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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어나기 힘든 외로움의 악순환

벗어나기 힘든 외로움의 악순환

혼자라고 느끼면 단기적인 자기보존 본능 강해져 자신의 이익에 더 민감해지면서 고립 심화
외로움에 따른 자기중심적 행동이 고립을 심화시키고 그로써 더욱 자기중심적이 되는 악순환에 빠지면 외로움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 사진:GETTY IMAGES BANK
사람은 외로움을 느끼면 자기중심적이 된다. 그래야 자신을 위해 에서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과학자들은 설명한다. 이런 반응은 생존과 자기보존의 수단으로 나타났을 수 있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선 그런 반응이 외로움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자기중심적인 행동이 고립을 심화시키고 그것이 다시 더욱 자기중심적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초 학술지 성격·사회심리학 저널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시카고대학 연구팀은 자기중심적인 행동과 고립 사이의 피드백 루프를 발견했다. 논문의 주 저자 존 카시오포 교수는 “자기중심적이 될수록 사회적으로 고립된 느낌에 갇힐 위험이 크다”고 설명했다. 카시오포 교수는 10여 년 전 자기중심적 행동과 외로움 사이의 연관성을 처음 예측했다. 그는 외로움이 사회적 적응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 외로움에 따르는 고통으로 다른 사람과 교류하게 되고, 그런 성향이 인류 역사의 한 시점에서 집단 안전으로 이어졌다는 가설이다.

하지만 여기엔 부정적인 면도 있다. 연구팀은 “외로움은 다른 사람에게 접근하려는 동기를 증가시키는 동시에 단기적인 자기보존 본능도 강화한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라 다른 사람의 위협에 대한 경계심을 높이거나 자신의 이익과 복지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집단 소속이 제공하는 상호 지원과 보호가 없으면 사람은 자신의 이익과 복지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더욱 자기중심적이 된다는 뜻이다. 특히 현대사회에선 외로움에 대한 이런 단기적인 반응이 사회성 증진으로 이어지지 않고 오히려 고립을 심화시킬 수 있다. 카시오포 교수는 “고대엔 이 같은 진화적 적응 반응으로 인류가 생존할 수 있었겠지만 현대사회에선 그런 반응이 외로움에서 벗어나기를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람이 왜, 어떻게 외로워지는지를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전 연구는 외로움이 신체적·정신적 건강 문제를 일으킬 위험을 높여 조기 사망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이번 연구는 시카고 건강·노화·사회관계 조사의 일환으로 수집된 데이터 11년치를 검토했다. 여기엔 조사 시작 시점에 50~68세였던 229명의 정보가 포함됐다. 표본은 무작위로 선정됐고 민족·나이·성별·사회경제적 지위가 다양했다.

참가자들은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의 느낌에 대한 심리 설문에 답했고 자기중심적 수준을 측정하는 테스트를 받았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특정한 해의 자기중심적 수준이 그 다음 해의 외로움을 예측하는 데 사용될 수 있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카시오포의 이전 가설을 실제로 관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진화론적 모델을 뒷받침하는 동시에 외로움을 초래하는 다른 요인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을 줄 수 있다. 이제 연구자들은 사람을 더욱 외로워지도록 이끄는 피드백 시스템을 확인했기 때문에 그 순환을 중단시키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연구팀은 “외로움을 완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자기중심적 성향에 초점을 맞추면 오랫동안 외로움을 그대로 유지하거나 더 심화시키는 피드백 루프의 고리를 끊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 해너 오스본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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