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X로 강남 집값 잡을까]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울 수도
[GTX로 강남 집값 잡을까]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울 수도
정부가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한 카드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카드를 꺼내 들었다. GTX를 서둘러 놓고, 그 주변으로 3기 신도시를 건설해 서울 주택 수요를 분산하겠다는 의도다. GTX가 개통하면 출퇴근 부담이 확 주는 만큼 상대적으로 집값이 싼 수도권 외곽 지역이 인기를 끌 전망이다. 하지만 GTX 주요 노선이 서울 강남을 향해 있어 오히려 강남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주장도 나온다. 더구나 강남의 GTX 환승역은 초대형 지하도시로 개발되고, 주변엔 100층이 넘는 초고층 기업 사옥이 건설된다. 수도권으로의 주택 수요 분산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기반시설이지만, 이것이 되레 ‘강남불패 신화’를 굳히는 기폭제가 되는 역설적 개발이 될 수도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가운데)이 12월 27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노선 착공식에서 내빈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정부, GTX 개발에 속도전

계획대로 GTX가 건설되면 ‘교통 사각지대’에 있던 경기 북부 등 수도권 외곽지역의 교통환경은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특히 자족시설이 부족한 경기 북부는 그동안 일자리가 집중된 서울 강남 등지와 연결되는 광역교통망을 목말라하고 있었다. GTX가 운행을 시작하면 이들 도시에서 강남으로의 이동시간이 20분대로 확 좁혀진다. 현재 지하철로 80분 걸리는 일산~삼성(강남구)은 20분으로, 의정부~삼성은 74분에서 16분으로 줄어든다. 수도권 남부도 마찬가지다. 지하철로 80여 분이 걸리는 수원~삼성은 22분으로, 동탄에서 삼성은 19분이면 갈 수 있게 된다. 지하철보다 3~4배 빠른 GTX 덕에 수도권 외곽에서 강남으로 이동하는 시간이 기존의 4분의 1가량으로 줄어드는 것이다. 국내 직장인의 평균 통근시간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가장 긴 58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효과다.
이 때문에 정부와 전문가들은 GTX가 개통하면 서울 인구와 주택 수요를 수도권 외곽으로 분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최근 도심 주택 가격을 끌어올린 ‘직주근접’ 욕구를 충족 시켜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강남 집중화’ 현상이 서울을 넘어 수도권 전역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고속도로·고속철도가 개통하면 대도시가 주변 중소 도시의 인구나 경제력을 흡수하는 이른바 빨대효과에 대한 우려다. 1960년대 일본 고속철도 신칸센이 들어서면서 대도시인 도쿄와 오사카에 인구와 경제력이 집중된 예가 대표적이다. 신칸센처럼 GTX로 인해 강남은 더 비대해지고 수도권 외곽의 지역경제는 위축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교통이 뚫리면서 서울 접근성이 높아진 지역에선 종종 이 같은 빨대효과로 지역경제가 침체한 현상이 나타났다. 동두천의 보산동 미군 관광특구는 2007년 경원선 전철이 개통된 이후 미군이 용산·이태원 등지에서 유흥을 즐기면서 유령도시가 돼 버렸다. 인천 중심 상권 역할을 하던 부평역상권 역시 2012년 지하철 7호선 개통 이후 적잖은 타격을 받기도 했다.
강남엔 초대형 개발 호재

▎영동대로 복합환승센터 조감도. GTX 등의 통합 역사와 환승시설, 시민 편의시설 등이 갖춰질 예정이다. / 사진:서울시
환승센터 인근의 옛 한전부지에는 현대자동차그룹이 105층의 초고층 사옥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를 짓는다. GBC는 최근 수도권정비위원회 실무회의를 조건부로 통과하면서 속도가 붙고 있다. 빠르면 올해 상반기 착공도 가능할 전망이다. 이 같은 호재로 이미 오를 만큼 오른 삼성동 땅값은 또 들썩이고 있다. GBC 부지(삼성동 167번지)만 해도 현대차가 이 땅을 낙찰한 2014년보다 공시지가 기준으로 50% 이상 올랐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GBC 부지 공시지가는 현재 1㎡당 4000만원으로, 3.3㎡(1평)당 1억2000만원을 넘는다. 2014년 낙찰 때는 헛돈을 썼다는 비아냥거림을 듣기도 했던 현대차 그룹이 부동산시장의 ‘강남불패’의 신화를 확인시켜 준 셈이다. 부동산개발회사인 피데스개발 김승배 대표는 “앞으로 삼성동이 서울의 상징적 중심지로 부상하면서 수도권 외곽의 지역경제를 빨아들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산·의정부·수원·동탄 등 GTX 노선 주변 도시 거주자들이 업무는 물론 쇼핑·문화·여가생활을 위해 삼성동으로 몰려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정부가 최근 발표한 3기 신도시는 물론 GTX 주변에서 앞서 개발한 1·2기 신도시의 지역경제도 타격을 받게 된다. 특히 자족시설 강화를 앞세운 3기 신도시는 입주도 하기 전에 경쟁력을 잃고 베드타운(잠만 자는 도시)으로 전락할 수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강남 입장에서 보면 GTX 개발로 명실상부한 사통팔달 교통망이 갖춰지고, 업무·쇼핑·문화시설이 보강되는 것”이라며 “이게 오히려 강남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 때처럼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해 마련한 대책이 강남 집값 상승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서울·수도권 집값 안정화 기여 기대

▎현대차그룹의 초고층 사옥인 글로벌비즈니스센터 조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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