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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사람이 파산하기 쉽다?

착한 사람이 파산하기 쉽다?

다른 사람을 잘 믿고 배려하는 성격이 원만한 사람은 돈과 돈 버는 일에 관심 적어
성격이 원만한 사람은 돈에 관한 관심이 떨어져 자신의 재정을 현명하게 관리하지 못할 수 있다. / 사진:GETTY IMAGES BANK
흔히 ‘성격이 원만하다(agreeable)’는 평을 듣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경제적인 어려움이 많을 가능성이 크다. 학술지 ‘성격과 사회심리학 저널’에 최근 발표된 연구 결과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경영대학원 부교수 조 글래드스톤 박사는 논문 공동저자인 미국 컬럼비아대학 경영대학원 부교수 샌드라 C. 매츠 박사와 함께 원만한 성격이 경제적인 어려움과 상관성이 있는지 알아보고자 했다. 글래드스톤 박사에 따르면 그런 성격은 친절하고 상냥하며, 다른 사람을 잘 믿고 배려하는 특징을 갖는다.

연구팀은 상냥한 사람이 금융기관의 신용 점수와 소득이 낮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이전의 증거를 바탕으로 연구를 시작했다. 그들은 이런 의문을 제기했다. 원만한 성격이 사람을 경제적 어려움에 더 취약하게 만드는가? 이런 잠재적인 연관성을 가져오는 심리적인 메커니즘은 무엇일까?

연구팀은 이전에 실시된 5건의 연구에서 표본이 된 300만 명 이상의 데이터를 사용해 자신들이 세운 가설을 테스트했다. 또 약 4000명을 대상으로 재정 상황과 돈에 관한 태도를 알아본 온라인 조사 결과 2건, 국가 전체를 아우르는 표본 4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정부가 실시한 비슷한 조사 결과, 약 500명의 은행계좌 데이터, 약 5000명의 자원자를 대상으로 한 ‘원만한’ 성격 연구 결과, 지리적인 개인파산 현황와 성격의 상호관계에 관한 자료도 활용했다.

먼저 연구팀은 성격의 다섯 가지 특성과 경제적인 문제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는지 조사했다. 그 특성은 개방성(openness to experience), 성실성(conscientiousness), 외향성(extraversion), 원만성(agreeableness), 신경증(neuroticism)이다. 그러나 그중 오직 원만성만이 모든 실험의 데이터에서 경제적인 문제와 의미 있는 상관관계를 나타냈다.

연구팀이 분석한 실험 결과 중 한 건은 피험자들을 어린 시절부터 25년 동안 추적 조사한 것이었다. 연구팀은 어린 시절 원만성 점수가 높은 사람이 나중에 경제적 문제를 갖게 될 가능성이 더 크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따라서 인과관계가 있다면 경제적인 상황이 좋지 않아서 성격이 원만해진 게 아니라 성격의 원만성이 장래에 경제적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성인의 경우에도 상냥함은 여러 바람직하지 않은 재정적 결과와 연결됐다.

예를 들어 한 실험은 원만성 점수가 특히 높은 사람은 개인 파산을 신청할 확률이 50%나 더 높았다. 하지만 원만한 성격의 사람이 똑똑하지 못하다든가 돈을 벌 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들은 돈과 돈 버는 일에 관심이 떨어질 뿐이었다. 따라서 성격이 덜 원만한 사람만큼 돈을 잘 다루지 못할 수 있다. 래드 스톤 박사는 “이처럼 서로 다른 여러 조사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 원만한 성격은 저축 부진, 높은 부채와 채무불이행 비율 등 경제적 어려움의 여러 지표와 상관성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가 시사하는 바에 따르면 성격이 원만한 사람은 돈에 관한 관심이 떨어져 자신의 재정을 현명하게 관리하지 못하는 듯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성격이 원만하고 상냥하고 친절한 모든 사람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을 위험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글래드스톤 박사는 “자신의 원만한 성격을 보상해줄 수 있는 재정적 수단이 없는 저소득자의 경우 상관관계가 훨씬 강하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어린 시절의 원만한 성격이 나중의 경제적 어려움의 예측 변수가 된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말했다. “서로 아주 다른 데이터에서도 비슷한 분석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 이 연구의 강점이다.”

경제적 어려움은 개인의 신체적·정신적 웰빙만이 아니라 사회 전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글래드스톤 박사는 이 연구 결과가 ‘성격이 원만한 저소득자’를 지원하는 정책 개발에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는 “원만한 성격의 사람들에게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선 재정 상황을 챙기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은행이 강조함으로써 그들이 저축을 늘리고 부채를 줄이는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영국 리버풀대학 경영대학원 교수 앨런 서던 박사는 이 연구를 두고 “심술 많고 고약한 부자와 가엽고 불쌍한 빈자에 관한 일반적인 이미지와 딱 들어맞는다”고 논평했다. 그러나 서던 박사는 그 결론이 과도하게 일반화됐다며 가난한 사람은 기업가 정신이 부족해서 돈을 벌지 못한다는 잘못된 믿음을 부추길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 모두 똑같이 사회에 기여할 책임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발상은 사회 구성원의 불평등을 초래하는 다양한 사회적·경제적 구조를 무시하는 처사다.”

그렇다면 지난 9월 학술지 ‘네이처 인간행동’에 발표된 성격 특성 연구를 보자. 미국 노스웨스턴대학 연구팀은 방대한 성격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분석한 결과, 사람의 성격을 4가지 군으로 나눌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설문지는 신경증적 경향과 외향성, 개방성, 상냥함, 성실성 등 다섯 가지 성격 특성에 관해 각자를 평가한 것이었다. 연구팀은 컴퓨터 분석을 통해 사람들이 비슷한 수준의 공유된 성격 특성을 중심으로 무리를 이루는 경향이 있는지 확인했다. 그 결과 크게 네 가지로 분류할 수 있었다.

첫째는 모든 성격 특성에서 평균 점수를 얻은 ‘평균적(average)’ 성격 유형이다. 다른 3개의 집단은 신경증적 경향(감정적인 안정 수준)과 외향성의 특성에 의해 구성됐다. ‘내성적(reserved)’ 성격은 정서적으로 안정됐지만 특히 외향적이지 못했다. 이런 성격의 사람들은 상냥하고 성실한 특성이 있었다. 그 다음 ‘자기중심적(self-centred)’ 성격은 외향성에서는 높은 점수를 얻었지만 개방성·상냥함·성실성에서는 평균 점수 아래였다. 마지막으로 모범이 되는 ‘역할 모델적(role model)’ 성격은 신경증 경향에서는 낮은 점수였지만, 외향성·개방성·상냥함 등 다른 성격 특성에서는 높은 점수를 보였다. 이런 성격의 사람들은 친절하고 사려가 깊으며 체계적이었다.

노스웨스턴대학 심리학 교수로 이 논문의 주 저자였던 윌리엄 레벨 박사는 당시 성명서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히포크라테스 시대 이래 성격 유형을 분류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이전의 과학 문헌들은 성격 유형을 구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우리가 도출한 데이터는 특정 성격 유형이 두드러지는 현상이 실제로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 캐슈미라 갠더 뉴스위크 기자

※ [뉴스위크 한국판 2018년 10월 29일자에 실린 기사를 전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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