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로봇 군단에 제조업 침몰하나

로봇 군단에 제조업 침몰하나

전기차 생산에 박차 가하는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 자동차 공장의 완전 로봇화 꿈꾸지만 근로자 희생시키면서 부자들을 위한 제품 만든다는 비난 일어
미국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의 테슬라 자동차 공장에서 모델 S 조립 작업을 하는 쿠카 로봇. / 사진:JEFF CHIU-AP-NEWSIS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는 지구를 구하고 싶어 한다. 지난 7월에는 홍수로 물에 잠긴 태국 동굴에 갇힌 청소년 축구팀의 구원자를 자처했다. 이들을 구하러 들어갔던 한 잠수부가 목숨을 잃은 상황에서 몬순이 임박하고 산소는 희박해졌다. 시간이 없었다.

(위부터) 지난 7월 머스크 CEO의 회사가 태국 동굴에 갇힌 소년 축구팀 구출을 위해 개발한 소형 잠수함, 테슬라의 대량생산차 모델 3, 머스크 CEO로부터 “소애성애자”라는 비난을 받은 영국인 다이버 언스워스. / 사진:FROM TOP: ELON MUSK-AP-NEWSIS, DAVID ZALUBOWSKI-AP-NEWSIS, SAKCHAI LALIT-AP-NEWSIS
머스크 CEO는 해결책을 트위터에 올렸다. 어쩌면 ‘나일론 튜브에 공기를 넣어 바운시 캐슬(아이들이 올라가 뛰어 노는 성 모양의 놀이기구)처럼 부풀리면 물속에 공기터널을 만들 수 있을지 모른다’. IT 억만장자 머스크 CEO는 엔지니어 10명을 태국으로 보내고 자신도 직접 동굴을 찾아갔다. (자신의 두 사업체) 스페이스X와 보링 컴퍼니의 기술팀이 ‘청소년 사이즈의 소형 잠수함’을 개발해 사고 현장으로 보내는 동영상을 올렸다.

그러나 구조대원들은 그 잠수함을 실용적이지 않다고 퇴짜 놓고는 머스크 CEO를 배제한 채 12명의 소년과 코치를 구해낼 계획을 독자적으로 세웠다. 구조 작업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영국인 다이버 번 언스워스는 머스크 CEO의 노력을 “홍보성 깜짝 이벤트”로 일축했다. 언스워스는 “그 잠수함으로 급소는 찌를 수 있겠다”고 CNN 방송에 말했다. 머스크 CEO는 발끈했다. 그는 밑도 끝도 없이 언스워스를 “소아성애자(pedo guy)”라고 부른 뒤 트위터에서 역풍이 거세지자 한 술 더떠 아무 증거도 없이 ‘그게 사실이라는 데 직접 사인한 1달러를 건다’고 썼다.

나중에 그 근거 없는 비난을 취소하고 사과했지만 그런 욱하는 감정 분출은 이번 한 번뿐이 아니었다. 불과 몇 달 전에는 테슬라에 관해 비판적인 기사를 내보낸 기자들을 막말로 비난하는 메시지를 자신의 2200만 트위터 팔로어들에게 띄웠다. 역시 아무런 근거도 없이 완전히 날조된 기사라고 비난했다. 그는 뉴스 기사의 정확성을 평가하는 뉴스 사이트를 개설하겠다고 큰소리치며 그 사이트를 잠정적으로 프라우다로 불렀다. ‘진실’을 뜻하는 러시아 말이지만 옛 소련 그리고 지금은 러시아 공산당의 프로파간다 신문으로 더 잘 알려졌다.

이 기사를 위한 인터뷰 요청에 응하지 않은 머스크 CEO는 월스트리트 투자 분석가들과의 전화 회의 중 테슬라의 흔들리는 실적 전망에 관한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그는 “따분하고 멍청한 질문은 재미 없다”고 말했다. 그 다음 날 시장에서 테슬라의 주가는 5.6% 내려앉았다. 비판자와 지지자 모두 이구동성으로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실리콘밸리의 영웅, 전기차로 지구를 구하겠다던 IT 이상주의자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가?’

그러나 머스크 CEO 스스로 자신의 감정분출을 가리키는 ‘나쁜 매너’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핵심을 못 보게 된다. 그의 자동차 산업 혁신 계획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과정에서 한 세기 동안 미국 사회·경제 생활을 떠받쳐 왔던 토대를 와해시키며 수천만 명을 길거리로 내몰 수 있다(의도치 않은 부작용이 아니라 주요 특징이다). 게다가 그것은 부자들에게 쿨한 차를 판매하려는 목적이다.

사이버보안 업체 리셋시큐리티의 창업자이자 실리콘밸리의 중견 기업인 라이언 래키는 “역사적으로 기술혁신은 전체 파이를 키웠다”며 “그러나 그 혜택이 갈수록 소수 집단으로 집중된다는 말이 많아진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앞으로 우리는 머스크 CEO의 실패가 아니라 그의 성공 가능성을 걱정해야 할지 모른다.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위 왼쪽부터 시곗바늘 방향으로) 테슬라 모델 S의 오토파일럿 기능, 테슬라가 지난해 11월 공개한 전기 세미트럭, 테슬라 프리몬트 공장 앞의 충전소, 프리몬트 공장에서 모델 S 차량이 첫 출고되는 동안 근로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 사진:FROM TOP: YOUTUBE-AP-NEWSIS, TESLA-AP-NEWSIS, WIKIPEDIA, JEFF CHIU-AP-NEWSIS
광고·마케팅 대기업 J. 월터 톰슨의 세계 혁신 그룹 책임자이자 출간 예정인 저서 ‘실리콘 스테이트(Silicon States)’의 저자인 루시 그린은 첨단기술 기업들의 커지는 영향력에 관해 “실리콘밸리에는 구원자 정서가 깔려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들은 수익성 같은 전통적인 기준에선 성공하지 못했으면서도 아주 많은 돈을 조달할 수 있어 우리 미래를 정의하는 설계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머스크 CEO 입장에선 이는 첨단 로봇 기반의 혁신적인 제조공정, 배터리 성능향상, 자동차 딜러십을 배제하는 독특한 판매방식을 통한 자동차 산업의 혁신을 의미한다. 테슬라는 1회 충전으로 480㎞ 이상 주행할 수 있는 날렵하고 빠르고 고급스러운 차량을 선보여 전기차 시장에 시동을 걸었다. 화석연료에의 지나친 의존으로 황폐화된 지구에는 더없이 반가운 발전이다.

테슬라의 첫 대량생산 모델 출고량이 늘어남에 따라 매출액도 증가한다. 자동차 출시를 고대하는 구매자 50만 명으로부터 선금을 받았으며 머스크 CEO는 지난 8월 테슬라가 앞으로 6개월 사이 처음으로 흑자 전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애널리스트 사이에선 테슬라에 남아 있는 20억 달러에 가까운 보유자금이 모두 떨어질 경우(올해 1분기에만 10억 달러를 소진했다) 회사를 계속 이끌어 나가는 데 필요한 자본을 머스크 CEO가 조달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어떻게 보면 테슬라가 대사불사가 됐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 투자업체 오펜하이머의 지속가능 에너지 부문 수석 애널리스트인 콜린 러시는 “테슬라의 시가총액이 600억 달러에 달해 투자자들이 더 많은 돈을 쏟아부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테슬라 주가가 주저앉았지만 여전히 포드보다 시가총액이 높다.

분명 첨단기술 기업들은 오래 전부터 혁신적인 제품과 새로운 사업방식으로 업계의 판도를 바꿔놓는다고 자부해 왔다. 정보접근·커뮤니케이션·생산성을 대폭 향상시키면서 투자자·기업가 그리고 주요 근로자들에게 엄청난 부를 안겨줬다. 머스크 CEO는 실리콘밸리 효과의 딜레마를 상징한다. IT 기업들이 사람들에게는 세상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겠다고 큰소리치면서 한편으로는 소리 없이 근로자들을 희생시켜 부자들을 위한 제품을 만드는 데 열을 올리는 현상 간의 충격적인 모순 말이다.

아마존의 부상이 소매유통 업계 미국인 근로자 1200만 명 다수에게 재앙이었듯이 테슬라의 부상은 미국 제조업을 붕괴시킬 수 있다. 최신 통계로는 700만 명이 종사하고 그 밖에 수백만 명의 생계를 떠받치는 자동차 업계뿐이 아니다.

물론 세상을 바꿔놓는 기업 건설에는 궁극적으로 흑자를 내야 한다는 단서가 붙는다. 그런 흑자 경영 압박에 따라 첨단기업들조차 프리미엄의 고가품 구매력을 갖춘 소비자에게 초점을 맞추고 자동화 그리고 소수의 근로자에게 낮은 임금으로 더 많은 실적을 올리도록 하는 쥐어짜기를 통해 인건비를 삭감하려 애쓴다. 테슬라도 그런 흑자 중력의 법칙에서 예외가 아니다. 테슬라가 현재 주문을 받고 있는 최저가 차량은 최신형인 모델 3의 4만9000달러 짜리 버전이다. 머스크 CEO가 오래 전부터 3만5000달러의 기본가격에 판매하겠다고 큰소리쳐온 차량이다. 3만5000달러는 사실상 미국 내 신차의 평균 가격이지만 판매가 2만 달러 이하 모델도 많다.

다수 대중을 대상으로 3만5000달러 짜리 차량을 판매해 수익을 남길 수 있다는 머스크 CEO의 주장이 의심을 받으면서 “성공할 때까지 할 수 있는 척 위장하라”는 실리콘밸리의 허황된 관행 같은 인상을 심어주게 됐다. 다시 말해 넘어야 할 산이 많은 혁신적 신기업은 어느 정도 과장 광고를 해야 수익을 남기려 노력하는 동안 버텨내는 데 필요한 투자자·인재·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의미다. 그 다음 모든 사람이 눈치 채기 전에 그 과대선전의 약속을 어떻게 지킬지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머스크 CEO는 오랫동안 과장된 약속을 이행해 왔지만 올 초 들어 모델 3를 출고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못하고 예정보다 크게 늦어지고 있다. 현재로선 단시일 내에 저가형인 모델 3가 수십만 대씩 조립라인에서 쏟아져 나올 가능성은 없다. 그리고 일부 보도에 따르면 그 저가 모델은 2020년 이후에야 고객에게 전달될 전망이다. 3만5000달러짜리 차를 대량으로 공급할 수 있느냐에 테슬라의 생존이 달렸다고 대다수 분석가들이 입을 모은다는 점에서 그것은 심각한 문제다.

설상가상으로 테슬라를 궁지로 몰아넣는 하자신고와 안전우려가 갈수록 늘어난다. 널리 칭송 받던 오토파일럿 운전자 지원 시스템이 여러 건의 충돌사고에 연루됐다. 일부는 대형 사고였으며 인명 사고도 한 건 있었다. 올해 초 소비자 매체 컨슈머리포트는 테슬라 모델 3를 테스트 사상 최악의 제동력을 가진 차로 손꼽았다. 다른 테슬라 모델처럼 오토파일럿 시스템을 통해 유포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개선된 듯했지만 최근 테슬라가 공장에서의 표준 브레이크 테스트를 취소하면서 다시 우려가 커졌다. 지연되는 생산공정에 박차를 가하려는 의도인 듯했다(테슬라는 다른 여러 방식을 통해 브레이크를 철저히 테스트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테슬라의 저명한 수석 엔지니어 더그 필드(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손꼽히는 전 애플 중역)가 생산 지연 문제 해결에 난항을 겪다가 지난 7월 초 회사를 떠났다. 이 같은 경영진 이탈은 수년 전부터 꼬리를 물고 이어져 왔다. 그리고 한 전 직원이 내부고발자로 변신해 테슬라가 원래 인화 가능성이 높은 배터리 중 위험하게 손상된 제품을 차에 장착해 출고했다고 주장했다. 테슬라는 허위 주장이라며 100만 달러 규모의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테슬라 판매가를 사실상 7500달러 인하하는 효과가 있던 연방 세금감면 혜택이 단계적으로 폐지되는 것도 악재다.

테슬라 고객 중 일부의 충성심은 가위 전설적이다. 50만 명의 구매 희망자가 구경도 못한 테슬라 3의 선금으로 1000달러를 내걸었다. 하지만 그들도 잇따르는 지연과 악재에 지쳐가는지 모른다. 한 금융 분석가는 사전 주문 중 약 4분의 1이 취소됐다고 추산한다. 월스트리트의 의구심도 갈수록 커져간다. 투자자는 사실상 테슬라 주가가 주저앉을 것으로 확신해 3500만 주 이상을 공매도했다. 미국에서 가장 많이 공매도된 주식이라는 불명예를 안겨줬다.

연말에는 흑자 전환할 것이라는 회사 측의 전망을 포함해 예상보다 긍정적인 분석 실적보고서가 발표되면서 최근 주가가 하루 새 15% 급등하기도 했다. 그래도 지난해 9월 중순보다 35달러 낮은 가격이다. 지난 3월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테슬라의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추면서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했다.
 ‘업계를 앞서간다’
머스크 CEO는 “인간이 로봇보다 잘할 수 있는 일이 갈수록 줄어든다”고 말했다. 사진은 테슬라 프리몬트 공장의 근로자들(오른쪽 사진). 테슬라는 자동차 공장에서 인간 노동자 최후의 보루인 최종 조립 과정을 로봇에 맡긴 최초의 자동차 제조사다. / 사진:FROM LEFT: PAUL SAKUM-AP-NEWSIS, JEFF CHIU-AP-NEWSIS
머스크 CEO는 공개석상에서 퉁명스럽고 별나게 방어적인 태도를 취해 피해를 키웠다. 그러나 언론의 부정적인 보도와 헛발질이 아무리 많아도 머스크 CEO와 그가 이끄는 테슬라를 지지하는 팬은 여전히 많다. 글로벌 에퀴티 리서치의 트립 초우드리 증권 리서치 담당 본부장은 “테슬라의 하락에 베팅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말했다. “세상 어느 업계서든 사람들이 5만 달러 제품을 보지도 않고 예약하는 회사가 있으면 말해보라. 그들이 하루 5000대씩 차를 만들어내는 시기가 이달이든 다음 분기든 중요하지 않다. 여전히 업계 다른 모든 기업보다 500배 앞섰기 때문이다.”

전기차 업종 경쟁에서 테슬라의 이점으로는 우수한 배터리, 효율성 높이는 생산 소프트웨어, 딜러나 광고 없는 직판 방식의 원가 우위뿐 아니라 전국적인 고속 충전 주유소 망이 꼽힌다고 초우드리 본부장은 설명한다. 오펜하이머의 러시 애널리스트는 테슬라에 대해 더 엇갈린 전망을 갖고 있지만 적어도 앞으로 몇 년 더 회사를 이끌어가는 데 필요한 현금을 얼마든지 조달할 수 있다는 데는 동의한다.

머스크 CEO는 엔지니어링 역량과 비전으로 칭송받을 만한 자격이 있다. 그러나 주요 경쟁자들에 비해 최대의 이점은 사람들의 신뢰를 얻어 대규모 투자를 끌어들이는 능력일지 모른다. 실리콘밸리의 인기 전기자동차 스타트업 이벨로즈시티(Evelozcity)의 중역 노아 킨들러는 “벤츠가 테슬라의 모기업이라면 이사회에서 기다리지 못하고 수십억 달러를 투자한 뒤 사업을 포기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경쟁사들도 있다. 인도 타타 모터스 소유의 재규어 랜드 로버는 재규어 I-페이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초반 평가로는 고급 전기차 시장에서 진정한 대항마가 될 수 있는 고급-고성능 전기차다. 볼보 폴스타라의 하이브리드·전기차 사업부도 순수 전기차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테슬라 제품만큼 큰 관심과 기대를 모은 차는 일찍이 없었다.

테슬라 고급 모델들의 판매는 호조를 보인다. 지난해 미국에서 고가의 모델 S(기본 권장소비자가 7만4500달러)와 X(7만9500달러) 5만 대를 출고했다. 그리고 모델 3 생산이 출발부터 삐걱거리자 신속하게 대응해 다수의 생산 결함을 바로잡았다. 머스크 CEO가 공장에서 잠자면서 그 작업을 직접 지휘했다. 현재 모델 3 세단을 주 당 무려 6000대씩 생산하고 있으며 올해 말까지 10만 대를 출고할 것이라고 테슬라는 주장한다.

머스크 CEO의 지지자들은 그가 현재의 문제들을 극복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최근 자신의 세 번째 스타트업을 매각한 실리콘밸리의 저명한 소식통 제이슨 프리드먼은 “머스크가 자신이 말한 기한 내에 이뤄내지 못하더라도 5년 안에는 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부채나 스케줄에 관심을 갖기보다 그가 만들어내는 제품의 질에만 신경 쓰면 된다. 머스크 회사의 혁신 속도는 다른 모든 기업을 훨씬 앞서 나간다.”

테슬라는 최근 세계에서 가장 큰 전기차 시장인 중국에서 3년 이내에 연간 50만 대씩 생산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유럽 공장 신설도 멀지 않았다고 테슬라는 말한다.
 성공의 높은 대가
(위 왼쪽부터 시곗바늘 방향으로) 중국 톈진의 테슬라 충전소, 충돌 사고를 일으킨 테슬라 모델 S,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의 파리기후협약 탈퇴 결정으로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에서 물러난 한 달 뒤 머스크 CEO가 다시 그를 만났다. 베이징 고급 쇼핑몰의 테슬라 전시장. / 사진:CLOCKWISE FROM TOP LEFT: ZHANG CHENLIN- XINHUA-AP-NEWSIS, SOUTH JORDAN POLICE DEPARTMENT-AP-NEWSIS, MARK SCHIEFELBEIN-AP-NEWSIS, EVAN VUCCI-AP-NEWSIS
테슬라를 대량생산차 제조 업체로 탈바꿈시키는 데 머스크 CEO가 실패한다 해도 고급 시장에서의 수익성과 다수의 혁신이 새로운 운수업체와 이니셔티브 생태계의 촉매제로 작용할 것이다. 그 생태계가 번창해 나가면서 전 세계에 전기차를 보급한다는 그의 비전을 키워나갈 것이다. 이벨로즈시티의 킨들러는 “공급망과 소비자 인식의 확대에는 머스크의 공이 적지 않다”며 “덕분에 전기차가 일반대중에 보급되는 중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물론 문제는 테슬라의 전망이 좋아질수록 또는 테슬라의 뒤를 따르는 기업이 많아질수록 미국 제조업 일자리의 전망은 어두워진다는 사실이다. 머스크 CEO는 근로자를 없애나가겠다는 목표를 분명히 밝혔다. 그는 테슬라의 공장들을 “머신을 제조하는 머신”으로 탈바꿈 시키겠다는 목표를 공개적으로 언명하면서 조립라인이 “외계에서 온 전함”처럼 보일 때까지 자동화를 축적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해 인력을 채용하지 않고 공장에 투입하는 로봇 수를 1000대 가까이 2배로 늘려 생산 속도를 20배 높이겠다고 약속했다. 분석가들에 따르면 테슬라는 생산 차량 한 대 당 로봇 투자 비율이 평균적으로 다른 자동차 제조 업체의 2배에 달한다.

우리가 자동차 공장에서 흔히 목격하는 로봇은 똑같은 단순 작업을 반복적으로 수행한다. 하지만 그가 구입하는 로봇은 훨씬 더 고급형이다. 테슬라의 로봇은 다수의 더 복잡하고 다양한 과업을 수행하도록 프로그램할 수 있다. 단 한 대의 차에 무려 15대가 그룹을 이뤄 공동 작업을 하기도 한다. 테슬라는 자동차 제조사 최초로 자동차의 최종 조립 과정을 로봇에 맡겼다. 자동차 공장에서 인간 노동자 최후의 보루인 복잡한 작업 과정이다. 분석가들은 머스크 CEO가 목표로 하는 조립라인 속도에선 단 한 명의 인간이라도 방해가 될 것이며 나아가 위험요소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테슬라 공장을 고도로 로봇화하는 노력은 지금까지는 순탄치 않았다. 모델 3 생산이 크게 지연된 몇몇 경우 자동화의 결함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머스크 CEO는 올해 초 목표 달성에 실패한 뒤 “인간이 과소 평가됐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그가 근로자를 없애나가겠다는 장기적인 목표를 포기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그 이유를 알기는 어렵지 않다. 폴크스바겐의 계산으로는 모든 비용을 감안할 때 로봇의 시간 당 원가는 6달러 미만인 반면 인간 노동자의 총 비용은 시간 당 47달러에 달한다.

머스크 CEO가 자동차 공장에서 인간을 배제하는데 성공한다면 그런 성과를 지렛대로 삼을 수 있다. 테슬라가 만들기 시작한 세미트럭(트랙터와 트레일러의 조합)의 생산뿐 아니라 많이 자동화된 배터리, 태양 전지판, 우주 벤처사업(뿐만 아니라 그가 아직 구상하지 않은 미래의 업계 킬러 기업)에도 같은 방식을 적용할 것이다. 그리고 테슬라의 자율주행차는 고용기회에서 또 다른 측면의 상실을 의미할 수 있다. 미국 근로 인구 중에서 트럭 운전자 350만 명을 포함해 현재 전체의 약 3%를 차지하는 인간 운전자다.

첨단기술 기업들이 경제에서 근로자를 쫓아내더라도 적어도 남아 일하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 배려해주리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실리콘밸리에서 유명한 탁구와 스무디 특혜는 그 지역의 블루칼라 근로자에게는 주어지지 않는다. 테슬라 근로자가 어떤 안전 위험(회사 측이 제대로 신고하지 않는 부상 포함), 과도한 근로시간(근로자들이 계속 일을 계속하도록 에너지 드링크 레드불을 돌렸다고 알려졌다) 그리고 불결한 환경(일부 근로자는 조립라인을 계속 돌리기 위해 넘쳐흐른 미처리 하수 속을 이동해야 했다고 주장했다)에 직면했는지 설명하는 보고서도 발표됐다. 전미자동차노조(UAW)는 테슬라가 노조파괴 공작을 벌였다고 비난했으며 미국 노동관계위원회는 지난 3월 테슬라를 두 번째로 제소했다.

그런 노동기준의 잠식과 고용대체는 물론 미국 산업 전반에 걸친 문제다. 그러나 첨단기술 업체들은 인간의 대체를 주요 사명으로 삼고 매우 효율적으로 이행해나간다. 실리콘밸리 한복판의 샌호제이주립대학에서 지역의 첨단기술 산업을 연구하는 인류학 교수 처크 대라는 “실리콘밸리는 미국 제조업의 재탄생에 크게 공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요즘엔 자동화가 너무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그리고 미국의 로봇 가격이 중국·멕시코와 거의 비슷하다.”

달리 말해, 인건비는 해외가 더 낮을지 모르지만 로봇은 비슷한 수준이니 근로자를 그냥 스마트 머신으로 대체해 국내에서 생산하도록 하는 건 어떤가?

그렇다면 일자리를 잃는 미국 근로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실리콘밸리에서 성공한 인사이더 중 다수는 ‘최저소득보장(universal basic income)’ 방안을 선호한다. 정부가 미국의 모든 사람에게 매달 약 2000달러씩 지급하는 방식이다. 리셋시큐리티의 래키 창업자는 “실리콘밸리 사람들은 자신이 유발하는 일자리 감소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민중봉기에 직면할 수 있음을 잘 안다”며 “아무 연고도 없는 뉴질랜드나 와이오밍 같은 곳에 집을 구입할 정도로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최저소득보장제가 오늘날의 근로자 대다수에게 유일한 출구가 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예측한 실력자 중 한 명이 머스크 CEO다. 그는 한 컨퍼런스에서 “그것이 앞으로 필요할 것”이라며 “인간이 로봇보다 잘할 수 있는 일이 갈수록 줄어든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의 영향력과 성공의 확대가 전 세계 노동력을 희생시킬 만큼 가치가 있다고 하자. 어쩌면 머스크 CEO가 친환경 교통 운동에 불을 댕겨 기후변화를 지연 또는 중단시키거나 또는 지구가 회복 불가능하게 망가질 경우 화성에 식민지를 구축하는 길을 닦을 수도 있다. 어쩌면 이들 첨단기술 업체들이 정말 그들의 주장대로 더 우수한 헬스케어 시스템, 건강식품 혁명, 그리고 우수한 대학과정까지 대다수 학생들(경제적 또는 학문적으로 혜택 받은 소수 엘리트뿐 아니라)에게 적은 비용으로 학업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교육 시스템의 씨앗을 키우는지도 모른다.

기술변화가 경제·사회적 격변을 초래하는 건 만고의 진리다. 우리는 최선의 결과를 기대하며 거기에 몸을 맡긴다. “이런 유의 모든 발명은 더 큰 경제원리의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해 전체 파이를 키워준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상거래를 활성화하는 뛰어난 발명은 엄청난 양의 황금을 발견하는 만큼 한 나라를 풍요롭게 한다.” 1895년 토마스 에디슨이 회의를 품으면서 불안해 하는 대중에게 “말이 끌지 않는 차량이 미래의 경이”라며 한 말이다. 인간이 운전석에 앉지 않더라도 인간이 이루는 혁신은 항상 운전대를 잡는다.

- 데이비드 H. 프리드먼 뉴스위크 기자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4.8배 빠른 '와이파이 7' 도입 된다...올 상반기 상용화

2외교부 日 "독도는 일본땅" 주장에 발끈..."즉각 철회해야"

3최태원-노소영 항소심, 변론 마무리..."남은 생, 일에 헌신하겠다"

4대구시 '빅정희 동상' 등 올 첫 추경 5237억원 편성

5'더 알차게 더 재밌게' 대구 동성로 청년버스킹

6"초콜릿 처럼 달달한 커플이네" 대구 달서구, 미혼남녀 매칭 프로그램 통해 세커플 탄생

7환율, 17개월 만에 1400원 터치..."달러 강세·위험회피 심리 확산"

8카카오게임즈, 사회공헌 ‘찾아가는 프렌즈게임 랜드’ 올해 첫 캠페인 시작

9컴투스 신작 '스타시드: 아스니아 트리거', 누적 100만 다운로드 달성

실시간 뉴스

14.8배 빠른 '와이파이 7' 도입 된다...올 상반기 상용화

2외교부 日 "독도는 일본땅" 주장에 발끈..."즉각 철회해야"

3최태원-노소영 항소심, 변론 마무리..."남은 생, 일에 헌신하겠다"

4대구시 '빅정희 동상' 등 올 첫 추경 5237억원 편성

5'더 알차게 더 재밌게' 대구 동성로 청년버스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