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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불법이민자의 비애

미국 불법이민자의 비애

지난 4월과 5월 미국 연방정부 관리들은 남쪽 국경을 넘어 밀입국하다가 체포된 불법이민 가족의 어린이 약 2000명을 부모와 격리시켰다. 그 어린이들은 텍사스 주의 수용소에서 자신의 운명이 어떻게 결정될지 기다렸다. 이와 관련해 제기되는 우려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와의 분리가 그런 어린이들에게 안겨주는 정신적 외상이다. 다음의 수치가 보여주듯이 그 어린이들과 부모 양측 모두의 정신건강에 관해 우리가 우려해야 할 이유가 충분하다.
 “부모와 떼어 놓으면 정신적 외상 입는다” - 밀입국자 가족의 부모-자녀 분리 정책, 우울증·불안장애 등 부작용 너무 커
국경에서 체포된 밀입국자 중 어린이들이 부모와 분리돼 미국 텍사스주 맥앨런의 시설에 수용됐다. / 사진:AP-NEWSIS
오랫동안 인도주의 활동을 해온 폴 스피겔 박사는 현재 존스홉킨스대학 블룸버그 공중보건대학원 산하 인도주의 건강센터 소장을 맡아 전 세계의 수많은 위기에서 구호와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현재 미국 정부가 밀입국자의 자녀와 부모를 강제 분리해 임시 수용하고 있는 문제와 관련해 그런 분리가 잠시라고 해도 어린이에게 어떤 영향 미칠 수 있는지 스피겔 박사의 견해를 들어봤다.



그런 격리가 정신건강에 영향을 준다는 증거가 있는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카이저 퍼머넌트 연구소가 1995~1997년 실시한 대규모 조사인 ‘부정적인 어린시절 경험(ACE)’ 연구가 이와 관련한 데이터를 충분히 제공한다. 그 연구에 따르면 정신적 외상을 가져오는 부모의 이혼이나 부모로부터의 격리, 위탁가정 전입, 성적·신체적 학대 같은 사건은 어린이에게 아주 나쁜 영향을 미친다. 게다가 그런 영향은 소멸되지 않고 계속 축적된다.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정신적 외상은 장기적으로 어린이의 뇌 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어린이의 뇌는 완전히 발육한 상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독성 스트레스는 뇌를 지속적인 ‘투쟁이냐 도피냐’의 상황에 처하게 한다. 즉각적인 위험에 대처하는 우리 뇌의 중요한 반응이지만 몇 주 동안 하루 24시간 그런 상태에 있으면 과부하가 걸린다.



그런 변화가 어린이에게 어떤 문제로 나타나는가?


학습에 어려움이 있는 어린이에겐 문제가 더 심해질 수 있다. 일부는 약물 남용과 우울증,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 더 취약해진다. 정신건강 문제에 유전적으로 취약한 어린이에겐 이런 사건이 증상을 심화시킬 수 있다. ACE 연구에 따르면 정신적 외상을 반복 경험하는 어린이들 사이에서 당뇨와 심장병, 심지어 조기 사망이 증가했다.



아이들을 부모와 신속히 합치게 하면 그런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가?


아이들이 어떤 처우를 받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물론 분리 기간을 최소화하면 더 낫지만 이미 가해진 피해를 되돌릴 순 없다.



그런 장기적인 부작용을 막는 데 도움이 되는 방법은 없는가?


당연하지만 애초에 그런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 가장 좋다. 그러나 만약 어린이가 부모와 분리된다면 아주 편안한 분위기에서 지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부모나 보호자와 대화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연방 보건 당국이 개입할 수 있나?


미국 보건복지부가 이런 격리의 피해를 다뤄야 할 것이다. 보건복지부 산하의 난민정착사무소(ORR)는 이미 가정이나 위탁 시설을 찾아야 하는 미성년자 약 1만 명을 보호하고 있다. 이제 그들은 이번 격리된 어린이 2000명까지 맡아야 한다. 미국 소아과학회(AAP)는 이런 격리가 어린이 학대와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을 세계적인 맥락에서 파악한다면?


내가 아는 한 난민 가족과 어린이를 격리하는 유일한 나라가 미국이다. 물론 라이베리아의 경우와는 다르다. 그곳에선 어린이가 소년병이 되고 마약과 살인 등의 끔찍한 행동을 하도록 강요 받는다. 이처럼 세계 여러 곳에서 어린이에게 더 나쁜 일이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정부도 법적 근거 없이 자의적으로 어린이에게 정신적 외상을 줄 수 있는 행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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