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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재가 만난 사람(13) | 홍익희 세종대 대우교수] 안식년 제도로 일자리 나누라

[이필재가 만난 사람(13) | 홍익희 세종대 대우교수] 안식년 제도로 일자리 나누라

모든 근로자에게 7년마다 부여...재원은 정부·기업·근로자가 균등 부담
사진:전민규 기자
“7년에 한 번씩 전체 근로자에게 대학교수처럼 안식년을 주는 겁니다. 그럼 전체 일자리의 6분의 1, 줄잡아 백몇십 만 개의 일자리가 생기죠. 일자리 나누기 발상과 근로자 안식년을 결합하는 겁니다.”

베스트셀러 [유대인 이야기]의 저자로 널리 알려진 홍익희 세종대 대우교수는 “정부나 전공 학자들은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겠지만 일자리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근로자 안식년 제도를 통한 일자리 나누기’를 검토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과연 현실성이 있나요? 재원은 어떻게 마련합니까?


“당사자인 근로자, 정부, 근로자를 고용한 기업이 각각 3분의 1씩 경비를 분담하는 겁니다. 근로자는 말하자면 안식년엔 급여의 3분의 2만 받는 거예요. 정부는 지금 일자리 창출에 몇십조씩 씁니다. 문제는 기업인데요. 법인세 감면 등 기업이 수용할 만한 인센티브를 강구해 봐야죠. 기업에 대한 정부의 간접 지원책이라고 할까요?”

그는 현 상황이 1929년 대공황 때와 닮았다고 말했다. 프랭클린 루즈벨트 미국 대통령이 집권 후 4기에 걸쳐 편 경제정책이 공산화를 막기 위한 수정자본주의의 도입인데, 한마디로 부자 증세였다는 것이다.

“당시 미국인 10명 중 최상류층 한 명이 나머지 아홉 명보다 많이 벌었습니다. 중산층과 서민은 벌어들이는 대로 썼지만 이들은 고소득층이다 보니 벌어들인 돈을 소비하는 데 한계가 있었죠. 결국 상품·서비스의 생산량은 늘어나는데 소비는 오히려 줄어들었어요. 이게 대공황의 실체입니다. 지금 우리나라 상황은 소득 불평등이 극심한 미국보다도 더 심각합니다. 미국의 10월 실업률이 3.7%입니다. 사실상 완전고용 상태로 실업자들도 눈높이를 낮추면 일자리를 구할 수 있어요. 반면 우리나라는 청년실업은 물론 노인실업 문제도 근본적으로는 해결할 길이 없습니다.”
 달러 기축 금융통화 시스템 지속가능하지 않아


금융자본주의가 주도하는 현대 세계 경제의 핵심적인 문제가 뭐라고 보나요?


“소득 불평등의 가속화로 더 이상은 자본주의 시스템이 지속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미 연준도 미국의 소득 불평등이 주식 투자를 통한 금융자산 소득 격차에 기인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같은 소득 불평등, 부의 편재의 중심에 금융산업을 좌지우지하는 헤지펀드가 있습니다. 상위 1%의 자산을 불려주는 세력이죠. 2010년 미국의 6대 은행보다 10개의 장외 헤지펀드가 올린 수익이 훨씬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들 금융 기득권층의 주축도 유대 금융세력이지만, 이런 흐름에 반발하는 세력 역시 유대인 암호학자들이에요.”



[달러 이야기], [환율 전쟁 이야기]에 이어 지난 여름 [화폐혁명-암호화폐가 불러올 금융 빅뱅]을 냈습니다. 암호화폐의 미래에 대해 어떻게 보나요?


“앞길에 숱한 고난이 예상되지만 결국 큰 변화가 일어날 겁니다. 암호화폐의 생태계는 아직 취약하지만 현재의 금융통화 시스템에 문제가 생기면 사람들이 달러의 대안으로 금과 암호화폐를 고려할 텐데 이때 암호화폐가 득세할 가능성이 있어요. 현 금융통화 시스템은 그 속에 얽힌 탐욕과 거기서 비롯된 정치·사회적 문제, 달러 자체의 트리플 딜레마로 요동칠 수밖에 없습니다. 재정적자와 경상수지 적자가 이렇게 많이 나는 시스템은 궁극적으로 지속가능하지 않습니다.”



유대 금융세력이 암호화폐마저 지배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요?


“유대 금융세력 주도 하의 헤지펀드 등이 암호화폐를 투자 대상으로 삼을 순 있겠지만 분산형이 암호화폐의 특성상 이를 장악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한국 경제의 앞날을 어떻게 내다봅니까?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를 할 때도 있겠지만, 남북 경협 등으로 저는 긍정적으로 봅니다. 정부가 금융산업을 포함해 3차 산업에 대한 청사진을 그려야 합니다. 4차 산업이 꽃피울 수 있도록 규제 철폐도 하고요.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진입하려면 무엇보다 금융산업을 포함해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을 키워야 합니다.”

그는 서비스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려 [유대인 경제사] 10권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서비스 산업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서비스업이라는 환약에 유대인 이야기를 당의처럼 입혔다는 것이다.

“고대에 서비스 산업을 창안한 사람들이 바로 유대인입니다. 선진국일수록 서비스 산업의 비중이 크고 특히 호황을 구가 중인 미국 경제는 제조업의 비중이 10%에 불과해요. 제조업은 사실 인건비 경쟁이에요. 임금이 오르면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제조업 기지를 중국·베트남·인도 등으로 넘긴 우리나라도 서비스 산업에서 승부를 봐야 합니다. 서비스 산업을 수출 산업으로 육성해, 중국을 비롯해 동남아의 서비스 시장을 우리 기업들이 주도해야 합니다. 금융은 물론 한류로 대표되는 예술 산업을 선점해야 합니다. 할리우드의 영화 [아바타] 한 편이 소나타 300만대를 수출하는 것과 맞먹는 돈을 벌어들이는 시대입니다. 서비스는 또 미래 산업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중심이 되는 산업이에요. 금융과 IT를 제조업과 융합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이를 기반으로 4차 산업 혁명의 주역이 돼야 합니다.”



서비스 산업을 육성한다고 할 때 예상되는 장애물이 뭔가요?


“서비스 산업 육성은 이해가 상충하는 기득권 집단의 견제가 심해 관련 법률 제·개정 과정에서 어려움이 많습니다. 서비스 산업의 중요성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높아져야 하고 언론도 힘을 합쳐야 합니다.”



유대인 전문가인데, 유대인의 대표적인 성향이 뭐라고 보나요?


“유대계 기업은 대부분 사장실이 없습니다. 페이스북의 창업주 저커버그도 직원들과 같은 사무실에 앉아 있어요. 유대교율법의 미슈파트(평등) 사상의 영향으로, 유대인들은 통치자는 야훼(하나님) 한 분일 뿐 같은 인격체로서 서로 동등하게 대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최고경영진과 신입 사원, 사령관과 하급 병사 간에도 도전적 문답과 치열한 논쟁이 벌어집니다. 그런데 이렇게 구성원과 소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솔선수범하는 리더십 스타일이 대세가 돼 가고 있습니다. 지시형의 유교적인 리더십 스타일은 저물고요. 또 유대인들은 탈무드를 공부할 때 2인 1조를 이뤄 문답·토론을 하면서 해답을 찾습니다. 이때 탈무드에 대한 해석이 시대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데 이 과정에서 창의성이 발휘되죠. 말하자면 창의성 훈련이 이뤄집니다.”



유대인 파워의 비밀이 뭔가요?


“공동체 정신 내지는 단결력입니다. 유대인은 고난을 많이 겪었습니다. 이렇게 모진 고생을 하는 과정에서 단결력이라는 공동의 자산을 축적했죠. 우리 민족도 전란에 휩쓸려 고생을 많이 했어요. 두 민족이 그래서 우수하다고 봅니다. 유대인의 교육에서 우리는 상대방을 배려하고 상대의 장점을 찾아내 협력하는 자세를 배워야 합니다.”

홍 교수는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와 세종대에서 두 번 정년퇴직했다. 코트라를 떠난 후 쓴 [유대인 이야기]가 베스트셀러가 되며 몇몇 대학에서 러브콜을 받았고 석사 학위도 없이 대학교수가 됐다. 50여 권의 e북 포함해 지금까지 70권의 책을 냈다.



‘인생 2막’을 개척하려는 사람들에게 어떤 조언을 주고 싶습니까?


“일자리를 찾기보다 일거리를 찾으세요. 일자리는 잡기도 어렵고 구해 봤자 어차피 유한합니다. 일거리는 할 만한 것을 찾아내기만 하면 지속적으로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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