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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시장에 빨간불 들어왔다

석유시장에 빨간불 들어왔다

베네수엘라와 이란 등의 석유 공급 감소로 원유가 급등하면서 취약해지는 글로벌 경제에 타격 줄 수 있어
유가는 2016년 초 바닥을 친 뒤로 급등세를 지속해 브렌트유 가격이 최저가 대비 무려 210% 상승했다. / 사진:JACOB FORD-ODESSA AMERICAN-AP-NEWSIS
지난 수년간 석유시장은 놀라운 반등을 이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원유가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석유 시장에 수요보다 공급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파티 비롤 사무총장이 지난 10월 중순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한 논평에 따르면 지금은 “정말로 석유가 더 많이 필요하다.” 그의 관점에선 “석유시장이 위험구역으로 들어서고 있다.” 베네수엘라와 이란 같은 나라에서의 석유 공급이 감소해 수요를 맞추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원유가가 급등해 갈수록 취약해지는 글로벌 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그에 따라 원유 수요가 급감해 장기적으로 산유국에 피해가 돌아가게 된다.

유가는 2016년 초 바닥을 친 뒤로 급등세를 유지해 왔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가격이 최저가 대비 무려 210% 상승해 최근 배럴 당 85달러를 넘어섰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기타 주요 산유국의 감산 노력으로 시장에 남아돌던 석유가 수요를 맞추는 데 필요한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 그런 역사적인 상승세의 원동력이었다.그러나 지금은 시장에 석유가 충분하지만 그런 상황이 오래가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하는 요인 중 하나가 OPEC에서 석유 매장량이 가장 많은 베네수엘라의 석유 생산이 계속 급감한다는 사실이다. 베네수엘라의 생산량은 확대되는 경제위기로 인해 올해 초 30년래 최저 수준을 기록했으며 곧 하루 100만 배럴(BPD)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 2011년 300만 BPD를 웃돌던 생산량이 3분의 1로 토막 나는 셈이다.

미국은 새 셰일 유정을 서둘러 시추할 수는 있지만 송유관이 부족해 그렇게 뽑아올린 석유를 송출할 수가 없다. / 사진:TOM STROMME-THE BISMARCK TRIBUNE-AP-NEWSIS
한편 이란의 석유공급은 오는 11월부터 발효되는 새 미국 제재가 시작되기 전부터 줄고 있다. 지난 9월 수출량은 170만 BPD로 11.5% 감소했다. 에너지 시장 정보업체 S&P 글로벌 플라츠의 분석에 따르면 2년 반 만의 최저 수준이다. S&P 글로벌 플래츠에 따르면 이란의 석유 공급이 곧 더 감소할 수 있다. 내년 말에는 불과 80만 BPD 수준으로 감소하리라 예상된다. 지난 4월의 290만 BPD에서 크게 감소한 공급량이다.

그런 문제를 감안해 비롤 사무총장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산유국 동맹의 공급 확대를 기대한다. OPEC가 지난 6월 생산량을 100만 BPD 늘렸지만 여전히 약 80만 BPD의 공급을 보류하고 있으며 더 많은 생산설비를 아껴두고 있다. 그는 그중 더 많은 물량이 시장에 공급돼 올 후반 공급난이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

OPEC를 제외하면 업계가 손쉽게 금방 추출해 공급량을 늘릴 수 있는 석유는 없다. 미국의 시추업자들이 새 셰일 유정을 서둘러 시추할 수는 있지만 미국의 인프라 제약으로 인해 현재 그렇게 뽑아올린 석유를 어디로든 보낼 수가 없다. 그것은 일정부분 텍사스주 퍼미안 분지의 파이프라인들이 용량의 한계에 육박했기 때문이다. 플레인즈 올 아메리칸 파이프라인, 필립스 66 파트너스, 마라톤 페트롤리엄 같은 회사들이 새 송유관 건설에 급피치를 올리지만 대부분 내년 말이나 돼야 가동될 것이다. 다만 플레인즈 올 아메리칸은 11월 중으로 프로젝트 중 하나를 완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넉넉한 미국 석유를 해외로 내다파는 수출 역량도 업계에는 부족하다. 필립스 66 파트너스와 마라톤 페트롤리엄은 퍼미안 분지의 새 송유관과 함께 수출 설비를 확장하지만 내년 말이 지나야 완성될 전망이다. 신규 수출설비가 단기간 내에 가동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세계의 석유문제 해결에 미국이 도움을 줄 방법이 없다. 그런 설비 문제로 인해 업계는 유가 상승의 혜택을 제대로 누리지 못한다. 그런 이유에서 미국산 원유가 브렌트유에 비해 배럴 당 10달러 할인 가격에 판매된다. 그에 따라 업계는 하루 1억 달러의 손실을 입고 있다.

석유시장은 원유과잉 상태에서 수요증가를 겨우 맞추는 수준으로 단기간에 전환했다. 그 때문에 생산자들이 공급량을 늘리지 않는 한 앞으로 몇 달 사이 시장에 석유가 부족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미국의 생산자들은 인프라 제약으로 인해 현재로선 그런 능력이 없다. 따라서 원유가의 배럴 당 100달러를 향한 전진을 제지할 만한 세력은 OPEC밖에 없다. OPEC가 그런 요청에 귀 기울여 공급량을 늘릴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그 때문에 연말까지 유가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 매튜 딜랠로 모틀리 풀 기자



※ [이 기사는 금융정보 사이트 모틀리풀에 먼저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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