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오르가슴 느낄 때 동·서양인의 표정 다르다

오르가슴 느낄 때 동·서양인의 표정 다르다

개인 행동에 영향 미치는 문화적 기대치 때문인 듯 … 고통의 표정은 비슷해성적 흥분이 최고조에 이른 오르가슴을 경험할 때 사람들은 어떤 표정을 지을까?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에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그 표정은 문화적 배경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반면 같은 연구에서 고통을 느낄 때의 표정은 문화를 불문하고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스코틀랜드 글래스고대학의 심리학자 레이철 잭 박사가 이끈 연구 결과다.

사람은 사회적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얼굴 표정을 자주 사용한다. 그러나 이전 연구들은 서로 아주 다른 강렬한 경험인 고통이나 오르가슴을 겪는 사람이 사실상 양자를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비슷한 표정을 짓는다는 점을 시사했다. 그런 반직관적인 결과는 의사소통의 효과적인 도구로서 표정의 역할에 의문을 제기한다고 당시 연구자들은 생각했다.

글래스고대학 심리학자들은 이 문제를 더 깊이 탐구하기 위해 얼굴 애니메이션을 이용한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표정의 모델을 만들었다. 거기서 얼굴은 42가지 중 세 가지 임의적으로 선택한 얼굴 움직임(눈꺼풀을 올린다거나 입을 옆으로 늘리는 등)을 사용해 서로 다른 표정 세트를 나타내 보였다.

서양과 동양 문화권 출신인 남성과 여성 40명이 이처럼 임의적으로 생성된 표정 애니메이션 3600건을 보고 어느 것이 고통을 나타내고 어느 것이 오르가슴을 표현한다고 생각하는지 판단하고, 그 느낌의 강도를 ‘아주 강하다’부터 ‘아주 약하다’까지 점수로 매겼다. 자신이 생각하는 오르가슴이나 고통의 표정이 아니라면 ‘기타’로 분류했다.

연구팀은 이 테스트를 통해 얼굴 표정 애니메이션을 더 정확하게 만들었다. 그 다음 두 문화권 출신의 다른 참가자 104명에게 그 애니메이션을 보여줬다. 그 관찰자들은 그 표정이 고통을 말하는지 오르가슴을 느낀다고 생각하는지 판단했다. 애니메이션 얼굴은 테스트 참가자와 같은 인종으로 선택했지만 남성은 여성의 표정을, 여성은 남성의 표정을 살펴보도록 했다.

테스트 참가자가 생각하는 표정이나 해석이 문화 교류에 의해 영향을 받았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연구팀은 설문조사를 통해 다른 문화권에 최소한으로 노출된 사람만 선정했다. 테스트 결과는 각 문화권에서 사람들은 어떤 표정이 고통을 나타내며 어떤 표정이 오르가슴을 표현하는지 일관되게 판단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더구나 고통의 표정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문화권을 불문하고 비슷한 얼굴 움직임을 가리킨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마가 좁혀지고, 뺨이 올라가며, 코가 주름지고, 입이 좌우로 늘어지는 움직임이 대표적이었다. 반면 오르가슴의 표정으로 생각하는 것은 문화권에 따라 달랐다. 서양인은 눈을 크게 뜨고 입을 벌리는 모습을 오르가슴의 표정으로 꼽았고, 동양인은 눈을 감고 입을 다물며 미소 짓는 모습을 오르가슴의 표정이라고 생각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 결과는 고통과 오르가슴의 얼굴 표정에서 동서양의 차이가 거의 없다는 이전 여러 연구와 달리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아울리 이 결과는 해당 문화의 영향으로 표정을 달리 읽는다는 점도 시사한다. 특히 오르가슴의 표정에서 차이가 나는 것은 해당 문화권에서 개인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문화적 기대치 때문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예를 들어 이 연구는 서양인의 경우 ‘흥분’과 ‘열정’ 같은 높은 수준의 흥분을 긍정적으로 본다는 점을 시사한다. 크게 뜬 눈과 입의 움직임이 대표적인 요소다. 반면 동양인은 ‘차분함’ 같은 낮은 수준의 흥분을 긍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입을 다물고 미소 짓는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서양인의 경우 오르가슴을 높은 수준의 흥분으로 표현하는 반면 동양인은 낮은 수준의 흥분으로 표현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서양인과 동양인은 해당 문화의 기대치에 맞춰 서로 다른 표정을 지을 수 있다.”

- 아리스토스 조지우 뉴스위크 기자

※ [뉴스위크 한국판 2018년 10월 29일자에 실린 기사를 전재합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한은 총재 “돈 나눠준다고 문제 해결되지 않아”

2권은비부터 김지원까지...부동산 큰손 ‘연예인 갓물주’

3현대차그룹 계열사 KT?...대주주 심사 받는다

4尹, 24일 용산서 이재명 회담?...“아직 모른다”

51000만 영화 ‘파묘’ 속 돼지 사체 진짜였다...동물단체 지적

6비트코인 반감기 끝났다...4년 만에 가격 또 오를까

7‘계곡 살인’ 이은해, 피해자 남편과 혼인 무효

8“적자 낸 사업부는 0원”...LG화학, 성과급 제도 손질

9“말만 잘해도 인생이 바뀝니다”…한석준이 말하는 대화의 스킬

실시간 뉴스

1한은 총재 “돈 나눠준다고 문제 해결되지 않아”

2권은비부터 김지원까지...부동산 큰손 ‘연예인 갓물주’

3현대차그룹 계열사 KT?...대주주 심사 받는다

4尹, 24일 용산서 이재명 회담?...“아직 모른다”

51000만 영화 ‘파묘’ 속 돼지 사체 진짜였다...동물단체 지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