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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전쟁 후의 폐허에서 생존하라”

“핵전쟁 후의 폐허에서 생존하라”

신작 게임 ‘폴아웃 76’, 섬뜩한 농담과 함께 상호확증파괴의 위협 상기시켜
‘폴아웃 76’의 장면들. 이 게임은 미국이 핵공격을 받았을 때 의원들을 대피시키기 위한 비밀 지하 벙커가 있었던 웨스트 버지니아주 그린브라이어 휴양지를 재현한다. / 사진:COURTESY OF BETHESDA GAME STUDIOS
핵전쟁이 일어나면 어떻게 될까? 그 상황을 떠올려 볼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은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주 앨러게니 산에 위치한 별 다섯 개짜리 휴양지 그린브라이어 리조트에 가보는 것이다. 그곳엔 미국이 핵공격을 받을 때를 대비해 의원들의 대피소로 만들어진 지하 벙커가 있다. 과거엔 국가기밀 사항이었다. 지금은 기밀이 해제됐지만 벙커는 여전히 출입금지 구역이다. 그러나 그린브라이어 리조트의 가상 관람은 이제 가능하다. 베데스타 게임 스튜디오가 최신 발표한 게임 ‘폴아웃 76’ 덕분이다.

만약 냉전이 ‘열전’으로 뜨거워졌다면 우리의 삶이 어떻게 됐을지 암시하는 가상 핵전쟁 후의 세계가 이 게임의 무대다. 플레이어는 생존자로서 그 폐허의 세계를 헤쳐나가야 한다. ‘폴아웃’ 시리즈의 이전 5편 게임에서처럼 ‘폴아웃 76’은 세계적인 핵전쟁이 서방 문명을 초토화한 뒤 생존자들이 ‘볼트’로 불리는 대피소에서 나온 다음부터 그들을 뒤쫓는다. 기존의 확립된 제도와 규범이 없는 혼돈의 세계에서 플레이어는 자신을 보호하고 식량과 물을 확보하는 동시에 거처를 짓고 공동체를 결성해야 한다.
사진:COURTESY OF BETHESDA GAME STUDIOS
핵전쟁 시대의 심미학을 다룬 게임 ‘폴아웃’ 시리즈는 수백만 개가 판매되면서 베데스타 게임 스튜디오로선 수익성이 매우 좋았다. 문명의 종말을 다룬 영화나 드라마, 또는 게임 중 ‘폴아웃’ 시리즈보다 상업적으로 더 성공한 것은 없다. 베데스타 게임 스튜디오의 피트 하인스 글로벌 마케팅·커뮤니케이션 담당 수석부사장은 “이 게임은 1940~50년대의 감수성을 바탕으로 하지만 우리 시대에서 벗어나 초현대적인 희한한 상황을 설정한다”고 설명했다. “만약 미국이 그런 과거의 감수성을 고수하는 동시에 최첨단 핵에너지 기술과 로켓 자동차 또는 로봇 하녀 같은 우스꽝스런 발전 상황을 누린다면 어떤 모습이 될까?”
사진:COURTESY OF BETHESDA GAME STUDIOS
‘폴아웃 76’은 시리즈 최초로 멀티플레이에 중점을 두면서 기존 작품들에서는 느낄 수 없던 신선한 모습을 선보이고자 했다. 시리즈의 이전 작품들과는 달리 플레이어는 다른 플레이어와 협력하거나 적수로 싸워야 한다. 이 게임은 ‘화이트 스프링스’라는 가상의 휴양지를 포함시켜 그린브라이어의 역사를 기린다(실제 그린르라이어가 있는 화이트 설퍼 스프링스의 이름을 땄다). 화이트 스프링스는 서양장기판 타일 바닥과 전설적인 인테리어 디자이너 도로시 드레이퍼가 만든 벽지까지 그린브라이어를 충실히 재현했다.

‘폴아웃 76’은 정상 상태를 강요하면서 불합리한 상황을 대수롭지 않은 듯 보여준다. 그런 측면이 핵전쟁 후의 기이한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예를 들어 대피소 기자회견실의 배경은 워싱턴 D.C.에 있는 의사당을 보여주는 TV 화면으로 가득하다. 계절에 따른 날씨 효과도 실제처럼 보여준다. TV에서 보이는 그 가짜 눈이 핵겨울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과연 위안이 될 수 있을까? 또 게임에서 허구의 기업 볼트텍은 주민의 집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대피소 회원권을 판매할 뿐 아니라 실질적인 ‘빅 브라더’로서 언제나 주민의 행동을 세세히 파악하고 감시한다. 볼트텍은 1950~60년대 미국의 학교에서 실시된 원폭 공격 대비 훈련을 위한 안내서와 만화 마스콧을 대피소에 비치한다. 대수롭지 않은 분위기 속에서 공포를 느끼게 하는 효과가 있다.
사진:COURTESY OF BETHESDA GAME STUDIOS
그린브라이어 벙커는 베데스다 게임 스튜디오의 직원들에게 오랫동안 유명했다고 한다. 하인스 부사장은 2008년 ‘폴아웃 3’가 나왔을 때 심지어 그린브라이어 휴양지에서 행사를 열려고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그러나 그린브라이어가 핵전쟁 대피소인 만큼 오지에 있어 교통과 물자 운송이 너무 부담스러워 그 계획을 포기했다). “우리 회사는 워싱턴 D.C.에 있기 때문에 언제나 정치를 접한다. 우린 그린브라이어의 중요성과 그곳에 실제 핵전쟁 대피소가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이 게임은 우리가 잊어버리고 싶어 하는 것들에 관해서도 향수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냉전의 군비확장 경쟁은 까마득히 옛날의 일이 됐기에 이제 우리는 핵전쟁에 의한 문명의 종말을 게임으로 즐길 수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요즘의 국제 정세는 그 섬뜩한 핵전쟁의 가능성이 유효하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 모 모주크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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