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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걸리면 판단이 흐려진다

돈이 걸리면 판단이 흐려진다

금전 인센티브가 클수록 정확한 결정 내리기보다 자신의 선택에 과도한 자신감 가지기 쉬워
사진:GETTY IMAGES BANK
자신감은 든든한 자산이기도 하지만 손해를 부르기도 한다. 또 자신감은 균형잡기가 어렵다. 개인적인 발전에 필수적이지만 과하면 실수나 오류를 인정하기 어렵다. 거기다 현금까지 더하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최근의 한 연구는 그런 측면을 탐구했다.

주어진 상황에서 우리가 하는 행동이나 말의 질적 수준을 정확히 평가하는 것은 삶의 여러 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주치의나 거래 증권사가 치료나 투자 종목을 자신 있게 추천하는지, 또 그런 자신감이 믿을 만한지 알고 싶어 한다. 자신을 포함해 우리가 조언을 구하는 모든 대상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가 내린 결정에 적정한 수준의 자신감을 부여하기는 상당히 어렵다. 그 결정이 올바른지 판단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학의 경제학 교수 마엘 레브레톤과 동료 연구자들은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한 논문에서 ‘우리는 옳음의 개연성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우리의 결정에 현금이 걸렸다면 그런 평가가 어떻게 달라질까? 레브레톤 교수팀은 자원자 104명에게 ‘가버 패치’를 사용해 여러 차례의 시각 테스트를 받게 했다. 가버 패치는 어둡고 밝은 줄무늬를 원하는 방향과 각도로 만들어낸 패턴으로 주로 인식에 관한 실험에 사용된다. 각 테스트에서 참가자는 두 개의 이미지 중 어느 쪽이 더 극명한 흑백의 대조를 이루는지 판단했다. 그 다음 그 답을 얼마나 확신하는지 스스로 평가했다(50~100% 사이에서 비율을 정하도록 했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에게 답변의 정확도에 따라 상금을 받을 수 있다고 사전에 일러줬다.

상금이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 일부의 경우 상금을 잃을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옳은 답변과 틀린 답변을 더 잘 구분했다. 그러나 확신에 찬 참가자들은 상금 때문에 자신의 답변을 더욱 장담했다. 레브레톤 교수는 “상금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은 전반적인 자신감을 증폭시킨 반면 상금을 못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은 자신감을 위축시켰다”고 연구 결과를 설명했다. 자신의 답이 옳다고 확신하는 사람에겐 상금에 대한 기대가 그런 편견을 몇 배나 더 증폭시켰다.

이 연구에 관여하지 않은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의 심리학자 토마스 폴크 교수는 이 실험에서 제시된 인센티브가 10센트에서 10달러 정도로 대단하지 않았기 때문에 극적인 시나리오를 추론하기는 무리라고 지적했다. 또 답변의 정확도가 높아진 것이 상금을 잃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사람들의 추측이 더 예리해진 것인지 아니면 자심감이 떨어져 더 꼼꼼해 따져본 것인지도 불확실하다.

그러나 이번 연구 결과는 현금 인센티브를 사용하는 최선의 방법에 관한 의문을 제기한다. 예를 들어 투자 전문가에게 정확한 결정에 따른 거액의 보너스를 제공하는 것은 “역설적으로 지나치게 확신하는 판단을 내리도록 만들 수 있다”고 레브레톤 교수는 말했다. 아울러 이번 연구 결과는 우리의 일상적인 판단이 얼마나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는지도 잘 보여준다. 레브레톤 교수는 “수많은 생리적·심리적 요인이 우리 생각을 편향시킨다”고 설명했다. 돈과 주변 환경, 교육은 그런 요인 중 일부에 불과하다. “우리의 의사결정은 일반적으로 합리성과는 거리가 아주 멀다.”

- 제시카 웨프너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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