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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적출부터 이식까지 골든타임 잡아라

장기 적출부터 이식까지 골든타임 잡아라

메릴랜드대학 메디컬 센터팀, 드론으로 신장 안전 배달 테스트에 성공했지만 규제 많아 상용화는 오래 걸릴 듯
드론 장기 운송 테스트를 위해 제작된 특수 운반체 ‘장거리 운송을 위한 인간 장기 모니터링- 품질보증 기구(Homal)’. / 사진:UNIVERSITY OF MARYLAND MEDICAL CENTER
근년 들어 드론의 인기가 치솟았다. 드론은 무인항공기(UAV)의 일종이다. 이제 드론은 포장된 물품부터 사람까지 모든 것을 이동시키는 ‘운송의 미래’로 칭송된다. 그러나 드론은 의료 분야에서도 혁명을 일으킬 수 있다. 이식용 장기를 운반하는 데 유용하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에서 이식용 장기는 상용 항공기나 비싼 전세기를 이용해 운반된다. 하지만 드론을 사용하면 각각의 장기가 적출되는 병원에서 이식을 기다리는 환자가 있는 병원으로 직접 배달될 수 있다. 메릴랜드대학 메디컬 센터의 조셉 스칼레아 박사는 이런 상상의 시나리오를 현실로 바꾸는 일을 주도한다.

그는 뉴스위크에 “환자가 이식에 필요한 장기를 전달 받기 위해 민간 항공기가 도착하기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고 돌이켰다. “장기 이식을 받아야 하는 환자가 적합한 장기를 찾았을 경우 무엇보다 시간이 중요하다. 그래서 촌각을 다투게 되는데 내가 맡은 환자들은 항공편이 없어서 장기를 이식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난 그런 방식을 뜯어고쳐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식 성공률을 높이고 더 많은 생명을 살리기 위해 발전된 장기 이송 방법을 마련하고 싶었다. 분명히 더 나은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우리는 몇몇 전문가와 손잡고 드론을 사용해 장기 이식률을 높을 수 있는 놀라운 해결책을 찾아냈다.”

2018년 3월 스칼레아 박사팀은 테스트에 사용할 수 있는 신장이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실제 이식에 사용될 수 있을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다는 얘기였다). 그들은 그 신장을 운송하면서 상태를 모니터하기 위해 특수 운반체를 만들고 ‘장거리 운송을 위한 인간 장기 모니터링·품질보증 기구(Homal)’라는 이름을 붙였다. 위성항법장치(GPS)와 결합된 무선 바이오센서가 장기의 온도와 압력, 위치를 실시간으로 알려줄 수 있도록 설계했다.
2018년 3월 실시된 테스트에서 스칼레아 박사팀이 제작한 드론은 신장을 싣고 62분 동안 최고 시속 68㎞로 비행했다. / 사진:UNIVERSITY OF MARYLAND MEDICAL CENTER
그들은 DJI M600 프로 드론을 사용해 14차례의 드론 장기 운송 테스트를 실시했다. 이 드론 모델을 사용한 것은 6개의 모터가 각 프로펠러 바로 밑에 위치해 장기 운반용 상자에 열전달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테스트에서 이 드론은 신장을 싣고 62분 동안 최고 시속 68㎞로 비행했다. 테스트하는 4시간 반 동안 장기는 건강한 상태를 유지했다. 비행 도중 장기 보관에 적절한 온도인 2.5℃를 꾸준히 유지했고, 운송 전과 후의 생체 조직검사에서 드론의 진동이나 기압으로 인한 피해도 전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테스트 결과는 2018년 11월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의 학술지 보건의료 변환 연지니어링 저널에 발표됐다.

스칼레아 박사는 “현재로선 운반 도중 장기의 상태를 모니터할 실질적인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나는 만약 드론을 사용할 경우 도착한 장기가 떠날 때와 똑같은 상태를 유지한다는 것을 환자와 이식 전문의, 간호사가 확신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드론을 사용하면 혜택이 많다.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장기를 자율적으로 운송할 수 있는 능력은 여러 차례의 항공편을 연결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없애고 장기 적출부터 이식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여 이식할 때 장기의 상태를 개선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이 바로 그것이다. 장기를 이식 받는 환자가 좀 더 효율적인 방식으로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

스칼레아 박사는 이식용 장기의 드론 운송을 실제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선 추가 테스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병원이 의료품의 드론 운송을 채택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물리적·법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그 다음의 과제다.
GPS와 결합된 무선 바이오센서를 사용하면 드론 운송 도중 장기의 상태(온도와 압력)와 위치를 실시간으로 알 수 있다. / 사진:UNIVERSITY OF MARYLAND MEDICAL CENTER
예를 들어 미국 연방항공청(FAA) 규정에 따르면 UAV는 고도 122m, 속도 시속 160㎞를 넘을 수 없다. 또 UAV는 사람들의 머리 위나 연방정부 건물 위를 이동할 수 없으며 언제나 조종자의 시야 안에 있어야 한다. 이 모든 제한 때문에 지금으로선 건물이 즐비한 대도시의 병원에 드론이 도달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스칼레아 박사는 “이러한 제한 규정은 중요한 장기뿐만 아니라 중요한 의료용품을 드론으로 배달하는 데도 큰 장벽”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만약 그런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면 잠재적인 혜택은 매우 크다. 미국에서 기증된 신장의 약 20%는 이식 받을 수 있는 환자에게 신속히 운송되지 못해 폐기되는 상황이다. 매년 약 2700개의 생생한 장기가 낭비된다는 뜻이다. 스칼레아 박사는 법적·기술적 장애물들이 제거되면 장기의 드론 운송으로 필요한 환자에게 장기가 더 신속히 배달되고 기증된 장기가 폐기되는 일도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

그는 “장기 운송은 지난 51년 동안 혁신되지 않고 제자리에 머물렀다”고 말했다. “지금 우리는 실질적인 변화를 앞두고 있다. 드론은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기술이다. 드론처럼 좀 더 효율적인 수단을 사용함으로써 장기 적출부터 이식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면 장기 이식 분야에서 수십 년만에 획기적인 변화가 이뤄질 것이다.”

- 앨프리드 조이너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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