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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없이 식탁에 고기를 올린다?

동물 없이 식탁에 고기를 올린다?

동물 조직 키운 배양육은 고기와 DNA까지 똑같을 뿐 아니라 환경 문제 해소에도 도움돼
뼈·깃털이나 털 없이 고기를 배양하면 같은 자원으로 더 많은 고기를 얻을 수 있다. / 사진:GETTY IMAGES BANK
“동물을 이용하지 않고 고기를 배양할 수 있다면 왜 그렇게 하지 않겠는가?”

공상과학 작가나 미국 동물애호협회 회장의 발언이 아니다. 지난 9월 사임한 톰 헤이스 전 타이슨 푸즈 CEO가 임기 말년에 던진 말이다. 맞다 ‘치킨’의 대명사격인 그 타이슨이다. 타이슨 푸드는 미국 내 단연 최대 식육 생산업체다.

타이슨 CEO가 왜 식육생산 과정에서 동물을 배제하려 할까? 일정 부분 그렇게 하면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뼈·깃털이나 털 없이 고기를 배양하면 같은 자원으로 더 많은 고기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좋은 일이기도 하다. 유엔 과학자들은 식용 목적의 동물 사육과 도살은 “지구 온난화, 토지 황폐화, 공기·수질 오염, 생물다양성 상실 등 세계의 가장 긴박한 환경 문제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말한다.

세계의 인구증가에 따라 현재의 식육생산을 더 확대해 모두를 먹여 살릴 만큼 자원이 넉넉하지 않다. 그리고 어쨌든 우리 대다수는 본능적으로 가축을 도살하지 않은 고기를 선호할 것이다. 2017년 동물보호 싱크탱크의 한 조사에선 과반수가 현재 우리의 식품 시스템에서 동물의 활용 방식에 거부감을 느꼈다. 또한 절반 가까이가 실제로 도살장 이용 금지를 원했다.

식육 업계에선 식육 생산 금지를 원하는 육류 소비자가 그렇게 많다는 사실을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이 많았다. 그래서 미국 오클라호마주도 실제로는 사람들이 도살장 폐쇄를 원치는 않으리라 가정하고 비슷한 조사를 실시했다. 하지만 오클라호마주의 조사에서도 동물의 처우에 거부감을 느낀다는 응답자가 3분의 2를 웃돌았다. 그리고 47%가 도살 금지를 원했다.

다행히 톰 헤이스 전 CEO가 말한 도살하지 않은 고기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세계 각지의 기업들이 동물을 수반하지 않는 식육 원가를 급속도로 끌어내린다. 동물의 일부가 아니라 양조장과 비슷한 시설에서 배양된 진짜 고기다. 이 ‘세포기반 고기(cell-based meat)’는 ‘배양육(cultured meat)’ ‘청정육(clean meat)’ ‘인공육(synthetic meat)’으로도 불린다. DNA 수준까지 모든 사람이 알고 있던 그 고기다. 효율적일 뿐 아니라 분변 오염도 없다. 고기가 깨끗한 환경에서 배양돼 고질적인 항생제 사용 문제도 없다.

이런 모든 이점을 갖췄으니 “왜 하지 않겠는가?”에 대한 답변은 한층 더 명확해진다. 재래식 식육에 비해 원가경쟁력을 갖도록 생산을 확대하는 데는 기술적인 어려움이 있지만 동물 없이 우리 식탁에 고기를 올리는 데는 과학적 혁신 기술이 필요하지 않다. 어쩌면 가장 큰 의문은 어떤 나라가 선두로 나서느냐다. 일본·네덜란드·이스라엘 정부가 이 같은 식육 생산 방식에 초점을 맞춘 연구와 스타트업에 투자해 왔다. 배양육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글로벌 문제의 범위를 감안할 때 해외의 이런 노력들은 박수 받을 만하다. 하지만 미국도 배양육의 성공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다행히 미국 정부가 고품질 단백질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미국 국립과학원은 백악관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배양육을 특히 성장 잠재력이 큰 기술 중 하나로 콕 집어 지목했다. 게다가 소니 퍼듀 농무장관은 다른 나라들에 선두 자리를 양보하기보다 미국이 탈동물(animal-free) 식육을 배양해야 한다고 직접적으로 말했다. 퍼듀 장관은 식육 업계단체 연설에서 “이 신기술이 공정한 규제 기준을 적용 받기 위해 미국 아닌 다른 나라로 가야 한다고 느끼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나중에 미국이 주요 식육 수출국 지위를 지키는 데 배양육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어떻게 식육을 배양해 더 효율적·효과적으로 사람들을 먹여 살릴 수 있느냐가 우리 미국의 목표가 돼야 한다. 이 기술을 포용해야지 배척해선 안 된다.”

그 뒤 불과 몇 주 전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미국 농무부는 현재의 규제 프레임워크 내에서 배양육을 공동 감독하는 방안을 공식 발표했다. 이번 발표로 수개월 간의 불확실성과 추측이 사라지면서 멤피스 비츠와 JUST 같은 선두 배양육 업체들에 미국 시장으로 향하는 곧고 평평한 길이 열릴 것이라는 분명한 신호를 줬다. 경이적으로 유익한 혁신이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에 있다는 사실은 흥분과 기대를 불러일으킨다. 누구든 좋아하는 음식을 포기할 필요가 없는 혁신이다.

톰 헤이스 전 CEO와 퍼듀 장관의 말에 귀 기울이면 동물을 수반하지 않는 식육을 포용해야 할 뿐 아니라 탈동물 식육의 보급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 제시카 아미



※ [필자는 워싱턴 D.C. 소재 비영리단체 굿 푸드 연구소(The Good Food Institute)의 정책국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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