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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축구장 광고판 “북한으로 오세요”

영국 축구장 광고판 “북한으로 오세요”

잉글랜드 동북부 6부 리그팀 블라이스 스파르탄스, 북한관광 전문업체와 스폰서 계약
블라이스 스파르탄스의 팬들은 2018년 12월 26일 홈구장 크로프트 파크에서 ‘북한으로 오세요’라고 적힌 광고판을 보고 소셜미디어에서 논란을 벌였다. / 사진:BLYTH SPARTANS FC
북한관광 전문업체가 영국 잉글랜드 북동부에 있는 6부 리그 축구팀 블라이스 스파르탄스의 새로운 스폰서로 깜짝 등장했다. 블라이스 스파르탄스의 팬들은 2018년 12월 26일 스페니무어 타운 팀과의 경기가 열린 홈구장 크로프트 파크에서 ‘북한으로 오세요(Visit North Korea)’라고 적힌 광고판을 보고 어리둥절한 모습이었다. 북한관광 전문업체 비지트 노스 코리아(Visit North Korea)의 광고였다. 현재 북한은 한국·미국과 평화 프로세스를 위한 전례 없는 비핵화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 광고판은 은둔의 나라로 알려진 북한을 둘러보는 관광상품이 자세히 소개되는 웹사이트를 선전했다. 그 웹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비지트 노스 코리아는 세계에서 가장 비밀스러운 나라 북한의 곳곳으로 전문가가 안내하는 여행상품을 제공한다”는 글이 곧바로 눈에 들어온다.

블라이스 스파르탄스의 광고 담당 매니저 마크 스콧은 그날 경기 프로그램에도 같은 소개문을 삽입했다. 현지 신문 이브닝 크로니클에 따르면 스콧은 북한의 평판을 묻는 질문에 “내가 어떻게 판단하겠느냐?”고 말했다. 다만 그는 계약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아무런 하자 없이” 체결됐으며 팀이 거기서 이미 혜택을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자신은 북한의 정치와 아무런 관련 없으며 북한의 압제정권을 지지하는 것도 아니라며 “최근 마이클 페일린의 북한 다큐멘터리를 시청하면서 북한에 대해 더 열린 마음을 갖게 됐다”고 덧붙였다.

비지트 노스 코리아는 영국 동북부에 위치한 선더랜드대학에서 중국학을 전공한 톰 파우디가 설립해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150파운드(약 21만원)를 선불로 내고 경기장에 광고판을 세웠다. 비지트 노스 코리아의 웹사이트에 따르면 이 회사의 위치는 홍콩에서 멀지 않은 중국 동남부 광둥성 선전에 있다. “우리 회사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고품질 여행상품을 전문으로 제공하며 인적 교류와 이해, 발전의 길을 증진하는 것이 목표”라고 돼 있다. 파우디 대표는 경기장에서 광고판을 발견한 블라이스 스파르탄스 팬들이 충격 받고 놀란 것은 사실이지만 “스폰서 계약을 환영하며 비지트 노스 코리아에 관심이 있다는 팬들도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스포츠계의 관심이 쏟아지면 블라이스 스파르탄스의 연고지와 팀이 홍보되는 효과가 크다.”

올해 비지트 노스 코리아 웹사이트에 나와 있는 관광상품 중에는 ‘일상적인 언론 보도의 히스테리와 오해를 넘어 북한의 진실을 알고 싶어 하는 외국인을 위한 투어’가 있다. 여기엔 비무장지대(DMZ) 방문, 조선노동당 간부들과의 질의응답, 중국인민지원군열사능원(한국전쟁 중 전사한 중공군 묘지)을 비롯한 평양의 여러 명소를 방문하며 비용은 1234달러(약 138만원)다. 또 이 웹사이트는 북한을 좀 더 깊이 알고 싶어 하는 외국인을 위해 청진외국어학교에서 진행되는 9일짜리 ‘2019년 북한 동북부 여름 연수 프로그램’(1891달러)과 1개월짜리 ‘2019년 평양 김철주사범대학 연수 프로그램’ 등이 제공된다.
사진:TWITTER
비지트 노스 코리아 웹사이트는 블라이스 스파르탄스와의 계약과 크로프트 파크에 세워진 광고판에 대한 소셜미디어의 반응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비지트 노스 코리아는 영국 축구클럽 블라이스 스파르탄스와 스폰서 계약을 체결했다. 이 클럽의 연고지는 뉴캐슬 어폰 타인 부근의 노섬브리아이며 현재 홈구장 크로프트 파크에 우리 회사의 광고판을 세웠다. 아울러 이 클럽의 웹사이트와 소셜미디어 계정에도 비지트 노스 코리아의 웹사이트 링크가 제공된다. 이 발표문은 블라이스 스파르탄스의 2018년 12월 26일 경기 프로그램에도 실렸다.”

비지트 노스 코리아는 “경기가 진행되면서 관중이 곧바로 우리 광고판을 발견하고 놀라움을 표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레딧과 트위터를 포함한 다양한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 논의가 벌어졌고 관련 사진도 게재됐다. 분명히 독특하고 파격적이지만 비지트 노스 코리아는 영국인이 국민 스포츠로 즐기는 축구를 지방 차원에서 지원할 수 있게 된 것에 자부심을 갖는다. 우리 관광상품과 프로그램을 홍보함으로써 우리는 사람들이 시야를 더 넓히고 우리 세계를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

그러나 소셜미디어에선 축구팬들의 비난도 쏟아졌다. 북한에 억류됐다 풀려난 뒤 며칠 못 가 숨진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사건을 거론하며 “북한으로 관광을 떠나는 사람이 있다면 바보”라고 지적한 이들도 있었다. 한 네티즌은 “독재정권(북한)의 자금 조달을 도와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스포츠 뉴스를 전하는 한 트위터 계정은 “블라이스 스파르탄스 구장에 ‘북한으로 오세요’라는 광고가 붙은 것을 믿을 수 없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블라이스 스파르탄스 유니폼을 입은 모습을 합성해 올리기도 했다.

미국인의 북한 여행은 2017년 7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으로 금지됐다. 버지니아대학 학생이던 웜비어가 북한에 장기억류됐다가 의식불명 상태로 미국에 송환된 직후 숨진 지 한 달이 지난 시점에 내려진 결정이었다. 웜비어는 2016년 1월 북한으로 관광을 왔다가 조선노동당의 선전물을 훔치려 한 혐의로 체포돼 같은 해 3월 체제전복 음모죄가 적용돼 15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북한에 17개월간 억류됐다가 2017년 6월 의식불명 상태로 석방됐지만 귀국한 지 엿새 만에 숨을 거뒀다.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8년 6월 역사적인 정상회담을 갖고 냉전 시대부터 지속되는 양측 사이의 적대정책을 끝내기 위한 협상을 시작했다. 또 최근 미국 정부는 민간 차원의 대북한 인도적 지원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미국인의 북한 여행금지 조치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2018년 말 미국의 대북 실무협상을 이끄는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내년 초 미국의 지원단체들과 만나 적절한 (대북) 지원을 더욱 확실히 보장할 방법에 대해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영국 외무부도 “반드시 필요한 경우가 아닌 모든 북한 여행의 자제를 권고한다”고 밝혔지만 영국인은 북한을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다. 최근 북한은 자국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라고 자찬했다. 블라이스 스파르탄스가 그처럼 아주 특이한 업체와 스폰서 계약을 체결한 것은 최근 팀으로서의 부진한 성적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이 클럽도 북한처럼 이미지 쇄신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 톰 오코너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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