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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종말 앞당기는 9대 위험 요소

인류의 종말 앞당기는 9대 위험 요소

스웨덴 GCF 2018 보고서, 전염병부터 기후변화까지 지구가 당면한 재앙 시나리오 제시해
화학무기라든가 슈퍼화산(폭발할 때 분출하는 마그마와 화산재가 400㎦ 이상으로 추정되는 초대형 화산)이 분출하는 용암에 의해 인류가 멸절된다고 말하면 할리우드 재난 영화의 줄거리처럼 들린다. 그러나 연구에 따르면 그런 것이 인류가 종말을 맞을 수 있는 실질적인 요인에 속한다.

우리 모두가 직면한 세계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립된 스웨덴의 비영리 단체인 ‘글로벌 챌린지스 파운데이션(GCF)’은 연례 보고서 ‘2018 글로벌 재앙 위험(Global Catastrophic Risks)’에서 지구의 종말을 가져올 수 있는 가장 그럴 듯한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이 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 연구팀은 수많은 과학 논문을 검토하고 학자들의 견해를 들었다.

영국 왕립 천문대장이며 케임브리지대학 산하 실존적위험연구센터(CSER)의 공동 설립자인 마틴 리스는 이 보고서에서 우리 대다수가 비행기 추락 같은 익숙한 위험을 걱정하면서도 새로 등장한 실질적인 위협은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급속히 발달하는 신기술의 잠재적인 위험과 환경적 ‘임계점(tipping point)’을 넘어서는 위험을 말한다. 이런 위험은 닥칠 것 같지 않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극도로 긴밀히 연결된 지구촌에서 그런 위험이 발생하면 전 세계에 파급효과를 미쳐 엄청난 파괴력을 갖는다.”

2012년 출범한 GCF는 세계 인구의 10% 이상을 죽음으로 몰 수 있는 위협을 조사해 매년 보고서로 발표한다. GCF는 앞으로 50년이 인류의 미래 1만 년 생존을 결정짓는 중요한 시기라고 내다봤다. 다음은 GCF가 올해 보고서에서 밝힌 인류가 당면한 9가지 재앙 위험이다.
 핵전쟁
(왼쪽부터 시곗바늘 방향으로) 이탈리아의 에트나 화산이 지난 8월 분화하며 용암을 뿜어냈다.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소독작업을 하는 의료진. 이곳에서 지난 8월 에볼라가 재발한 이후 사망자가 200명을 넘어섰다. 6500만 년 전 멕시코 유카탄 반도 해안에 직경6~14㎞의 소행성이 추락해 공룡이 멸종했다. / 사진:FROM LEFT: AP-NEWSIS(2), JOONGANG PHOTO
전문가들은 핵전쟁이 일어날 확률이 현재 10년 전보다 더 높아졌다고 경고했다. 1945년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의 직접적인 영향으로 약 15만 명이 사망한 이래 “세계는 역사상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핵전쟁의 그림자 속에서 살고 있다”고 그들은 지적했다. 현재 최고의 위력을 가진 핵무기는 반경 1~4㎞ 안에서 사람을 포함해 모든 생명체의 80~90%를 없앨 수 있다. 미국과 러시아가 각각 약 7000기의 핵탄두로 최대의 핵병기고를 보유하며 영국·프랑스·중국·인도·파키스탄·북한·이스라엘이 어떤 형태로든 핵무기를 가진 것으로 확인됐거나 추정된다. 핵전쟁은 인명과 도시를 거의 완전히 파괴하고 방사능 질병의 위험을 가져다줄 뿐 아니라 낙진에 의해 지구의 축소판 빙하시대를 만들어낼 수 있다.
 생화학전
인공지능을 사용한 휴머노이드 로봇 소피아. 인공지능이 파괴적인 수단으로 사용되면 인류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왼쪽사진). 지구온난화를 막지 못하면 해수면 상승으로 해안지역의 낮은 곳에 거주하는 10억 명 이상이 이주해야 한다. / 사진:XINHUA-NEWSIS, AP-NEWSIS
생물무기와 화학무기는 다른 전통적인 무기에 비해 제조 비용이 비교적 낮다. 특히 유전공학과 합성생물학 분야의 기술이 발달하면서 미생물(세균)을 치명적인 무기로 바꾸기가 어느 때보다 더 쉬워졌다. 이런 세균이 실수나 악의적으로 실험실에서 유출된다면 “전례 없는 규모의 유행병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기후변화
핵전쟁은 인명과 도시를 거의 완전히 파괴하고 방사능 질병의 위험을 가져다 줄 뿐 아니라 낙진으로 지구의 축소판 빙하시대를 가져올 수도 있다 / 사진:JOONGANG PHOTO
2015년 전 세계 195개국이 파리기후협정에 서명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이 협정에서 탈퇴한다고 선언했다). 산업화 이전 시기와 대비한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2℃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약속이 포함된 협정이다. GCF 보고서 저자들은 그 상승폭이 3℃ 이상이 될 확률이 3분의 1이라고 경고했다.

이 시나리오가 현실이 된다면 해수면 상승으로 미국 뉴욕·인도 뭄바이·중국 상하이 등 세계의 해안도시가 수몰되고 해안지역의 낮은 곳에 거주하는 인구 10억 명 이상이 높은 곳으로 이주해야 할 것이다. 전문가들은 “파괴의 규모가 우리의 모델링 능력을 넘어서기 때문에 인류 문명이 종말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고 결론지었다.

지난 10월 초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이 산업화 이전 시기보다 1.5℃만 높아져도 홍수와 혹서 등 극단적인 기상 이변의 증가를 포함한 많은 부정적 여파가 촉발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생태계 붕괴
GCF 보고서에 따르면 인간은 현재의 사회·경제적 수준에서 생존하기 위해 균형 잡힌 생태계에 의존한다. 생태계는 인간의 영향력에 비교적 잘 적응하는 편이지만 지탱할 수 있는 한도가 있다. 오염이나 외래종의 세계적인 이동, 서식지 파괴가 하나같이 생태계를 위협한다. 만약 생태계가 회복 한계를 넘어서면 담수가 부족해지고 토양의 질이 저하되면서 연쇄작용에 의해 생물 다양성이 심각하게 손상된다. 그에 따라 “인간의 일상생활 조건이 크게 악화된다”고 GCF 보고서 저자들은 강조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아프리카 중서부의 차드 호수다. 이 호수는 한때 세계에서 가장 큰 호수에 속했지만 기후변화와 가뭄, 과도한 관개 등으로 1960년대 이래 크기가 90%나 줄었다. 그에 따라 차드 호수에 의존하는 아프리카인 4000만 명의 삶에 큰 타격을 입혔다.
 전염병
역사적으로 전염병 때문에 세계 인구의 15%가 목숨을 잃은 적이 두 차례 있었다. 그러나 백신 프로그램의 보편화 등 의학의 발전으로 콜레라와 말라리아 같은 질병의 발생률이 지난 세기에 크게 줄었다. 그러나 재앙적인 유행병의 위협은 여전히 남아 있다. 우리가 막아낼 준비가 되지 않은 새로운 질병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미생물이 예를 들어 수도를 통해 인구 밀도 높은 도시 지역을 감염시키면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

항생제 내성도 큰 문제다. 세균이 항생제에 내성을 갖게 되면 감염을 막는 필수적인 무기가 사라진다. 새로운 항생제가 개발되지 않으면 항생제 내성 박테리아로 사망하는 인구가 2050년까지 매년 70만 명에서 1000만 명으로 불어날 것으로 GCF 보고서 작성자들은 내다봤다.
 소행성 추락
우리가 직면한 위협은 인간이 지구를 부주의하게 대하는 것만이 아니다. 특히 소행성 충돌은 약 6500만년 전 공룡의 멸종을 가져온 것을 비롯해 지구 역사상 3차례에 걸친 대멸종을 초래한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지구 가까이서 궤도를 도는 소행성 중 그보다 더 큰 것이 앞으로 지구를 향해 돌진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증거에 따르면 재앙을 불러올 수 있는 소행성의 추락은 평균 12만 년 만에 한 번씩 일어난다.

전문가들은 소행성 추락으로 발생한 잔해와 먼지가 대기를 뒤덮으면 몇 달 동안 태양을 가려 작물과 생태계가 극심하게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GCF 보고서에 따르면 그럴 경우 사망자가 수억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지구 궤도를 도는 직경 1㎞ 이상의 물체 중 90%가 확인됐으며, 임박한 소행성 추락 위험은 없다고 우리를 안심시킨다. 그러나 지구 궤도를 도는 직경 140m~1㎞인 소행성 중에서 확인된 것은 30%에 불과하다. 그 정도 크기의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해도 “국지적으로 심각한 피해가 발생해 사회적·경제적 시스템을 간접적으로 와해할 수 있다”고 GCF 보고서 저자들은 밝혔다.
 슈퍼화산 분화
약 7만4000년 전 인도네시아에서 슈퍼화산 토바가 폭발하면서 수십억t의 황산염과 먼지를 대기로 내뿜는 바람에 인류가 거의 멸종 직전으로 치달은 적이 있다. 슈퍼화산 분화에 대한 데이터는 비교적 제한됐기 때문에 분화를 정확히 예측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화산학자들은 슈퍼화산 분화가 평균 1만7000년마다 발생한다고 믿는다. 가장 최근 발생한 슈퍼화산 분화는 뉴질랜드에서 약 2만6500년 전 발생했다.

미국의 옐로스톤 같은 슈퍼화산이 분화하면 인간과 동물이 대규모로 죽고 농업 인프라가 붕괴한다. 오래 남는 황산염과 화산재 같은 오염물질이 단기간 태양광선을 차단해 지구 기온이 떨어질 수 있다. 이전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그런 기온 저하는 인간 같은 생명체의 생존에 상당히 불리하다.
 태양 지구공학
태양 지구공학은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에어로졸 같은 입자를 방출해 태양 광선과 열을 우주로 반사하는 이 방식은 지구의 기온을 낮출 수 있지만 일이 잘못되면 지구의 모든 생명체가 위험에 처할 수 있다. 실용화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된 것은 아니지만 오존층에 해를 가할 수 있으며 생태계를 교란시켜 식량공급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고 GCF 보고서 작성자들은 지적했다.

“지역과 지구 전체의 기후를 불안정하게 만들 뿐 아니라 세계 생태계의 다양한 요소도 교란될 수 있다. 게다가 태양 지구공학을 이용하다 갑자기 중단하면 지구온난화가 극심하게 진행돼 자연적·사회적 시스템이 그에 적응할 시간이 없어질 수 있다. 또 그와 관련해 국제적 분쟁도 잇따를 위험이 있다.”
 인공지능(AI)
과학자 중 상당수는 인간 두뇌와 대등한 인공지능이 수십 년 내에 출현하고 인간보다 더 뛰어난 지능을 갖춘 기계도 뒤따를 것이라는 점을 인정한다. 보고서 저자들은 로봇이 인간지능을 초월하는 상황에 특히 우려를 표했다. 또 인공지능 로봇을 개발하는 회사들이 윤리보다 기능에 초점을 맞출 수도 있다고 경계했다. 인공지능이 생명을 해치도록 설계될 수 있으며, 선한 행동을 하도록 프로그램되더라도 작은 실수로 인해 지능이 높은 기계의 손에 인간이 무력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슈퍼지능 시스템이 대형 사회 프로젝트를 맡게 되면 여러가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으며, 이를 막으려는 인간의 시도를 목표달성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할 수 있다.”

위험한 시나리오로 가장 가능성이 큰 것은 인공지능이 무기로 발전하거나 긍정적인 목표를 이루도록 프로그램된 인공지능이 파괴적인 수단으로 이용되는 경우다. 인류는 새로운 지구적 재앙을 예측하는 데 실패를 거듭해왔다. 첫 원자폭탄이 투하되기 전에 이를 예측했던 사람은 거의 없었으며, 1945년 유엔이 결성될 때만 해도 기후변화를 염두에 뒀던 사람도 없었다. 이스라엘 블라바트니크 학제간 사이버 연구 센터의 로이 체자나 연구원은 GCF 보고서에서 경제·과학적 발전은 우리가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새로운 위험을 제기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구가 별의 감마선 폭발에 노출되면 대멸종이 일어날 수 있지만 현재로선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없는 것으로 분류되고 있는 것처럼 이론적인 위험들도 있다고 했다.

- 캐슈미라 갠더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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