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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직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 속도감 있는 정책 펼친다

[이상직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 속도감 있는 정책 펼친다

직장인·경영인·정치인 경험 십분 살릴 각오...경쟁으로 효율 높아진다면 중기 관련 업무중복 문제 없어
이상직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 / 사진:중소기업진흥공단
중소기업진흥공단(중진공)이 국내 중소기업의 중국 진출 교두보 마련에 나섰다. 중진공은 11월 16일 산시성 인민정부, 산시성 출신 기업인 단체인 진상(秦商)연합회와 함께 중국 시안 그랜드 하얏트 시안 호텔에서 ‘2018 한-중(산시성) 신기술 발표회 및 투자무역상담회’를 개최했다. 행사에는 두 나라 중소·벤처기업 기업인과 투자자, 바이어, 유관기관 관계자 등 300여 명이 참석해 사업 기회를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행사에 참석한 이상직 중진공 이사장은 “이번 행사를 통해 많은 국내 중소·벤처기업의 중국 내륙시장 진출이 기대된다”며 “앞으로도 중진공이 보유하고 있는 세계 45개국 82개 기관과의 협력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중소벤처기업의 해외 시장 진출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식행사가 끝난 후 이 이사장을 현지에서 만나 중진공의 주요 사업과 운영 방침에 대해 물었다. 중소기업 정책에 대한 쓴소리와 제언도 들어봤다.



중진공 이사장에 취임한 지 8개월여가 지났다. 직장인으로 시작해 경영인·정치인을 거쳤는데 처음 맡아본 공공기관은 어떤가.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사기업의 변화 속도가 100마일이라면 정부 관료조직은 25마일’이라고 했다. 공공기관에 와보니 이런 속도감의 차이가 있긴 하다. 그간의 경험을 살려 이 차이를 좁히려고 노력 중이다. 개인적으로 펀드매니저 생활 10년 동안 거시·미시 경제 트렌드를 공부했고, 창업하면서 국내 산업 구조를 바꿔보기도 했다. 국회의원으로 일하면서는 정책 경험도 쌓았다. 이를 바탕으로 누구보다 현장 중심, 수요 중심의 정책 집행을 잘 할 수 있다고 자부한다. 올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처음 피감기관장이 됐는데, 평가가 좋았다. 질의가 끝나고 야당 의원이 오히려 ‘현장도 잘 알고 철학도 있다’며 칭찬하더라.”



취임 후 조직혁신에 속도를 내왔는데.


“내년 1월이면 중진공 설립 40주년이 된다. 기업도 40년쯤 되면 조직이 거대화되고 경영 시스템이 고착화한다. 중진공 역시 다들 열심히 일하는데, 그에 비해 업무나 사업 간 시너지 효과가 적었다. 부서 간 칸막이, 외부 관련 기관과의 칸막이 때문이다. 전형적인 오프라인형 병폐다. 세계는 이제 온라인 시대다. 데이터·플랫폼·공유가 핵심 화두로 떠올랐다. 이에 맞춰 중진공도 가지고 있는 자원을 내외부에서 더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현재 추진 중인 글로벌혁신성장센터도 그 일환이다.”



중진공에선 기존에 수출인큐베이터를 운영하고 있다. 글로벌혁신성장센터는 어떤 차별점이 있나.


“수출인큐베이터는 그간 많은 성과를 냈다. 14개국 24개 지역에서 약 5000여 국내 중소기업에 사무공간을 제공했고, 이곳에서 64억 달러의 수출 실적이 나왔다. 다만 각 지역의 인큐베이터 간 소통이 적고 단순히 해당 지역으로의 진출만 지원하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었다. 그래서 거점 간 정보와 자원을 오픈하고 공유하도록 한 게 글로벌 혁신성장센터다. 가령 LA 인큐베이터에 있는 기업이 인도·베트남 인큐베이터의 기업과 함께 사업 기회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해외에 나가 있는 기업뿐 아니라 국내에 있는 중진공의 패밀리 기업들도 똑같이 이를 활용할 수 있다. 인큐베이터의 공간 개념을 해당 지역에 국한하지 않고 전 세계로 확장한다고 보면 된다. 또 단순한 공간 제공과 컨설팅을 넘어 투자유치, 기술사업화, 마케팅 등을 입체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그 밖에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은.


이상직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왼쪽 넷째)이 11월 18일 중국 산시성 중창렬 산업단지 시설을 살펴보고 있다. / 사진:중소기업진흥공단
“청년창업사관학교, 스마트팩토리, 브랜드K 등이다. 창업사관학교는 중소기업정책 중 현재 평가가 가장 좋은 사업 중 하나다. 발전이 더딘 지역뿐 아니라 기존 산업이 쇠퇴하고 있는 지방 대도시에서도 반응이 좋다. 스마트팩토리는 중소기업의 생산성을 좌우할 사업이다. 특히 근로시간 단축으로 여러 기업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스마트팩토리는 제조업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묘수다. 여기서도 핵심은 사람이다. 실제로 고도화된 스마토팩토리를 구현하고 관리할 전문 인력 양성이 중요하다. 브랜드K는 국내 우수 상품의 수출을 지원할 통합 브랜드다. 얼마 전 베트남의 대형 방송사에서 ‘한국 제품의 인기가 좋은데, 제품 신뢰도를 파악하기 어렵고 중국 가짜 제품과의 구별도 쉽지 않다’고 하더라. 그래서 중기부와 함께 브랜드K라는 인증 브랜드를 만들어 전자제품부터 가공식품까지 모든 제품에 적용할 생각이다. 특히 국내 중소기업을 들여다보고 검증하는 데에는 중진공의 데이터와 노하우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중소기업의 성장에서 지원도 중요하지만 대기업과의 관계나 시장 구조 문제를 무시할 수 없다.


“몇몇 산업의 대기업 독과점 구조는 중소기업 성장에 큰 걸림돌이다. 이스타항공을 경영하던 때 이런 어려움을 뼛속 깊이 느꼈다. 당시 항공업계 카르텔 때문에 신규 노선을 배정받기 어려웠고, 대출이나 투자도 받지 못했다. 지금 보면 항공뿐 아니라 통신·자동차·은행·카드 업계도 이런 구조 탓에 혁신이 잘 나오지 못해 산업이 정체돼 있다. 이런 구조는 중소기업의 성장을 막을 뿐만 아니라 국민의 가계부담도 키운다. 예컨대 이스타항공이 카르텔을 깨고 나와 저비용항공이 자리를 잡은 덕에 소비자의 선택권이 넓어졌고 항공요금도 낮아졌다. 반대로 말하면, 그 전까지 소비자들은 독점노선 때문에 비싸게 비행기를 타고 다녔다는 말이다. 지금 소득주도성장을 얘기하는데,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월급만 올려서는 한계가 있다. 제대로 된 경쟁구도를 만들고, 여기서 새로운 기업이 성장해야 일자리가 생기고 실질적인 가계부담이 줄어든다. 문재인 대통령이 말하는 공정경제도 핵심은 독과점을 깨는 것이다.”



정부의 의지나 구호에 비해 가시적인 성과는 크게 없는 듯하다.


“문 대통령도 답답할 거다. 이런 문제를 알고 지시도 내리고 예산도 쏟아 부었다. 그런데도 현장에서는 무능하다, 속도가 안 난다는 말이 나온다. 정책 추진이 중간 단계 어딘가에 걸려 제대로 나가지 못하는 듯하다.”



이제 중소기업의 중요성은 누구나 인정한다. 중소벤처기업부 설립도 그런 방증이다. 다만, 그러면서 관련 기관의 업무 중첩이나 전문성 등이 문제가 되고 있다. 중진공의 역할과 기능은 어떻게 정립할 생각인가.


“현재 중소기업 관련 기관이 많긴 하다. 중기부 관계기관만 봐도 중진공을 비롯해 소상공인진흥공단·기술보증기금·신용보증기금·창업진흥원 등이 있다. 실제 이들 업무 간 중복되는 부분도 많다. 그러나 그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본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중기정책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고, 중복돼도 괜찮다. 기관이 서로 선의의 경쟁을 하고 전문가들을 영입하면 더 좋은 정책이 나올 수 있다. 한편 중진공은 관련 기관 중 가장 오래됐다. 정책집행의 노하우나 빅데이터가 많다. 이런 부분을 잘 활용해서 수직적(대상)·수평적(분야)으로 폭넓게 지원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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