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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의 ‘형제 감독’ 클럽

할리우드의 ‘형제 감독’ 클럽

1984년 코언 형제가 원조 … 비디오 카메라 보편화로 홈무비 제작 기회 많아지면서 특이한 추세 이뤄
1984년 성탄절 아침. 여덟 살과 열 살짜리 형제가 커다란 선물 상자의 포장지를 급히 뜯어냈다. 그 속에 뭐가 들었을까? 비디오 카메라와 VHS 플레이어 데크였다. 그때부터 그 형제는 매주 주말이면 집에서 ‘아마추어 영화’를 만들었다. 처음엔 ‘람보’ ‘매드 맥스2’ 같은 좋아하는 영화를 어설프게 모방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그들은 서서히 독자적인 목소리를 찾기 시작했다.

누구 얘기일까? 지난 6월 22일 미국에서 개봉된 ‘댐즐’(음울한 풍자 서부극으로 로버트 패틴슨과 미아 와시코브스카가 주연을 맡았다)을 만든 데이비드와 네이선 젤너다. 하지만 반드시 젤너 형제만의 이야기라고 할 순 없다. 지난 10년 동안 형제(그리고 자매)가 감독한 영화가 대거 개봉됐다. 마크와 제이 듀플래스(‘안전은 보장할 수 없음’ ‘더 원 아이 러브’), 앤서니와 조 루소(‘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맷과 로스 더퍼(‘기묘한 이야기’), 존과 드루 도들(‘웨이코’) 등등.

형제가 팀을 이룬 할리우드의 추세는 1984년 조엘과 이선 코언이 ‘블러드 심플’을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데이비드 젤너는 “그들의 작품을 보면서 ‘그래, 우리도 할 수 있겠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형제 감독들은 약간은 주류에서 벗어난 영화를 만드는 경향을 띠었다. 이 역시 코언 형제의 영향인 듯하다. 제이 듀플래스는 코언 형제가 만든 ‘아리조나 유괴사건’을 두고 “내가 본 영화 중에서 가장 많은 영감을 얻은 작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두 번째 형제 감독이 할리우드에 등장하기까지 그로부터 15년이 걸렸다. 1999년 ‘매트릭스’를 발표한 래리와 앤디 워쇼스키 형제(지금은 둘 다 성전환으로 라나와 릴리 워쇼스키 자매가 됐다)였다. 그러면서 할리우드에 형제 감독의 작품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젤너 형제는 비디오 카메라의 보편화와 그에 따른 영화 ‘DIY’(집에서 자신이 직접 만든다는 뜻) 추세의 영향이 컸다고 말했다. 그런 요인은 영화제작 기술을 평생 연마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그들 대다수는 대학에서 영화를 공부했다. 예를 들어 데이비드 젤너는 텍사스대학(오스틴)에서 마크 듀플래스를 알게 됐다.

흔히 짐작하듯이 사수는 형, 부사수는 동생이 맡았다. 음양의 이치로 풀자면 형이 기가 성한 ‘양’이라면 동생은 사색적인 ‘음’에 해당한다. 예를 들어 젤너 형제는 ‘댐즐’의 공동 감독으로 타이틀에 나오지만 데이비드가 대본과 주된 감독을 맡은 반면 네이선은 기술적인 면과 예산·행정에 치중했다.

이런 신세대 형제는 연기도 함께하는 경향을 띤다. 이 역시 홈무비의 영향이라고 볼 수 있다. ‘댐즐’에서 젤너 형제 중 데이비드는 정신 나간 목사 역을, 네이선은 와시코브스카의 시동생 역을 맡아 연기했다. 네이선은 “어린 시절 우리 둘이서 영화를 만들며 놀던 때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한 명은 카메라 앞에 자리 잡고, 다른 한 명은 녹화 버튼을 누르고 삼각대 앞으로 뛰어가 함께 연기하곤 했다.”

할리우드에 공식적인 ‘형제 감독 클럽’은 없다. 하지만 네이선 젤너는 “영화제에 가면 우린 자연스럽게 함께 어울린다”고 말했다. “의식하지 않아도 형제 감독들이 서로 만나면 바로 뭔가 통하는 느낌이 온다.”
 코언 형제 | 조엘(63), 이선(60)


출신: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히트작:
‘아리조나 유괴 사건’(1987), ‘파고’(1996), ‘위대한 레보스키’(1998),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2007), ‘더 브레이브’(2010)



특징:
폭력적이고 암울하며 위트 넘치는 스릴러(‘파고’). 속도감 있고 정신 나간 듯한 코미디(‘아리조나 유괴 사건’).



수상:
‘파고’로 아카데미 각본상,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로 아카데미 각색상·감독상·작품상을 받았다. 아카데미상 후보에는 총 15번 지명됐다.



선호하는 컬래버레이터:
스티브 부세미, 존 굿맨, 조지 클루니, 프란시스 맥도맨드(조엘 코언과 결혼했다).
 듀플래스 형제 | 제이(45), 마크(41)


출신: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



히트작:
‘사이러스’(2010)가 990만 달러의 흥행수입을 올렸지만 그들은 수익성보다 영향력이 더 크다.



특징:
스마트하고 사려 깊은 저비용 로맨틱 코미디(예를 들면 2005년작 ‘퍼피 체어’). 독자적인 인디 프로덕션 제국을 거느린다. 형제가 함께 일하는 것에 관한 회고록 ‘라이크 브러더스(Like Brothers)’를 펴냈다.



수상:
첫 영화 ‘퍼피 체어’로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 관객상을 받았다.



연기:
동생 마크는 여러 영화와 TV 드라마에 출연했다. 제이는 아마존 드라마 시리즈 ‘트랜스페어런트’에서 연기로 데뷔했다.



선호하는 컬래버레이터:
스티브 지시스(‘투게더니스’ ‘두-데카-팬타트론’)
 루소 형제 | 앤서니(48), 조(46)


출신: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히트작: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2014),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2016),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2018)



특징:
다섯 번째 작품인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서 A급 스타를 대거 동원해 전 세계에서 10억 달러 이상의 흥행수입을 올림으로써 형제 감독 중 기록을 세웠다.



수상:
TV 코미디 시리즈 ‘못말리는 패밀리’로 에미상을 받았다.



연기:
조 루소는 연기할 때 ‘고지 아그보’라는 이름을 사용한다. 그는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와 ‘유, 미 앤 듀프리’(2006)에서 작은 역할을 맡았다.



선호하는 컬래버레이터:
크리스 에번스(‘캡틴 아메리카’)
 젤너 형제 | 데이비드(44), 네이선(42)


출신:
미국 콜로라도주 그릴리



히트작:
‘쿠미코, 보물 찾는 여인’(2014)



특징:
매력적이면서도 침울한 괴벽. 비평가 조너선 롬니는 영국 신문 가디언에 ‘언젠가 코언 형제가 그들에게서 영감을 받아 영화를 만들 것’이라고 평했다.



수상:
‘쿠미코, 보물 찾는 여인’으로 여러 영화제에서 상을 받았다.



연기:
데이비드는 34편, 네이선은 26편에 출연했다.



선호하는 컬래버레이터:
텍사스주 오스틴을 기반으로 하는 인디 록 밴드 ‘옥토퍼스 프로젝트’.
 도들 형제 | 존 에릭(45), 드루(43)


출신: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히트작:
패러마운트 네트워크의 6부작 시리즈 ‘웨이코’(2018).



특징:
지하실에서 발견된 고문·살인 테이프를 바탕으로 연쇄살인마를 추적한다는 내용의 저예산 페이크 다큐멘터리 공포물 ‘더 포킵시테입스’.



수상:
‘드라이 스펠’로 2005년 슬램댄스 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 후보작으로 지명됐다.



선호하는 컬래버레이터:
마이클 섀넌(‘웨이코’)
 워쇼스키 자매 | 라나(52), 릴리(50)


출신: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히트작:
‘매트릭스’ 3부작(1999~2003). 그중 ‘매트릭스2 : 리로디드’는 R등급 영화 중 10년 이상 최고의 흥행수입을 기록했다.



특징:
극단적으로 시간을 재구성해 날아오는 총알을 볼 수 있을 만큼 느린 슬로모션으로 구현하는 특수 시각효과 ‘불릿 타임’ 기법을 적용해 미국 공상과학(SF) 액션 영화의 혁명을 주도했다. 홍콩 영화의 영향을 받은 무술 안무, 연쇄적인 멀티파트 플롯, 트랜스젠더로 커밍아웃 등.



선호하는 컬래버레이터:
키아누 리브스, 제임스 다시(‘클라우드 아틀라스’ ‘주피터 어센딩’). 그 외에 모든 프로젝트에 가족처럼 친밀한 동일 제작진을 동원한다.
 더퍼 형제 | 맷(34), 로스(34)


출신: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더럼



히트작:
넷플릭스 시리즈 ‘기묘한 이야기’(2016~)



특징:
‘구니스’ 등 1980년대 주류 대중문화에서 영감을 받아 작품을 만든다. 촬영장에서의 언어 폭력으로 여러 차례 비난 받았고 최근엔 표절 소송을 당했다.



연기:
경력 없음.



수상:
에미상 후보로 3차례 지명 받았지만 실제로 상을 받은 적은 없다.

- 애나 멘타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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