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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평 기대하고 영화 만들진 않아”

“좋은 평 기대하고 영화 만들진 않아”

인종차별에 관한 영화 ‘그린 북’ 내놓은 ‘덤 앤 더머’의 감독 피터 패럴리, 코미디 분위기 내지 않으려 최선 다해
사진:ILLUSTRATION BY BRITT SPENCER
영화 ‘그린 북’ 예고편에는 감독인 피터 패럴리의 이름이 언급되지 않는다. “‘덤 앤 더머’(1994) 같은 코미디의 감독(패럴리는 동생 바비와 함께 이 영화를 감독했다)이 인종차별에 관한 진지한 드라마를 만들었다고 하면 사람들이 혼란스러워 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패럴리 감독은 뉴스위크에 말했다. “사람들은 내가 이런 소재를 갖고 뭘 할지 감을 잡지 못했다. 힘든 싸움이었다.”

하지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비고 모르텐슨과 남우조연상을 받은 메어샬라 알리(‘문라이트’)를 캐스팅하면서 일이 훨씬 수월해졌다. 이 영화에서 알리는 흑인 클래식 피아니스트 돈 셜리를, 모르텐슨은 그의 차를 모는 무식한 백인 인종차별주의자 기사 토니 립을 연기한다. 1962년 이들은 미국 남동부 지방 순회공연 길에 오른다.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깐깐한 백인 여주인과 흑인 운전기사를 주인공으로 했다)를 뒤집어 놓은 영화가 아닌가 싶지만 실화다(실제 토니 립의 아들 닉 발레롱가가 패럴리 감독, 브라이언 헤이스 커리와 함께 대본을 썼다). 패럴리는 이 영화를 감독하는 일이 코미디 영화 때와 다르지 않았지만 대본 작업은 어려웠다고 말했다. “코미디 같은 분위기를 내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했다"고 그는 말했다. “촬영을 시작하기 전엔 이 영화가 재미있으리라고 생각지 않았다. 하지만 모르텐슨과 알리(두 사람 다 아카데미상 후보로 거론된다)가 티격태격할 때면 사소한 것에서도 재미가 느껴졌다.



‘그린 북’을 만들고 나니 평단에서 당신을 달리 보나?


이 영화가 나오기 전엔 나에 대한 평가가 그렇게 형편없었는 줄 몰랐다. [웃음] 코미디로는 평론가들의 존경을 받지 못한다. 하지만 좋은 평을 기대하고 영화에 뛰어들진 않았다. 바비와 내가 함께 만든 영화 중에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1998)는 미국영화연구소(AFI)의 ‘역대 최고로 재미있는 영화 100’에 올랐다. 하지만 평론가들은 내가 이제야 처음으로 진짜 영화를 만들었다는 듯이 반응한다. 나도 롭 라이너 감독처럼 했더라면 좋았을 듯하다. 그는 초반에 코미디 영화 ‘이것이 스파이널 탭이다’(1984)에 이어 모험 영화 ‘스탠 바이 미’(1986)를 내놓아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감독임을 증명했다.



주인공 배우들은 어떻게 캐스팅했나?


우리가 검토한 이름 중에 존 패브로도 있었다. 토니 립이 덩치 큰 사내여서 몹집이 크고 건장한 배우를 떠올렸다. 패브로는 훌륭한 배우다. 하지만 난 그 무렵 ‘캡틴 판타스틱’(2016)을 보고 모르텐슨의 연기에 푹 빠졌다. 제작진에게 “저 배우는 어떨까?”라고 물었더니 모두가 “꿈 깨라”면서 “그를 데려올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난 모르텐슨에게 ‘이 대본의 첫 세 쪽을 읽어보고 마음에 안 들면 거절해도 좋다’고 편지를 썼다. 이틀 후 답장이 왔다. 영화는 정말 마음에 들지만 자기가 해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난 다시 이렇게 썼다. “무슨 말이냐? 당신은 ‘이스턴 프라미스’ 같은 영화도 해내지 않았느냐? 거기에 비하면 이 영화는 식은 죽 먹기다.” 우리는 그를 몇 차례 만나 설득한 끝에 출연 승낙을 받아냈다. 그때부터 모르텐슨은 체중을 불리기 시작해 20㎏을 늘렸다. 알리는 생각할 것도 없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배우다.

- 애나 멘타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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