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산업의 탄생(1) | 조선호텔] 일본 권력자 드나든 조선총독부 영빈관 역할
[호텔산업의 탄생(1) | 조선호텔] 일본 권력자 드나든 조선총독부 영빈관 역할
그리고 100여 년이 흐른 지금, 사람들은 더 이상 극중 고애신이 했던 “대체 부인네들이 이곳에서 무엇을 하는 것이오?”와 같은 질문은 하지 않는다. 호텔은 이미 단순한 여행객이 머무는 공간이 아니라 도시민이 휴식을 취하는 곳으로, 새로운 문화를 즐기는 곳으로 변모하고 있다. 호텔에서의 바캉스를 뜻하는 ‘호캉스’는 더 이상 신조어가 아니며, 여름 휴가철 도심의 호텔 수영장은 성황을 이룬다. 또 미술관을 방불케 하는 작품을 소장해 미술시장의 ‘큰 손’이 된 지도 오래다. 이런 경향을 반영해 최근 신세계조선호텔에서 론칭한 레스케이프 호텔의 김범수 총지배인은 ‘단순한 호텔이 아니라 분야별 최고 크리에이터들과 협업해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생기는 플랫폼으로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 글에서는 이런 호텔이 도입돼 변화·성장해온 과정을 살펴보려 한다.
우리나라의 최초의 호텔은 인천의 대불호텔이다. 대불호텔(大佛 Hotel)은 1880년대 이래 일본인 호리 큐타로(堀久太郞)가 운영했다. 침대 객실 11개, 다다미 객실 240개를 갖추고 있었다. 중국인 이타이(怡泰)가 운영한 스튜어드호텔(Steward’s Hotel), 오스트리아계 헝가리인 스타인벡(Joseph Steinbech)이 주인이었던 꼬레호텔(Hetel de Coree) 등이 개화기 조선을 방문한 사람들을 위한 숙박시설이었다.
1900년 무렵 서울에도 호텔이 들어섰다. 경운궁 인접 지역의 서울호텔(Seoul Hotel), 경운궁 대안문 앞의 팔레(프렌치)호텔(Palace Hotel)과 임페리얼호텔(Imperial Hotel), 그리고 서대문정거장 부근의 스테이션호텔(Station Hotel) 등이 개업했다. 이런 호텔들은 규모가 크지 않고 서양식 숙박시설 이상의 의미를 갖지는 못했다.
이와 달리 1896년을 전후한 시기에 영업을 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손탁호텔은 1902년 2층으로 된 서양식 벽돌건물을 신축해 궁내부의 프라이빗 호텔의 형태로 운영됐다. 이 호텔의 주인은 독일인 앙투아네트 손탁이었다. 1885년 러시아 공사를 따라 조선에 온 그녀는 탁월한 언어능력과 정치적 감각을 바탕으로 궁내부에서 외국인 접대업무를 맡으며 고종과 가깝게 지냈고, 건물을 하사받기도 했다. 그녀의 이력과 외국 공사관들이 있던 정동이라는 입지 덕분에 이 호텔에는 자연스럽게 주요 외국인이 많이 드나들었다. 조선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던 베델과 헐버트, 러·일전쟁 당시 특파원으로 조선에 왔던 처칠 수상, 그리고 을사늑약을 체결하기 위해 이토 히로부미가 머물기도 했다.
1909년 손탁호텔은 당시 프렌치(팔레)호텔의 주인 보에르(Boher)에게 팔렸다. 그 후 궁내부의 프라이빗 호텔에서 일반 호텔로 전환해 운영했다. 비슷한 시기에 일본식 여관도 서울에서 운영되기 시작했는데, 대표적인 것으로는 파성관(巴城館, 하죠칸)과 포미여관(浦尾旅館, 우라오여관) 등이 있다. 이 중에서는 1906년 개업한 경성호텔(또는 1911년 개업한 것)도 있었다.
조선호텔은 독일인 건축가 게오르그 데라란데가 설계를 담당했다. 많은 자재와 설비는 독일 등 외국에서 수입했다. 조선철도국 직영으로 건축됐으며, 운영에는 다롄 야마토 호텔(1907), 뤼순 야마토호텔(1908), 장춘 야마토호텔(1908), 펑텐 야마토호텔(1910) 등 만주에서 호텔을 운영하고 있던 남만주철도회사가 참여했다. 원구단 부지를 철거하고 건립된 조선호텔은 단순히 상업적 목적에 따라 건립된 호텔이 아니라 식민 지배의 상징으로 활용됐다. 1915년 물상공진회 방문 외국 귀빈 숙소를 비롯해 정무총감, 조선총독 등 식민지 정부의 주요 권력자들이 활발하게 사용하고, 업무회의나 각종행사를 진행하는 등 조선총독부의 영빈관 역할을 했다. 1921년에는 부대사업의 일환으로 용산에 골프장까지 운영했다.
민간부문의 이용객들이 점차 증가하게 됐는데, 조선상공회의소·조선광업회·조선의사회 등 민간 협회의 사용이 빈번해 1916년 5%였던 민간 행사가 1924년에는 38%까지 증가했다. 1922년에는 류인갑이라는 시골학교 교사가 조선호텔에 머물며 남대문통에 위치한 여러 상점에서 1500여원에 달하는 물건을 훔치고 호텔에 지내다가 체포된 사건이 있었다. 이로 미루어 일반인의 투숙도 증가했던 것을 알 수 있다. 이에 발맞춰 조선호텔은 1924년 로즈가든을 일반인에게 개방했고, 1926년에는 상류층을 상대로 한 기존의 영업방침을 변경해 500명을 수용하던 식당을 일반객실로 전환하고 중산층을 흡수하려는 노력을 해 경성여관조합으로부터 항의를 받기도 했다.
- 이진현 서울역사박물관 학예연구사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한국 유일의 포맷 수출 기업 ‘썸씽스페셜’이 특별한 이유
2엄주성 키움증권 대표 “주주환원율 30% 이상으로 밸류업 모범 실행”
3하나금융, 佛 크레디 아그리콜 CIB와 맞손…“유럽 금융시장 공략”
4한국거래소가 제2차 기업 밸류업 자문단 회의를 개최했다고 28일 밝혔다. 거래소는 이날 2차 회의에서 연구기관 등의 ‘기업가치 제고 계획 가이드라인’ 초안에 대해 중점적으로 논의하고, 상장법인 지원을 위한 의견이 제시됐다고 설명했다. 기업 밸류업 자문단은 지난달 기업 밸류업 지원 방안 구체화 과정에서 자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출범한 단체다. 자문단은 각 분야 전문가 12명으로 구성돼 있다. 기업 밸류업 자문단은 지난 7일 킥오프(Kick-off) 회의에 이어 이번에 제2차 회의를 진행하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거래소는 다음 주부터 예정된 상장법인 의견수렴을 포함해 다양한 시장 참가자들과의 소통 내용이 가이드라인에 반영되도록 추가로 검토할 예정이다. 조명현 자문단 위원장은 “밸류업 프로그램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한 자문단의 역할을 강조하고, 앞당겨진 가이드라인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세부 방안 확정에 박차를 가해달라”고 당부했다.
5제니 손잡은 ‘메종키츠네’, 신명품 시장 공략
6게임사 시총 1위 크래프톤, M&A로 성장 전략 마련할까
7‘3조 vs 1.5조’…쿠팡·알리 ‘쩐의 전쟁’ 승자는
8 日기시다 "북일 간 성과를 내는 관계 실현은 쌍방 이익에 합치"
9삼성 반도체 매출 세계 1→3위로 추락…인텔·엔비디아 선두로
실시간 뉴스
1한국 유일의 포맷 수출 기업 ‘썸씽스페셜’이 특별한 이유
2엄주성 키움증권 대표 “주주환원율 30% 이상으로 밸류업 모범 실행”
3하나금융, 佛 크레디 아그리콜 CIB와 맞손…“유럽 금융시장 공략”
4한국거래소가 제2차 기업 밸류업 자문단 회의를 개최했다고 28일 밝혔다. 거래소는 이날 2차 회의에서 연구기관 등의 ‘기업가치 제고 계획 가이드라인’ 초안에 대해 중점적으로 논의하고, 상장법인 지원을 위한 의견이 제시됐다고 설명했다. 기업 밸류업 자문단은 지난달 기업 밸류업 지원 방안 구체화 과정에서 자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출범한 단체다. 자문단은 각 분야 전문가 12명으로 구성돼 있다. 기업 밸류업 자문단은 지난 7일 킥오프(Kick-off) 회의에 이어 이번에 제2차 회의를 진행하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거래소는 다음 주부터 예정된 상장법인 의견수렴을 포함해 다양한 시장 참가자들과의 소통 내용이 가이드라인에 반영되도록 추가로 검토할 예정이다. 조명현 자문단 위원장은 “밸류업 프로그램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한 자문단의 역할을 강조하고, 앞당겨진 가이드라인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세부 방안 확정에 박차를 가해달라”고 당부했다.
5제니 손잡은 ‘메종키츠네’, 신명품 시장 공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