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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륜 IBCT 대표] 3세대 블록체인 뛰어 넘는다

[이정륜 IBCT 대표] 3세대 블록체인 뛰어 넘는다

이오스 문제점 해결책으로 이오스 크롬 제안…자본 집중과 생태계 독점 문제 풀어
사진:김현동 기자
현재 가장 많이 사용하는 블록체인 방식은 이오스다. 1세대 블록체인인 비트코인과 2세대 이더리움의 문제를 해결하며 나타난 3세대 블록체인이다. 이오스는 비트쉐어와 스팀잇의 개발자인 댄 레이머가 만들었다. 기존 블록체인이 해결하지 못한 속도 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한 덕에 ‘이더리움 킬러’라는 별명이 생길 정도였다. 하지만 이오스도 완벽한 블록체인은 아니었다. ‘블록체인 트렐레마’라는 문제가 떠올랐다.

블록체인의 세 가지 핵심 요소로 분산화(decentralization)· 보안성(security)·확장성(scalability)을 꼽는다. 문제는 이 세 가지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것이 현재로서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블록체인 트렐레마는 이더리움의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이 이를 설명하며 사용한 용어다.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암호화폐들이 사용하는 블록체인은 대부분 위의 세 꼭지점 중에서 하나 또는 최대 두 개까지 해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분산화와 보안성에 초점을 맞추고 개발을 시작했고, 사용자 수가 크게 늘어난 지금은 트랜잭션 처리 속도가 매우 느린 데에서 오는 확장성 문제를 겪고 있다. 그리고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나온 라이트닝 네트워크 같은 방법은 사실상 속도를 얻기 위해 일시적으로 보안성을 희생시키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블록체인 스타트업인 블록체인기술연구소(IBCT)는 블록체인 트렐레마에 대한 해법을 제시한 기업으로 꼽힌다. 이정륜 IBCT 대표는 “이오스가 안고 있는 자본의 집중화, 블록 프로듀서(BP) 중심의 생태계 독점 문제 등을 타파하고 나아가 블록체인 트릴레마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역량을 집중하며 메인넷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BP는 컴퓨터 리소스를 투자해 블록체인을 유지하는 디지털 정보교환인 트랜젝션을 돕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다. 해마다 이오스 코인 홀더들의 투표에 의해 선출되는데, BP 후보들은 더 많은 지지를 받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생태계에 기여해야 한다. 문제는 일부 대형 BP들의 영향력이 커지며 투표 기능이 제대로 작용하지 않기 시작한 점에 있다. 이 대표는 “BP 투표의 변별력 제공을 위한 BP와 댑(Dapp) 생태계의 결합을 위한 새로운 합의 알고리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댑은 블록체인에서 작동하는 프로그램이나 서비스를 말한다.
 블록체인 트렐레마 해법 제시
이 대표는 이오스의 몇 가지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오스의 합의 알고리즘에서는 이미 BP를 선정하는 투표 기능이 제대로 동작하지 않고 있다. 자산을 많이 가진 고래 투자자들이 영향력을 발휘해 BP 선정에 개입할 수 있다. 그는 “탈중앙화된 의사결정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시간 BP 정보를 제공하는 eos.dapptools에 따르면 2018년 7월 23일 기준 21번째 BP 와 22번째 BP의 투표율 차이는 0.01%포인트다. 현재 EOS 네트워크 내 BP 투표를 진행한 상위 10위 고래 투자자들이 전체 EOS 토큰 발행량의 5.66%를 보유하고 있는 것을 감안한다면 각 고래 투자자의 BP 투표 영향력은 매우 큰 것을 알 수 있다.

이오스 투표율이 60% 이상이 돼야 네트워크에 참여한 이들의 의견이 반영된다고 볼 수 있는데 실제 이오스 투표율은 현재 22% 수준이다. 투표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없기 때문에 투표에 참여할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다. 이오스의 저조한 투표율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 이유는 투표에 대한 대중의 낮은 접근성이다. 투표 등록 방식이 번거로워 접근이 까다롭다. 이 대표는 “투표 방식에 대한 접근성 문제는 좀 더 편리한 투표 시스템을 위한 UI나 UX의 개발을 통해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BP 투표를 주관하는 진행자의 자격도 생각해 봐야 한다. 투표 중재자는 원활한 투표를 위해 BP 후보 관련 정보를 대중에게 제공한다. 문제는 투표 중재자의 상당수가 후보라는 점이다. 국회의원 후보자가 직접 투표 창구를 운영하는 것과 비슷한 상황인 것이다.

이 대표는 소수의 코인 보유자가 BP 선출에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막기 위해 코인과 블록체인 서비스를 기능적으로 분리해야 한다고 본다. 이를 위해 이오스 크롬이 이오스 자본과 투표 기능을 분리하고 투표 참여 활동을 댑과 연동하는 서비스를 준비했다. 이오스 크롬은 두 가지 종류의 코인을 활용한다. 이오스 크롬 코인은 암호화폐 거래소에 등록돼 다른 암호화폐와 자유롭게 교환할 수 있는 거래 수단용 코인이다. 크로마이트 코인은 블록 생성자 투표와 투표 참여에 대한 보상으로 활용하는 코인이다.
 고래 투자자 견제 위해 코인과 기능 분리
이오스 크롬은 ‘번앤언(Burn & Earn) DPoS’이라는 합의 알고리즘을 사용한다. 블록 생성자 투표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크로마이트 코인을 소각해야 한다. 1개의 크로마이트 코인을 소각하면 30개의 블록 생성자에게 투표할 수 있다. 투표에 참여하면 소각한 크로마이트 갯수에 따라 새로운 댑 코인을 보상받는 방식이다. 이오스 크롬이 제시하는 방식은 이오스의 문제점을 보완했다고 설명하지만 코인 활용 방식이 다소 복잡해졌다. 투표에 참여하고 지급받는 댑 코인은 크롬 거래소에서 이오스 크롬으로 다시 교환한다. IBCT가 다른 블록체인 프로젝트에 새로운 합의 알고리즘의 가능성과 방향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댑 코인을 노드들의 활동에 대한 보상으로 제공하고 메인 코인과 교환하는 방식도 다양하게 적용될 수 있다. IBCT 홍콩의 박인배 지사장은 “한국은 블록체인을 키울 수 있는 여건이 잘 조성된 나라”라며 “아직 사업 초기 단계이지만, 한국 블록체인 인프라를 잘 살려서 세계에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IT 분야에서 15년 간 활동해왔다. 주요 정부 연구기관에서 일했고 송도 스마트시티 프로젝트에도 관여했다. 2016년 블록체인의 미래를 보고 사업을 시작했다. 기업 이름에 인스티튜드(학원)를 넣을 정도로 블록체인의 공공적인 면을 생각하고 있다. 기술 공유와 인재 양성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블록체인 사업을 암호화폐에 치중하다 보니 거품이 끼고 불안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생겼다”며 “돈으로만 보는 영역을 벗어나서,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데이터 영역으로 확장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조용탁 기자 ytc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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