화됐다.

홈스쿨링이 완전히 합법화 되기 전엔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고 대안 교육의 길을 개척한 초기 홈스쿨링 부모들에게 대단한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그 당시엔 주변에 그런 사람들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나라면 과연 그런 용기를 낼 수 있었을지 궁금한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지금 미국엔 홈스쿨러가 약 200만 명에 이른다. 따라서 이제 홈스쿨링은 합법적인 대안 교육으로 자리 잡았다고 볼 수 있다. 홈스쿨러의 수가 많아지면서 다양성도 늘어나고 있다. 인종·계층·종교·민족·이념·철학이 다양한 가족들이 자신의 고유한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홈스쿨링을 선택하면서 그 폭이 계속 넓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홈스쿨링을 선택하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급속히 증가하는 추세다(흑인 학생은 학교에서 제도적인 차별을 받는다는 우려가 상당히 크게 작용하는 듯하다). 미국의 무슬림 사이에서도 홈스쿨링이 급속히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홈스쿨링이 널리 용인되고 미국의 다원적 사회를 좀 더 효과적으로 반영해가고 있기 때문에 자칫하면 우리가 자만에 빠지기 쉽다. 우리 대다수는 무단결석 감시자가 현관 초인종을 누르는 일을 더는 걱정하지 않는다. 또 홈스쿨링에 좀 더 관대한 동네로 이사해야 할지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지금 우리는 왜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느냐고 이상하게 보고 참견하려는 주변 사람들을 의식하지 않고 평일 오전에 자녀와 함께 야외에서 즐겁게 뛰어놀 수 있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아주 다양한 교육 접근법 중에서 우리 자녀에게 가장 잘 맞는 방식을 학교 당국이 아니라 부모인 우리가 직접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최근 들어서야 홈스쿨러들이 누릴 수 있는 대단한 특권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잊기 쉽다. 우리가 선택하는 대로 집에서 자녀를 교육할 수 있는 자유는 그냥 생긴 게 아니라 이전의 용감한 부모들이 고통을 겪으며 쟁취한 것이다. 그들의 선택과 투쟁 덕분에 지금 우리는 홈스쿨링을 어려움과 부담 없이 선택할 수 있다.

홈스쿨링 자유를 누리는 우리는 그 자유를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다. 우리가 선배들처럼 홈스쿨링 권리를 얻기 위해 투쟁할 필요는 없지만 그 자유를 지키기 위한 투쟁은 반드시 필요하다. 홈스쿨링이 주변부에서 주류로 이동함에 따라 지방 정부가 그 자유를 제한하고 규제과 감독을 강화하려고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캘리포니아 주에서 바로 그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한 가정집에서 부모에게 학대 당하고 쇠사슬에 묶인 채 발견된 13남매가 1년에 한 번 이상 샤워하지 못하고 심지어 화장실도 쓰지 못하도록 하는 등 극도로 잔혹하고 엽기적인 감금 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현지 검찰 조사에서 드러난 사건이 계기였다. 그 부부는 체포 당시 자택을 사립학교로 인가 받아 홈스쿨을 운영하고 있었다. 캘리포니아 주의 홈스쿨링 정책을 재검토하는 계기를 주었던 이 사건 이후 캘리포니아 민주당 호세 메디나 의원은 다른 두 민주당 의원들과 함께 주정부 차원의 ‘홈스쿨 규제 강화를 위한 법안’을 의회에 상정했다. 이 법안은 지자체가 등록된 홈스쿨들을 매년 엄격하게 검사하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또 주 교육감이 등록된 홈스쿨을 의무적으로 관리 감독하도록 촉구한다. 한마디로 홈스쿨링 가족을 규제하고 정부의 감시를 의무화하는 내용으로 홈스쿨링의 ‘개혁’을 지향한다. 메디나 의원은 “각 학생의 개별적인 필요성에 따라 다양한 학교 형태의 선택권을 부여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지만 주정부는 어린이가 안전한 학습환경에서 보호받을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런 엽기적인 사건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다. 홈스쿨링의 자유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홈스쿨링을 선택한 부모는 선배들의 투쟁을 계승함으로써 그들에게 감사를 표해야 한다. 학교 없이, 또 학교의 틀에 갇힌 사고 없이 인생을 살 수 있도록 정부의 규제로부터 홈스쿨링 자유를 지키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우리가 초기 선구자들처럼 홈스쿨링 자유를 쟁취할 수 있는 용기를 가졌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제 그 자유를 지키는 용기는 반드시 필요하다.

- 케리 맥도널드



※ [필자는 미국 매사추세츠 주 보든대학에서 경제학 학사 학위, 하버드대학에서 교육정책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케임브리지에서 남편과 함께 네 자녀를 홈스쿨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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