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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 수 늘리려면 헐렁한 팬티 입어라

정자 수 늘리려면 헐렁한 팬티 입어라

사각 입는 그룹은 꽉 끼는 속옷 입는 그룹에 비해 정액의 정자 농도가 약 25%, 양이 17% 높은 것으로 나타나
리디아 민구에스-알라르콘 연구원은 “이번 연구에서 꽉 끼는 팬티를 입는 남성의 정자 수가 적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 사진:GETTY IMAGES BANK
헐렁한 사각팬티를 입으면 정자 수가 많아질 수 있다. 그러나 너무 꽉 끼는 삼각팬티를 입으면 그 반대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미국 하버드대학 연구팀이 학술지 휴먼 리프로덕션에 발표한 내용이다.

이전의 과학적 증거는 음낭의 온도가 높아지면 정자 생산능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시사했다. 고환의 정자 생산은 온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복부의 외부에 있는 구조에서 알 수 있듯이 체온보다 낮은 온도에서 생산이 보다 활발하다. 그래서 너무 조이는 속옷을 입으면 고환이 복부에 가까워져 온도가 올라가고 이 때문에 정자 생산에 좋지 않으리라는 기존 연구들이 있었다. 반면 그 영향이 미미하다는 반대되는 연구도 나왔다. 속옷 디자인이 정자 생산 능력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두고 논란이 많았다는 뜻이다.

그 점에 착안한 연구팀은 문제를 좀 더 확실히 정리하기 위해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불임치료센터를 다니는 커플 중 남성 656명(32~39세)을 대상으로 조사를 시작했다. 참가자들은 정액·혈액 샘플을 기증하고 지난 3개월 동안 가장 자주 입은 속옷의 종류를 포함한 여러 정보를 묻는 설문에 답했다. 팬티의 종류는 사각, 삼각, 기타에서 선택하도록 했다.

참가자 중 사각팬티를 입는다고 응답한 참가자는 53%로 나타났다. 그들 그룹은 삼각팬티 등 아랫도리가 꽉 끼는 속옷을 입는 그룹에 비해 정액의 정자 농도가 약 25% 높았고, 양이 17%가량 많았다. 아울러 그들 그룹의 정자는 활동성도 더 좋았다. 사각팬티를 입는 남성과 삼각 등 조이는 팬티를 입는 남성 사이에서 가장 큰 차이가 나타났다. 이 결과는 정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나이나 체중과 같은 다른 조건들을 통제한 상황에서 나왔다. 하지만 이밖에 연구팀이 통제하지 않은 다른 조건들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연구팀은 참가자 중 304명의 혈액 샘플도 채취해 남성의 호르몬 변화도 살폈다. 그 결과 타이트한 속옷을 입는 남성의 경우 난포자극호르몬(FSH)의 농도가 더 높은 것이 관찰됐다. 속옷의 선택에 따라 남성의 호르몬 생산이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뇌하수체에서 만들어지는 FSH는 정자 생산을 자극한다. 영국 셰필드대학 남성학 교수 앨런 페이시 박사(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꼭 끼는 팬티를 입은 남성의 몸은 고환이 정자를 더 많이 생산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FSH를 더 많이 분비한다고 뉴스위크에 설명했다.

하버드대학 T.H. 챈 공중보건대학원의 연구원으로 이번 논문의 저자인 리디아 민구에스-알라르콘은 “이번의 우리 연구에서 꽉 맞는 팬티를 입는 남성의 정자 수가 적다는 사실이 확인됐는데 그건 이전에 나온 여러 논문의 내용과 일치한다”고 말했다. 민구에스-알라르콘 연구원은 정자가 성장하는데는 약 90일이 걸리기 때문에 남성이 그 기간 이상으로 헐렁한 사각 팬티를 입으면 정자 수를 늘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생식내분비학 교수 채너 자야세나 박사(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뉴스위크에 남성의 생식력이 점진적으로 떨어지고 있지만 이유가 불확실하다며 현재로선 정자 수 증가를 위한 특별한 치료법이 없다고 말했다. “헐렁한 사각팬티를 입는 남성이 정자의 질이 더 좋으며 FSH 수준도 더 낮다는 것이 이번 연구에서 처음 밝혀졌다. FSH 수치가 낮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몸이 충분한 정자를 생산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생식에 문제가 있는 남성이 꽉 끼는 속옷을 피해야 한다는 통념을 이번 연구가 뒷받침해준다.”

그러나 이번 연구 결과에 중요한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고 보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미국 불임치료센터 셰이디 그로브 퍼실리티의 최고의학책임자(CMO) 에릭 A. 위드라 박사(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뉴스위크에 이렇게 말했다. “이번 연구가 사각팬티를 입는 남성과 삼각팬티를 입는 남성 사이의 정자 수와 호르몬 기능 차이를 보여주긴 하지만 양측 모두 정자 수와 호르몬 수치가 ‘정상’이라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그들 모두 얼마든지 아기를 가질 능력이 있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참가자들의 정자 수와 호르몬 수치는 모두 생식력이 있는 남성의 평균 수준에 들었다. 따라서 헐렁한 사각팬티를 입는 남성이나 꼭 끼는 삼각팬티를 입는 남성 사이에서 아기를 가질 수 있는 능력에 차이가 있다고 생각할 순 없다. 물론 정자 수가 평균 이하인 남성이 주로 삼각팬티를 입는 경우 헐렁한 사각팬티로 바꿔 입으면 약간 나아질 가능성은 있을지 모른다.”

미국 웨일코넬의과대학의 비뇨기과 교수 피터 N. 슐레겔 박사(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았다)도 참가자가 일반 대중이 아니라 전부 불임치료센터에 다니는 남성이었다는 사실에서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아랫도리에 꽉 끼는 속옷이 정자 생산 감소를 일으켰다는 사실이 확실치 않다. 하지만 두 연구 대상 그룹에서 특별히 혼동을 일으킬 만한 요인이 없다는 점은 그 효과가 사실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페이시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가 2012년 자신의 팀이 발표한 연구 결과를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당시 사각팬티를 입는 남성은 활발하게 움직이는 정자 수가 적을 가능성이 훨씬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2014년 발표된 추가 연구에서 우리는 속옷의 형태가 정자의 크기나 모양과는 상관없다는 사실을 보여줬는데 이번 연구에서도 그런 사실이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는 이번 연구가 무작위 대조시험(데이터 편차를 줄이기 위해 참가자를 무작위로 실험군과 대조군으로 나눠 결과를 비교하는 방법)이 아니었다고 단서를 붙였다. 남성의 속옷이 그의 생식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확증은 없다는 뜻이다.

그는 “아울러 이번 연구는 속옷이 불임의 주요 원인이라는 점을 시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서 생식력은 측정되지 않았다. 정자의 질과 생식력을 측정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하지만 헐렁한 사각팬티를 입는 것은 정자 수가 적은 남성이 그런 점을 개선하기 위해 시도해볼 만한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저렴하고 위험 부담 없이 라이프스타일을 바꿀 수 있다.”

- 캐슈미라 갠더 뉴스위크 기자

※ [뉴스위크 한국판 2018년 8월 27일자에 실린 기사를 전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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