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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늙어가지만 큐브는 영원히 젊다”

“나는 늙어가지만 큐브는 영원히 젊다”

40년 전 뇌운동 위한 장난감으로 선보인 퍼즐이 지난해 매출 최고 기록 세워 학습 도구로서 이상적이면서 자존감 증진에도 기여
사진 : GETTY IMAGES BANK
정보와 디지털 오락이 무한정 제공되는 요즘의 기준으로 보면 루빅스 큐브(Rubik’s Cube)는 케케묵은 장난감처럼 느껴진다. 27개의 작은 블록을 조합해 하나의 큰 정육면체로 만들어 작은 블록을 이리저리 돌리며 각 면을 같은 색으로 맞추는 퍼즐이다. 1974년 헝가리의 건축학 교수 에르노 루빅이 ‘마술 큐브(Magic Cube)’라는 이름으로 발명한 이 퍼즐은 1980년부터 루빅스 큐브라는 브랜드로 판매되면서 브랜드명이 상품명으로 굳어져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1980년대 전성기를 맞았다가 그 후 서서히 잊혀지는 듯했던 이 아날로그 장난감이 지금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이 2억5000만달러(약 2700억원)로 전년 대비 45%나 증가했다. 1980년대 전성기 이후 약 35년만의 기록이다.

그 이유가 뭘까? 무엇보다 과학 교육의 측면에서 루빅스 큐브에 대한 관심이 커졌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루빅스 큐브가 2008년 시작한 ‘유 캔 두 더 루빅스 큐브(You Can Do the Rubik’s Cube)’ 프로그램은 미국 전역의 학교에 이 큐브를 제공하면서 단계별로 퍼즐을 푸는 방법을 알려준다. 이 프로그램은 교육 전문가들이 ‘21세기 학습 기술’이라고 부르는 문제 해결, 계획 세우기, 논리적 사고, 좌절 관리 등에 초점을 맞춘다. 그 프로그램이 루빅이 창조한 40년의 유산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었다. 루빅은 뉴스위크에 “나도 20년 이상 교직 생활을 했기 때문에 올바르게 가르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안다”고 말했다. “그것이 교사의 입장에선 아주 특별한 목표다.”
헝가리의 건축학 교수 에르노 루빅은 1974년 뇌운동에 좋고 문제가 나타나면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큐브 퍼즐을 만들었다. / 사진:FLICKR
루빅도 자신이 만든 이 퍼즐을 처음 푸는 데는 한 달이 걸렸다고 한다. 지금의 세계 기록은 3.47초다. 방법을 알려줘도 풀기가 만만치 않은 퍼즐이다. 방법은 6단계로 설명되지만 상당히 복잡하고 어렵다. 뇌를 알고리즘식 사고에 적응시킬 수 있는 루빅스 큐브는 창의력을 키우기 위한 융합교육에 초점을 맞춘 STEM(과학·기술·공학·수학)을 가르치기 위한 이상적인 도구가 될 수 있다.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실행 지시 코드를 개발할 때 필요한 사고방식이다.

혜택은 수학 교육에 국한되지 않는다. 워싱턴주 켄트의 초등학교 교사인 티나 크리스트는 2013년 교육 도구로서 루빅스 큐브의 잠재력을 직접 체험했다. 2학년 이후로 말을 한 적이 없는 6학년생 한 명이 학급에서 큐브 퍼즐을 가장 먼저 풀었다. 급우들이 환호하며 박수를 치자 그 학생은 몇 년만에 처음으로 크고 또박또박한 목소리로 “고마워”라고 말했다. 그때부터 그 학생은 큐브 퍼즐을 풀지 못해 헤매는 교사와 학생들에게 나지막히 비법을 알려줬다.

이 에피소드는 큐브 퍼즐에 도전하면 위험을 감수하려는 욕구를 장려할 뿐 아니라 전반적인 자신감과 자존감을 증진할 수 있다는 회사 측의 주장을 뒷받침해 준다. “퍼즐은 결국 사람들이 만들기 때문에 사람들을 서로 연결시켜 준다”고 루빅이 말했다.

큐브를 맞추고 문제를 잘 푸는 ‘기계’가 되고 싶지 않은 학생들을 위해선 모자이크 세트도 있다. 한 면만 맞추면 특정 패턴이 나타나고, 여러 개의 큐브를 조합해 하나의 이미지를 만들 수 있는 게임이다(예를 들면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의 얼굴 등). 한 면이 9개로 구성된 큐브의 특성을 활용하면 보다 세밀한 표현이 가능하다. ‘유 캔 두 더 루빅스 큐브’ 프로그램에는 600가지 옵션이 포함된 디자인 설명을 제공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이 들어 있다.

루빅스 큐브는 현 시대 사용자들의 요구에 맞춰 디지털화를 통해 진화했다. 더 빠른 기록을 세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해 ‘스피드 큐브’도 선보였다. 기존 큐브보다 더 가볍고 잘 돌아가는 게 특징이다. 또 큐브는 전통적인 6가지 색(빨강·하양·파랑·노랑·초록·주황)에서도 벗어났다. 소비자가 원하는 대로 꾸밀 수 있다. 루빅스 큐브가 만든 스마트폰 앱은 사용자가 본인이 원하는 사진을 넣어 큐브를 꾸민 후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해준다.

올해 74세인 루빅은 자신이 발명한 이 장난감의 미래가 원래의 의도를 그대로 반영한다고 본다. 그는 뇌 운동에 좋고 문제가 나타나면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이 퍼즐을 고안했다. 루빅스 큐브가 주는 가장 중요한 교훈은 실패가 성공보다 더 효과적인 교사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루빅은 “큐브 퍼즐은 과거를 갖고 있다”며 “이 과거가 미래의 잠재력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나는 늙어가지만 이 큐브는 영원히 젊다.”

- 모 모주크 뉴스위크 기자
 [박스기사] 숫자로 보는 마술 큐브 - 루빅스 큐브는 약 40년 동안 장난감 문화의 중요한 한 부분을 떠맡았다.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이 퍼즐의 희한한 사실들을 숫자로 소개한다.
* 루빅스 큐브의 순열 수는 4300경(1경은 10의 16승) 이상이다.

* 루빅스 큐브를 매초에 한 번씩 돌릴 경우 모든 순열을 거치는데 1.4조 년이 걸린다.

* 루빅스 큐브는 1980년 전 세계에 시판된 이래 4억5000개 이상 팔렸다.

* 가수 저스틴 비버와 배우 윌 스미스도 루빅스 큐브 팬이다.

* 루빅스 큐브의 모든 순열은 20차례 이내로 돌리면 풀 수 있다.

* 루빅스 큐브를 가장 빨리 맞춘 기록은 현재 3.47초다. 지난 11월 중국 선수 두유성이 세웠다.

* 로봇이 루빅스 큐브를 맞추는 데는 0.38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 두 눈을 가리고 루빅스 큐브를 맞춘 기록도 있다.

* 올해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우주비행사도 루빅스 큐브를 맞췄다.

* 세계 최대의 루빅스 큐브는 한 면의 길이가 3m다.가장 작은 것은 10㎜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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