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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용량 아스피린, 건강한 노인에겐 오히려 독?

저용량 아스피린, 건강한 노인에겐 오히려 독?

장기적인 대규모 임상시험 결과 심혈관 질병과 뇌졸중 위험 낮춘다는 증거 없고 내출혈 위험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심장마비나 뇌졸중을 겪지 않은 사람의 경우 생활방식을 건전하게 바꾸면 아스피린 없이도 그런 질병에 걸릴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 / 사진:AP-NEWSIS, GETTY IMAGES BANK
아스피린은 고용량 제품(500㎎)과 저용량 제품(100㎎ 이하)으로 나뉜다. 전자는 진통·소염제로, 후자는 혈전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된다. 근년 들어 아스피린이 심장병과 뇌졸중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면서 건강한 노인도 하루 한 알씩 아스피린을 복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러나 건강에 문제가 없는 고령자가 매일 아스피린을 저용량 복용해도 심·뇌혈관 질병의 위험을 낮추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자들은 그뿐이 아니라 아스피린이 내출혈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아스피린은 혈액을 묽게 하고 혈전 형성을 방지해 심장병이나 뇌졸중을 예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에 따라 심장마비나 뇌졸중을 겪었거나 겪을 위험이 큰 환자에게 흔히 저용량 아스피린이 처방된다. 미국심장협회(AHA)를 포함한 보건기관들이 권장하는 방식이다(물론 의사의 의견을 따라야 한다). 특히 질병 예방을 위한 아스피린 복용에 가장 널리 사용되는 지침은 미국 전문가들이 2016년 내놓은 것으로 향후 10년 동안 심장마비나 뇌졸중 위험이 10% 이상인 50~59세의 사람들에게 아스피린을 권장한다.

그러나 최근 학술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에 발표된 논문에서 미국과 호주의 연구팀은 아스피린이 건강한 70세 이상인 노인의 수명을 늘려주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 결과는 ‘아스피린의 노인 건강위험 감소 효과(ASPREE)’라는 임상시험에서 나왔다.

ASPREE 선임 조사관이자 미국 시카고 러시 알츠하이머병 센터의 가정의학 부교수인 라지 샤 박사는 “지금까지 70세 이상의 건강한 노인에게 저용량 아스피린이 장애 없는 생존 기간을 연장해준다는 점을 시사하거나 또는 시사하지 않는 충분한 증거가 없어 임상시험을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이제 의사와 건강한 노인은 저용량 아스피린 복용에 따르는 위험과 혜택에 관해 공통된 판단을 내릴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정보를 갖게 됐다.”

연구팀은 아스피린 매일 복용의 잠재적인 위험과 혜택을 알아보기 위해 미국과 호주에서 1만9114명의 노인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심장마비나 뇌졸중 같은 심혈관계 질병을 경험하지 않고 치매 진단을 받지 않은 노인을 참가자로 선정했다. 그들은 2010년 연구에 합류했을 때 70세 이상이었다. 그러나 미국의 흑인과 히스패닉 자원자의 경우는 65세로 연령 제한을 낮췄다. 그들은 다른 인구 집단보다 심장병과 치매에 걸릴 위험이 더 크기 때문이었다.

평균 4.7년 동안 그들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이 진행됐다. 전체 대상자를 두 그룹으로 나눠 9525명에게는 매일 100㎎짜리 저용량 아스피린을, 9589명에게는 위약을 복용토록 했다. 그 결과 저용량 아스피린은 위약과 비교할 때 심장마비와 뇌졸중을 포함해 어떤 건강 혜택이나 예방 효과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아스피린 복용은 소화관과 뇌의 내출혈 발생 위험과 상관 있었다. 수혈이나 입원이 필요할 정도의 뇌출혈과 위장관 출혈, 기타 부위 출혈이 발생한 사람은 아스피린 그룹이 361명(3.8%)으로 대조군의 265명(2.7%)보다 훨씬 많았다.

사망률도 저용량 아스피린을 복용한 그룹이 5.9%, 위약 그룹이 5.2%였다. 아스피린 그룹이 사망률이 높게 나타난 것은 1차적으로 암으로 인한 사망률이 높았기 때문이지만 이는 우연일 수도 있어 이 부분의 해석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미국 국립암연구소(NCI) 암예방부의 레슬리 포드 임상연구실 부실장은 “연구 참가자 중 아스피린 복용 그룹에서 암에 의한 사망이 더 높은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전의 여러 연구에서 아스피린이 암 예방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현재 임상시험에서 나온 암 관련 데이터 전체의 분석이 진행 중이다. 따라서 추가적인 증거가 나올 때까지는 이 결과를 신중히 해석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러나 연구팀은 의사의 감독 아래 아스피린을 복용하는 환자라면 중단하라는 의사의 지시가 있을 때까지 계속 복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샤 박사는 “ASPREE 임상시험 결과는 저용량 아스피린을 약 5년 연속 복용하는 동안의 장애 없는 생존 기간에 초점을 맞췄다”며 “장애 없는 생존 기간이 저용량 아스피린 복용을 중단한 지 수년 뒤에 영향을 받는지 알아보려면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영국 암연구소의 건강정보 담당자 피오나 오스군 연구원은 “이전 연구에서 나타난 증거는 50~65세의 경우 정기적인 아스피린 복용이 대장암과 유방암 등 일부 암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러나 ASPREE 임상시험 결과가 잘 보여주듯이 아직 답을 얻지 못한 의문이 많다. 어느 연령에서 아스피린 복용을 시작하고 중단해야 하는지, 어느 정도의 용량을 복용해야 하는지, 어떤 사람이 부작용을 겪을 수 있는지 등이 밝혀지지 않았다. 게다가 아스피린은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생명을 위협하는 뇌출혈도 포함된다. 따라서 아스피린을 매일 복용하는 문제를 고려한다면 반드시 의사와 상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옥스퍼드대학 뇌졸중·치매 예방센터 소장인 피터로스웰 교수는 ASPREE 임상시험 결과가 뇌졸중이나 심장마비를 겪지 않은 사람에게만 적용된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는 70세 이상의 노인이 처음으로 아스피린을 복용하는 데 따르는 위험과 헤택에 관해 탄탄한 증거를 제공하지만 그 연령대의 노인이 수년 동안 아스피린을 복용해왔다면 그 약을 그만 먹어야 할지에 관한 문제는 살펴보지 않았다. 이 임상시험은 계획보다 약간 일찍 중단됐다. 조사관들은 더 장기적으로 다른 위험이나 혜택이 나타나는지 확인하기 위해 시험을 계속하고 싶어 한다.”

로스웰 교수는 이렇게 결론지었다. “전반적으로 볼 때 ASPREE 임상시험 결과는 70세 이상의 건강한 노인이 약 5년 동안 아스피린을 복용하는 것이 사망률, 장애, 치매의 측면에서 혜택이 없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영국 퀸베리대학 임상시험·심혈관의학 교수 아제이 K. 굽타 박사는 좀 더 넓은 의미에서 아스피린 복용에 관해 이렇게 논평했다. “심장마비나 뇌졸중을 겪지 않은 사람에겐 생활방식의 변화가 큰 혜택이 있다는 증거가 매우 많다. 또 고혈압·당뇨·고지혈증 같은 위험 요인을 치료하는 것도 심장병과 뇌졸중 예방에 효과적이다. 따라서 그런 처치를 하면 대다수 환자는 아스피린이 필요 없다.”

- 캐슈미라 갠더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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