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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학각색(各學各色)’ | 논란의 대입제도 개편 어디로? - 경제학] 노동시장 이중 선별구조에 적극 대응해야

[‘각학각색(各學各色)’ | 논란의 대입제도 개편 어디로? - 경제학] 노동시장 이중 선별구조에 적극 대응해야

입시와 학벌에 미래 좌우 … 선진국은 입시보다 입사에 초점 맞춰
우수한 인적자본 육성으로 우리 교육은 세계 여러 나라의 부러움과 찬사를 받아왔다. 지난 반세기 동안의 경제발전 과정을 돌이켜 보면, 우리 교육의 경쟁적 풍토 역시 ‘양질’의 산업역군을 대량으로 양산하는 데 기여해온 면이 크다. 하지만 과열된 입시경쟁, 학업 스트레스, 사교육비 부담 등으로 우리 국민들의 만족도는 매우 낮은 편이다. 더구나 입시 위주의 주입식 교육은 종합적 분석능력과 비판적·창의적 사고력의 배양을 어렵게 만들어 21세기 지식기반경제 및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합한 인재를 길러내는 데는 뚜렷한 한계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과열 입시경쟁의 이면에는 고착화된 대학서열 구조와 유수 대학 입학이 가져오는 이른바 ‘학벌’ 효과가 기저에 존재한다. 우리나라는 지난 수 십년 간 학력고사와 수학능력시험이라는 균일한 평가 잣대를 활용해 해당 연도 모든 수험생의 학업성취도 순위를 일괄적으로 배정해온 바 있다.

전국의 모든 수험생이 대학의 서열에 맞추어 상위권 대학(학과)부터 하위권 대학(학과)까지 순차적으로 배치돼 대학입학시험을 통한 인적자원의 선별효과(selection effects)가 극대화된 것이다. 출신대학에 대한 사회적 평판과 노동시장 내의 차별적 대우는 결국 대학입학시험에 따른 선별효과가 오랜 기간 축적된 결과물로 이해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직된 대학서열 구조는 다른 선진국의 대학체제와 뚜렷하게 구분된다. 호주와 독일 등 대부분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은 국가 주도의 평준화된 대학체제를 운영하고 있어 대학 간의 서열구조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영국과 미국 등 일부 영미권 국가들이 우리나라와 유사한 대학 간 서열구조를 지니고 있지만, 우리보다는 훨씬 완화된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대다수의 선진국에서는 노동시장 진입을 위한 경쟁이 ‘대학입시’라는 1차적 선별보다는 ‘입사단계’라는 2차적 선별에 집중된 양상이다. 학생과 학부모의 관심도 입시 준비보다는 미래 직업을 위한 자기역량 강화와 대학 과정을 통한 자기계발 노력에 좀 더 집중돼 있다.

우리 사회 내의 고질적 과잉 사교육과 학벌주의 행태는 대학입시 체제의 변별력과 직결된 문제다. 대학입시가 1차적 선별기능을 강하게 수행할수록, 출신대학의 평판이 노동시장에서 좀 더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는 것이다. 입시의 강한 변별력이 당장은 더욱 공정하고 합리적인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는 학벌의 영향력을 증대시켜 입시경쟁의 과열이라는 부작용을 낳고 출신대학에 따른 차별적 대우를 양산하게 된다.

동일한 능력에도 출신대학에 따라 노동시장 내의 대우가 크게 달라진다면 보다 좋은 학벌을 획득하기 위한 수험생들의 적극적 경쟁은 (각 개인의 입장에서는) 지극히 합리적인 투자라고 볼 수 있다. 정부가 아무리 입시 사교육과 선행학습 자제, 불필요한 재수 자제 등을 외치더라도 자녀의 미래를 생각하는 일반 학부모의 입장에서는 이를 마냥 따를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학벌사회의 부작용과 이에 따른 교육시스템의 왜곡 상황을 바로잡으려면 우리나라 노동시장 내의 ‘이중’ 선별구조에 대한 적극적 대처가 불가피하다. 노동시장에서의 선별과정이 ‘대학입시’라는 1차적 선별에 크게 집중된 양상을 개선하고, ‘입사단계’라는 2차적 선별을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바꿔 나가야 한다. 이는 입시체제의 개편, 대학서열 구조의 완화, 국민의 의식 개혁 및 기업의 채용문화 개선 등 다양한 차원에서의 다각적인 노력을 요구한다. 구체적으로는 정시에서의 총점식 경쟁이나 내신 산출시의 9등급 상대평가를 완화하는 등의 제도적 개편이 필요하다. 또 채용과 승진 등에서 능력중심 평가 관행을 정착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 김영철 교수는…대통령직속 국가교육회의 고등교육 발전전략 연구팀장, 교육부 고등교육혁신분과 정책자문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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