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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학각색(各學各色)’ | 백약이 무효? 저출산 해법은 어디에 - 심리학] 출산율 높일 행동과학적 대책 세워야

[‘각학각색(各學各色)’ | 백약이 무효? 저출산 해법은 어디에 - 심리학] 출산율 높일 행동과학적 대책 세워야

젊은 세대는 가족보다 개인의 사회·경제적 성취나 생존에 무게
다산이 풍요를 의미했던 농경사회에서 어느 새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출생률 최하위 국가가 됐다.

산아제한을 권장하던 때 자라난 기성세대는 이 현실이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 젊은이들은 어찌하여 출산을 꺼리게 됐나? 또 지난 10년 동안 정부가 100조원 넘는 예산을 들여 저출산을 극복하고자 했지만 꺽인 출산율이 반등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가? 1962년에 수립된 산아제한 정책과 함께 현대적 피임 방법이 보편화되면서 한국 사회에서 출산은 선택적인 측면이 점차 강해졌고 이제는 출산 여부가 여성 혹은 부부에게 중대한 의사결정 사항이 됐다.

의사결정 연구에 따르면 사람의 선택은 크게 두 가지의 요소에 따라 결정한다. 하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선택하는 경향과 또 하나는 자신이 보상 경험을 많이 한 행동을 선택하는 경향이다. 현재 아이를 갖고 출산과 육아를 실제 책임져야 하는 젊은 세대, 특히 여성들이 출산 선택 과정에서 이 두 가지 요인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행동과학적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젊은 세대에게 삶의 목표는 가족 중심적 가치보다는 개인의 사회·경제적 성취나 생존이 우세하다고 조사되고 있다. 최근에는 앞선 가족과 개인적 성취에 대한 압박감에서 벗어난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통한 행복 추구가 삶의 목표가 된 젊은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사회·경제적인 성취 혹은 일과 삶의 균형이 목표가 된 개인이 출산을 선택하고 재선택하기 위해서는 출산이 자신이 추구하는 삶의 목표에 긍정적으로 기여한다고 지각해야 한다. 젊은 세대의 이런 가치관이 이기적이라고 비판하기보다는 이들의 일과 가정·삶의 균형을 추구하려는 새로운 가치관을 수용해 저출산 대책의 큰 프레임을 짜는 것이 효과적일 것으로 보인다.

또 저출산에 대한 실제적인 대책을 찾기 위해 한국 젊은이들에게 출산이 보상적 차원에서 어떻게 이해되고 작용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 10년 간 이뤄진 여러 비출산 요인에 대한 조사 자료에 따르면 가장 자주 언급되고 있는 이유는 양육과 교육에 드는 경제적인 부담이 임금 대비 너무 크다는 현실이다. 실제로 OECD 조사 결과,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교육비의 민간 부담 비율이 지난 20년 간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였다. OECD 평균의 2~4배 수준이었다. 이를 적어도 평균 수준으로 낮추는 정책이 시급해 보인다. 또 많은 젊은이가 아이들이 자신보다 더 나은 생활을 할 수 없을 것으로 지각하고 있어 무기력감과 절망감이 비혼과 비출산 선택에 일조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사회적 계층이동을 위한 사다리를 다양하게 만드는 것도 중요해 보인다.

직장 여성들이 경력단절 혹은 일·양육 병행의 어려움으로 비혼과 비출산을 선택하는 것도 중요 요인으로 보고됐다. 주목해야 하는 것은 보상 기반 의사결정 과정에서 출산이 선택되려면 사람들마다 일하는 곳이 다르므로 국가에서 일률적인 제도 도입 외에도 직장이나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출산·육아를 지원하도록 세금 감면 등의 강력한 유인책을 도입하는 것이 병행돼야 효과적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낙태금지에 대한 논의가 최근 매우 뜨거운데, 이는 기대와 달리 오히려 저출산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 특히 비혼 임신의 경우 낙태금지로 결혼과 출산으로 이어진다면 이 또한 바람직할 수 있겠으나,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비혼 임신의 경우 그 결과가 임신 여성에게만 고스란히 책임 지워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또 미혼모들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OECD 국가 중 가장 심한 편이다. 이런 상황을 개선하지 않고는 낙태금지가 젊은 세대에게 강도 높은 피임 방법을 선택하도록 해서 이후 이들의 불임 확률을 높이는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 우려된다.

※ 최진영 교수는…한국임상심리학회장이다. 신경심리연구회 회장, 미래부 뇌연구 촉진실무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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