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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생태계의 가격조작

비트코인 생태계의 가격조작

암호화폐 거래의 투명성 부족으로 사기 적발하기가 어려워지자 미국 법무부가 단속의 칼 뽑아 들었다
지난 6월 하순 해킹 피해를 발표한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 / 사진:AHN YOUNG-JOON-AP-NEWSIS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의 인기상승은 상당부분 정부나 다른 제3자의 감독 없이 사고 팔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이면의 문제도 있다. 주식이나 채권 같은 다른 자산 시장과 달리 가격조작과 사기를 적발하기가 훨씬 어렵다는 점이다.

그러나 바로 그런 점 때문에 미국 법무부가 칼을 뽑아 드는 듯하다. 지난 5월 암호화폐 시장에서 가격조작이 있었는지를 조사하는 범죄수사에 착수했다. 어느 기간이 수사 대상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지난해 말~올해 초에 있었던 급등락에 초점을 맞추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불법 암호화폐 거래는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컨대 한때 세계 7대 디지털 코인이었던 비트커넥트 시세가 지난 1월 몇 시간 만에 폭락해 투자자들에게 수억 달러의 손실을 입히면서 합법적인 암호화폐에 대한 신뢰를 잠식했다.

우리는 지난 7년 동안 디지털 통화를 조사해 왔다. 올해 초 통화경제학 저널에 발표된 우리의 최근 논문에서 지난 2013~2014년 수개월에 걸쳐 시세가 급등락했을 때 사기 행위의 증거가 드러났다.

이런 불법행위 퇴치·예방의 실패가 디지털 통화에 대한 신뢰를 갉아먹을까?
 암호화폐 사기가 중요한 문제인 이유
첫째 디지털 통화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예컨대 암호화폐의 전체 시가총액은 약 3500억 달러다. 100조 달러에 육박하는 글로벌 주식시장에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규모다.

하지만 암호화폐는 2014년 1월 불과 140억 달러에서 시작해 극히 짧은 기간에 시세가 급등했다. 그리고 2009년 비트코인이 최초의 디지털 통화로 첫 선을 보인 이후 수백 종이 출현해 현재 800여종이 거래되고 있다.

암호화폐는 이론상 재화와 용역 구매에 사용될 수 있지만(어쨌든 통화로 불린다) 먼저 판매자와 소비자를 다수 끌어 모아야 하는데 아직은 그런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 현재 암호화폐가 주로 시간이 지난 뒤 가치가 상승하기를 기대하며 매수하는 주식과 채권 같은 금융자산으로 취급 받는 까닭이다.

그러나 통화와 달리 금융자산은 시세가 급등락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위험자산 경험이 많지 않은 투자자들의 암호화폐 시장 참여가 갈수록 늘어나기 때문에 시세가 급변동할 때 그들이 위험에 처하게 된다.
 비트코인의 첫 롤러코스터 타기
2013년 비트코인 시세가 그렇게 급등락했다. 10월 150달러 선에서 12월에는 1000달러 이상으로 치솟았다가 몇 주 만에 절반 이상 주저 앉았다. 2014년 초에는 당시 선두 비트코인 거래소였던 마운트 곡스의 트레이더 여럿이 거래소에서 “수상한 움직임”을 목격했다며 여러 곳에 글을 올렸다.

우리는 ‘비트코인 생태계의 가격조작’이라는 보고서에서 이 수상한 거래 움직임을 검토했다.

2014년 초 마운트 곡스가 붕괴됐을 때 거래 기록이 유출됐기 때문에 그 데이터로 분석을 할 수 있었다. 덕분에 우리 같은 연구원들이 2011년 4월~2013년 11월 사이의 거래 대략 1800만 건을 훑어볼 수 있었다. 실제 이용자 신원정보는 아니지만 이들 데이터가 거래와 이용자 계정의 연관성을 말해줬다. 우리는 이 정보를 이용해 수상한 거래에 관여한 계정을 찾을 수 있었다.

우리는 그 데이터를 분석해 “익명”의 문서를 통해 알려진 내용을 상당 부분 확인했다. 우리는 논문의 부록에서 특히 두 가지 거래 메커니즘에 의심을 품어야 하는 이유를 깊이 파고들었다. ‘마커스 봇(Markus bot)’으로 알려진 첫째는 존재하지 않는 거래를 신고했다. 둘째 ‘윌리 봇(Willy bot)’은 마운트 곡스가 고객들로부터 비트코인을 매수했지만 고객 중 다수가 판매 수익을 계정에서 인출하지 못한 거래와 관련이 있었다.

마운트 곡스의 마크 카펄리스 전 CEO는 지난해 일본에서 열린 재판 중 거래소가 ‘윌리’ 계정을 운영했으며 거래가 자동적으로 이뤄졌음을 확인했다.

이들 봇의 거래 활동으로 마운트 곡스뿐 아니라 기타 거래소에서 매매가 크게 증가했다. 결과적으로 봇들이 활동할 때 가격이 상승했다.

우리는 이것이 지난해 말께 발생한 비트코인 가격의 대규모 급등락 이후 미국 법무부가 조사할 가능성이 큰 수상한 거래의 한 가지 유형이라고 본다.
 또 다른 시세 변동에 대한 조사
2013~2014년 수개월에 걸쳐 비트코인 시세가 급등락했을 때 사기 행위의 증거가 드러났다. / 사진:KIN CHEUNG-AP-NEWSIS
지난해는 암호화폐에는 최고의 해였다. 특히 비트코인 시세는 2016년 말 1000달러에서 지난 해 12월 1만 9000달러를 돌파해 절정에 달했다.

그러나 진짜 급상승은 11월에 있었다. 한 달도 안 되는 사이 시세가 3배로 뛰었다. 그러나 지난 2월 비트코인 시세가 7000달러로 급락하면서 한바탕의 꿈으로 끝났다.

텍사스대학 존 M. 그리핀, 아민 샴스 교수는 지난 6월 발표한 사회과학연구네트워크(SSRN) 조사보고서에서 지난해 비트코인 시세 폭등의 절반 이상이 가격조작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결론 지었다. SSRN은 사회과학 분야 학술논문 데이터베이스다. 그들은 비트피넥스 거래소에서의 비트코인 유출입 흐름에 초점을 맞췄다(뉴욕타임스의 한 기사에 따르면 비트피넥스는 업계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규제가 적은 거래소로 손꼽혔다).

비트코인 외에 거래량이 훨씬 적은 디지털 통화에선 가격조작의 소지가 훨씬 크다.
 암호화폐의 전망
증권거래위원회 로버트 잭슨 위원장은 지난 4월 암호화폐를 공개하는 디지털 코인 공모 시장에 관해 “투자자들이 투자와 사기를 구별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평했다.

다우존스와 나스닥 같은 증시에서 엄격한 규제 아래 매매되는 주식·채권 같은 자산과 달리 암호화폐의 경우 개인의 거래 패턴이 충분히 투명하지 않다는 점에서 오늘날 투자자와 시장 관계자들이 가격조작을 감지하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 우리 조사에선 마운트 곡스의 붕괴 이후 내부 거래 데이터가 공개되는 행운이 따랐다. 그 뒤론 그런 행운이 따라주지 않는다.

핵심적인 교훈은 암호화폐 시장 규제당국과 거래 플랫폼 간에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대형 거래 주체의 거래 행위에 관한 정보 공개를 거래소에 의무화하는 방법도 있다. 이렇게 하면 이뤄지는 거래가 합법적이고 실제 매매를 반영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이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암호화폐가 신뢰를 잃는 결과가 초래될 가능성이 크다.

- 닐 갠들, 타일러 무어

※ [닐 갠들은 이스라엘 텔아비브대학 경제학과 교수이며 타일러 무어는 미국 털사 대학 컴퓨터 학과 조교수다. 이 기사는 온라인 매체 컨버세이션에 먼저 실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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