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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으로 신약개발 기간 줄인다

인공지능으로 신약개발 기간 줄인다

초기 단계에서 기존 제약업계보다 최대 60%까지 시간 절약하고 에러 줄여 성공률 높여
신약개발의 전반적인 성공률은 여전히 5% 선으로 여전히 극히 낮다. / 사진:FREEIMAGES.COM
특히 지난 10년 사이 컴퓨터 기술이 폭발적으로 진화하면서 다양한 분야에 혜택을 가져다 줬다. 동시에 데이터도 그만큼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전 세계 데이터의 90%가 지난 20년 사이 쏟아져 나왔다. 우리 인간의 능력으로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을 크게 뛰어넘는다. 하지만 특정 데이터의 해석은 과학 발전에 대단히 중요하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이해할 수 있는 분석기법의 개발이 이런 매장된 지식을 이해하는 열쇠가 될 수 있다.

그런 과학 분야 중 하나가 제약업종이다. 새 분자를 찾아내는 과정부터 승인을 받아 시판되기까지 최근의 발전된 기술로도 15~20년이 걸린다. 게다가 신약개발의 전체적인 성공률은 5% 선으로 여전히 낮다. 그리고 신약 한 종 당 최대 20억 달러까지 비용이 들 수 있다.

그렇게 성공률이 낮아서는 지속 가능성이 떨어진다. 특히 제약업계가 블록버스터 신약에서 맞춤 약품 시대로 넘어가는 시점이다.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신약 후보 발굴의 성공률은 갈수록 떨어질 것이다. 제약업계에서 생명을 구하는 치료제를 계속 개발하도록 하려면 신약 발굴과정을 효율화하는 솔루션을 찾아야 한다.



인공지능이 신약개발과정에 어떻게 혁명을 일으킬까?


연구원이 읽는 논문 수는 연 평균 250~400건으로 추산된다. 현재 질병 발생과 관련해 방대한 양의 지식이 축적돼 있다. 세계적으로 5000만 건의 과학 논문이 발표됐으며 매달 수천 건씩 추가된다. 하지만 현존하는 각 생체지표에 관한 모든 정보를 일일이 분석하는 건 인간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

화합물을 최적화하고 개체와 체계화되지 않은 텍스트 간 수백만 건의 연관성으로부터 표적 선택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이 필요하다. 연구원들이 자기 전문분야 위주로만 공부해 다른 분야와 연관성을 찾을 가능성이 희박할 수도 있다. 전문분야 전반에 걸쳐 수많은 병리적·생리적 요인이 발견됐지만 연관성이 밝혀지지 않은 듯한 질병이 많다. 예컨대 알츠하이머병은 면역학·신경학 요인 간 상호작용의 결과로 간주된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힘으로 가능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정보를 분석해 알고리즘과 주석의 도움으로 체계화해서 연구원들이 데이터의 상관성을 찾아내고 흡수하고 연결 짓도록 도울 수 있다. 다양한 정보원으로부터 관련 정보를 체계화하는 과정을 통해 연구원들이 더 빨리 더 깊이 분석할 수 있다. 이런 정보를 통합함으로써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불가능했을 연관성을 찾아내게 된다.



이는 현실에서 무엇을 약속하나?


종종 많은 노력이 필요한 약물 표적 확인 과정 그리고 시험관 또는 나아가 임상시험으로 넘어가는 과정의 효율성이 향상된다. 초기 약품개발 단계에서 전통적인 제약업계 평균보다 60%까지 시간이 절약될 것으로 비네볼런트AI에선 예측했다.

개발과정 효율성 향상의 약속은 루게릭병(ALS, 근위축성측색경화증)의 치료제 개발에서 빛을 발했다. 사내에서 개발한 인공지능 플랫폼으로 논문과 요약 수백만 건에서 수십억 개의 문장과 단락을 분석해 그 데이터 내의 관계와 직접적인 연관성을 찾아낸 다음 ‘알려진 사실(known facts)’로 명명했다. 그 뒤 이 정보를 정리해 알려지지 않은 연관성을 찾아낼 수 있었다. 전문가 검증을 거쳐 인정받은 과학 논문에서 이전까지 찾아내지 못한 치료법을 개발했다.

루게릭병에 관한 기술 또는 과학적 노하우가 없었지만 비네볼런트AI의 기술은 한나절 만에 잠재적 치료법 리스트를 작성 한 뒤 과학자들이 그것을 분류하고 테스트했다. 한 주 뒤 가장 가능성 있는 루게릭병 치료제 5가지를 루게릭병에 관한 세계적인 권위기관인 셰필드첨단신경학 연구소(SITraN, 이하 시트랜)로 보냈다.

그들은 비네볼런트AI의 성과에 크게 놀랐다. 한 가지는 그들이 진행 중인 리서치와 일치했고 두 가지는 완전히 새로운 것이었다. 비네볼런트AI의 접촉이 없었다면 필시 모르고 넘어갔을 것이라고 훗날 털어놓았다. 비네볼런트AI와 시트랜은 공동으로 신약 후보를 개발하기로 했다. 지난해 5월 시트랜은 1년간 연구·테스트한 뒤 비네볼런트AI의 플랫폼이 제안한 치료제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다고 발표했다.

운동신경세포의 죽음을 막는 방법을 찾아내면 루게릭병을 치료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연구에 따르면 이 인공지능 플랫폼이 그 열쇠를 발견했을지 모른다. 혁신적인 발견, 사실상 의학에서 빅뱅의 순간이다. 인공지능이 인류의 종말을 초래하는 반유토피아적인 미래 대신 인류의 질병 치료에 활용되기 시작한 시점이다.



그 밖에 어떤 발전이 있을까?


인공지능 플랫폼은 당초 질병의 근본원인을 이해하고 치료법을 찾아내려 개발됐지만 다른 연구개발 과정에 이용될 수도 있다. 화학적 화합물의 특성을 예측하고, 합성하는 다른 보완적 화합물 수를 줄이고, 결과적으로 의약품화학자가 활용 가능한 ‘화학적 팰릿’을 풍성하게 하는 기능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게다가 이들 화합물의 부작용과 안전 문제를 확인하는 능력도 탁월하다.

연구·개발 단계를 뛰어넘어 다양한 데이터 집합에 접근·분석하는 인공지능의 능력은 임상시험 설계에서도 기회를 만들 수 있다. 임상시험은 어느 제약업체에나 오랜 시일이 걸리는 장기적인 과정이다. 상당히 많은 양의 정보를 분석한 뒤에야 임상시험에 착수할 수 있다. 따라서 인공지능은 치료법에 특정 환자가 어떻게 반응할지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주고 연구조직에 임상시험 대상 환자를 모집할 기회를 제공한다. 그 밖에도 인공지능은 의료 영상스캔 이미지의 분석시간을 단축하고 임상의의 작업량을 줄여주는 잠재력을 지닌다.



대체하지 않고 재활성화한다


인공지능은 신약개발 과정을 담당하는 연구원을 대체하기보다는 그들이 수집한 방대한 지식을 확대해 가면서 그것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신약개발과정에서 사람이 계속적으로 직면하는 난관으로 질병치료제 개발 속도에 제약이 따른다. 인공지능은 궁극적으로 이 과정 전반에 걸쳐 발생하는 시간과 에러를 줄여 성공률을 높인다. 인공지능은 인간기반 연구의 촉매 역할을 함으로써 임상시험으로부터 진단·치료에 이르는 수많은 단계에 걸쳐 건강의료를 진화시키는 혁신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 켄 멀배니



※ [필자는 비네볼런트AI 창업자 겸 회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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