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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공간에 독립국가 건설한다?

우주 공간에 독립국가 건설한다?

국가수반 취임하고 정부 기구 갖췄다지만 ‘아스가르디아’가 정식 국가로 인정 받기는 쉽지 않을 듯
지난해 12월 아스가르디아 건설을 위해 발사된 기술 검증용 인공위성 아스가르디아-1호의 상상도. / 사진:ASGARDIA
사상 최초의 ‘우주 독립국가’ 아스가르디아에 초대 국가수반이 취임했다. 지난 6월 25일 오스트리아 빈의 호프부르크궁에서 세계 각지의 외교관, 과학자, 엔지니어, 법률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취임식이 성대하게 진행됐다.

아스가르디아는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신들의 세계 ‘아스가르드’에서 이름을 땄다. 아스가르디아의 초대 국가수반으로 선출된 이고르 아슈르베일리는 러시아 과학자 출신으로 우주국제연구소(AIRC)의 설립자이며 억만장자이자 자선사업가다. 유네스코 우주과학위원회 회장도 맡고 있는 그는 취임사에서 사상 최초의 우주 독립국가로서 야심 찬 목표를 제시했다. 특히 향후 25년 안에 저지구궤도에 유인 우주정거장을 띄우고 달에 정착촌을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는 국가로서의 모든 조직을 확립했다. 이제 아스가르디아의 건국을 선포한다.”

아스가르디아 프로젝트는 아슈르베일리와 여러 저명한 우주 전문가가 2016년 10월 시작했다. 목표는 ‘출신 국가나 국적, 나이, 성별, 인종을 따지지 않고 모든 사람이 동등하게 우주에 접근할 수 있는 지구 밖의 자유로운 독립국가를 세우는 것’이다.

현재의 우주조약(Outer Space Treaty)에 따르면 상업적 조직과 비영리 기구를 포함한 모든 우주 활동을 각국 정부가 승인하고 감독해야 한다. 아스가르디아 설립자들은 이 시스템이 부과하는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아슈르베일리는 “우주 접근권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국가가 통제할 수 없는 보편적 인권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구를 벗어나는 인간의 급속한 기술·과학적 팽창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선 지구근접 구역과 심우주 탐사를 위한 새로운 법률적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우리는 확고히 믿는다. 시대에 뒤진 현행 국제 우주법과 지정학 대신 이젠 보편적인 우주법과 우주정치가 필요하다.”

아스가르디아는 우주에 거주할 수 있는 플랫폼을 건설한다는 장기적인 프로젝트 외에도 여러 다른 목표를 갖고 있다. 우주를 평화롭게 사용하고 우주전쟁을 방지하며, 소행성과의 충돌 같은 우주의 위험으로부터 지구를 보호하고, 과학연구를 위한 플랫폼을 건설하는 것 등이 포함된다.궁극적으로 아스가르디아는 하나의 완전한 국가로서 유엔에 가입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아스가르디아 건국의 첫 번째 걸림돌은 ‘영토’다. 현행 국제법 아래서 국가를 이루려면 반드시 영토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스가르디아는 이를 우주 구조물로 대신할 계획이다. 국제우주정거장(ISS)과 같은 대형 인공위성을 중심으로, 소형 인공위성 여러 대를 무선으로 서로 연결하고, 필요할 때는 서로 도킹하는 식으로 우주공간에 영향력 있는 공간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아스가르디아는 러시아 과학자 이고르 아슈르베일리의 구상에서 시작됐다. / 사진:ASGARDIA
AIRC는 아스가르디아 건설을 위한 첫 번째 기술 검증용 인공위성 아스가르디아-1호를 지난해 12월 발사했다. 아스가르디아-1호는 초소형 위성으로 아스가르디아 국민의 사진 등 개인 데이터를 담았다. 아슈르베일리는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가 발사된 지 60년 만에 우리만의 위성이 새로운 우주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며 “이 위성은 우리 국민을 가상의 형태로 우주에 실어날랐다”고 자평했다.

일부 법률 전문가는 우주 구조물을 영토로 규정하는 아스가르디아의 주장에 의문을 제기했다. 아스가르디아는 독립국가로 인정 받지 못했기 때문에 우주조약에 따르면 그들의 우주 구조물이 영토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아스가르디아는 헌법과 국기, 국가를 채택했고, 독자적인 은행과 고유한 암호화폐 솔라(SOLAR)도 개발하는 중이다.

아스가르디아는 세계 각지에서 온라인으로 시민권 신청을 받는다. 지금까지 등록된 국민 수는 약 20만 명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들 전원을 우주로 이주시키는 것이 목표는 아니다. 아스가르디아는 의회 선거까지 실시했다. 그 선거에서 140명의 대표가 선출됐다. 현재 여러 정부 기관도 구성하는 중이다. 이 기관들은 아스가르디아의 운영에 필요한 각각의 분야를 담당할 것이다.

아슈르베일리는 취임식에서 아스가르디아의 인프라와 경제 구축과 관련된 세부 사항도 밝혔다. “아스가르디아는 지상 기반 시스템과는 전혀 다른 독립적인 인프라를 구축할 것이다. 아스가르디아 국민은 여권과 신용카드, 스마트폰을 통합한 기기를 휴대할 것이다. 저지구궤도 위성 네트워크가 전 세계의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다. 핵심 위성들은 고지구궤도에 위치하면서 아스가르디아 국민과 사업체에 완벽한 디지털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다. 아울러 지구상의 국적을 불문하고 모든 지구인이 우주 기술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그 외에 아슈르베일리는 우주에서 비롯되는 위협으로부터 지구를 보호하기 위해 우주 함대를 배치하는 계획, 아스가르디아가 다른 국가들로부터 국가로 인정받는 방법도 제시했다. “아스가르디아는 가능한 한 지구상의 많은 국가와 양자 협정으로 독립 우주국가로서 인정 받고 정부간 또는 비정부간의 국제기구에도 가입할 것이다.”

아스가르디아가 그 모든 목표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달성할지 현재로선 분명하지 않다. 계획이 아직은 초기 단계이기 때문이다. 확실한 것은 그 목표 달성에 천문학적인 규모의 자금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뜻대로 된다면 아슈르베일리는 아스가르디아가 인류의 미래를 위한 보호장치가 될 수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우주는 무한하며 우주 탐사는 호모 사피엔스에게 불멸의 종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줄 것이다.”

- 아리스토스 조지우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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