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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보험 출시한 보험사 속내는] “팔아도 남는 건 없는데 고객은 늘려야 하고…”

[미니 보험 출시한 보험사 속내는] “팔아도 남는 건 없는데 고객은 늘려야 하고…”

보험료 1만원 이하 암·상해·운전자 상품 줄 이어... 20~30대 고객 잡으려는 ‘미끼상품’ 지적도
처브라이프생명(옛 에이스생명)은 지난 1월 ‘Chubb 오직 유방암만 생각하는 보험’을 내놨다. 이 보험은 출시 이후 매월 100여 건 정도의 실적을 내고 있다. 이 상품이 고객들의 눈길을 끈 건 저렴한 보험료 때문이다. 보혐료는 20세 여성 기준 월 보험료 180원, 30세 기준 630원이다. 다른 질병은 제외하고 유방암에만 선택과 집중을 한 상품이다. 이 상품은 유방암만 특화해 암 진단 때 500만원, 수술 때 500만원의 보험금을 지급하는 구조로 단순화한 온라인 전용 상품이다. 처브라이프생명 관계자는 “복잡한 특약으로 이뤄진 기존 암보험과 달리 유방암에 특화한 데다 온라인 전용 상품으로 가입이 편리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월 보험료가 1만원도 채 되지 않으면서 특정 질환이나 상해에 집중하는 미니 보험이 줄을 잇고 있다. 삼성생명은 월 2210원(30세 여성 1종 기준)만 내면 암 질병을 보장해주는 미니 암보험을 내놨다. 1종은 전체 암에 보장금 500만원, 2종은 위·폐·간암 보장금 500만원, 1000만원 중 선택할 수 있다. 라이나생명은 20~30대를 대상으로 보험료가 월 9900원인 ‘9900ONE 암보험’과 ‘9900ONE 치아보험’을 내놨다. MG손해보험이 보험 공동구매 플랫폼인 인바이유와 손을 잡고 출시한 ‘인바이유운전자보험’ 보혐료는 연 1만8000원(월 1500원)이다.

월 보험료가 저렴한 미니 보험이 잇따라 등장할 수 있는 배경은 특약을 줄이고 보장 범위를 축소했기 때문이다. 기존 보험상품이 여러 질환과 상해를 보장받던 패키지였다면 미니 보험은 특정 질병을 쪼개서 단일 상품으로 만든 것에 가깝다. 이들 상품은 대부분 온라인 전용 상품이다. 설계사 채널을 통하지 않고 온라인으로 바로 가입할 수 있기 때문에 최소 보험료만 부담할 수 있다.
 손해율 관리가 관건
고객들에겐 좋은 평가를 얻고 있지만 사실 보험사 입장에선 내키지 않은 상품이다. 보험료가 싼 데다, 가입기간도 5년 이내로 짧아 보험사 입장에서는 상품을 팔아도 별로 남는 게 없어서다. 예컨대 보험사가 연금저축보험을 판매할 경우 연금상품은 10년 이상의 장기보험에다가 금액도 커서 납입 보험료 중에서 보험사가 많게는 10~15% 정도를 수수료로 떼어 갈 수 있다. 그러나 미니 보험은 팔아도 이윤이 거의 없다.

여기에 손해율도 걱정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실손보험 손해율은 122.9%다. 생보사 손해율은 110.2%다. 손해율은 보험회사가 거둬들인 보험료 중 사고가 발생했을 때 피해자에게 지급하는 보험금의 비율이다. 손해율이 100%를 넘는다는 것은 보험료로 받은 수입보다 손해가 더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보험사들의 손해율이 100%를 넘는 상황에서 보험료가 적은 미니 보험에서 암과 같은 중대질병이 발생하면 손해율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보험사 입장에서는 미니 보험 상품을 판매하려면 손해율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런데도 이런 상품을 내놓는 것은 어려운 경영환경을 극복하려는 전략에서다. 저금리와 국내외 경기 침체 등으로 젊은 층의 보험가입은 줄고 해지가 늘어나면서 보장 범위를 줄이고 보험료 부담을 낮춰 고객을 끌어들이고자 하는 것이다. 실제로 20~30대의 생명보험 가입건수는 줄어들고 있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2016년 20대의 생명보험 보유계약건수는 722만6590건으로 전년 대비 1만3265건 줄었다. 30대 생명보험 가입도 2016년 1316만5214건으로 1년 전보다 47만1846건이나 감소했다.

시장에서는 앞으로 미니 보험 상품 출시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온라인을 통한 판매가 늘고 다양한 상품을 선보이고 있어서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소액보험 활성화를 추진하는 것도 긍정적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5월 ‘금융업 진입 규제 방안’을 내놓고 소액단기보험사 설립 규제 완화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현행 규제는 특정 소액담보를 취급하는 보험사도 모든 담보를 판매하는 대형보험사와 동일한 진입 규제를 받는다. 소규모 보험사의 진입이 어렵게 돼 있다. 예를 들어 소규모로 여행자 보험만 취급하려는 보험사를 설립할 경우 동일하게 상해보험 100억원, 책임보험 100억원으로 합계 200억원의 최소자본금이 요구된다. 김석영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험산업에 대한 진입규제 완화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진 중소전문보험사의 보험시장 진출은 소비자후생 증가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미니 보험에 가입하려는 고객이라면 보장 내용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단일 종목에 선택과 집중을 하다 보니 미니 보험은 보장 범위가 좁고 내용이 단순할 수 있어서다. 예컨대 암 관련 보험상품일 경우 암 질병에 관한 보장은 물론 암 방사선 약물치료, 항암가발비용, 암 요양병원 입원비 등 보장범위가 넓다. 이와 달리 유방암 미니 보험의 경우 유방암 발병 때 진단비와 수술비는 지급하지만 다른 암에서 전이된 유방암에 대해서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특정 질병이나 상해가 아닌 경우에는 보험금 지급이 제한된다.
 일본처럼 생활밀착형 상품 많이 내놔야
대부분 미니 보험은 갱신형으로 설계된다. 때문에 갱신 때는 보험료가 큰 폭 오를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나이가 들어 일반 암보험으로 갈아타야 할 때 나이가 든 만큼 더 많은 비용을 내거나 일부 상품은 보장이 제한될 가능성도 있다. 처브라이프생명 관계자는 “미니 보험은 보장 금액·기간·범위를 제한한 상품이기 때문에 기존에 가입돼 있는 일반질병 보험에 추가로 가입해 질병이 발생했을 때 이중으로 보장받는 게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미니 보험이 보험시장에서 안착되려면 생활밀착형 상품을 출시해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일본은 미니 보험 시장이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나라다. 일본 소액단기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5월 말 기준 보험사는 97개사다. 소액단기보험 상품 가입자는 700만 명을 넘어섰고, 계약건수와 수입보험료는 연 평균 10%씩 성장하고 있다. 일본 미니 보험 시장이 활성화되기 시작된 건 지난 2006년 4월부터다. 정부가 최소 자본금 1000만엔(일반 보험회사는 10억엔)으로도 보험회사를 설립할 수 있도록 보험업법을 개정하면서다.

여기에 미니 보험사가 다양한 만큼 이색적인 상품의 출시도 늘었다. 공연 티켓을 예약한 후 갑작스런 사정으로 못가게 됐을 때 티켓값을 보상하는 보험, 홀로 사는 임대인이 사망했을 때 집주인에게 보상하는 고독사보험, 억울한 성추행 누명을 입었을 때 보장하는 치한보험 등의 상품이 인기를 얻었다. 이 외에 변호사비용보험, 조난 시 구조비용보험, 입원이나 자연재해 등으로 결혼식을 취소한 경우의 비용 등을 보상하는 결혼식종합보험 등도 있다. 정인영 보험연구원 연구원은 “일본 소액단기보험업은 안정적인 성장세가 지속되고 신규 설립 회사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면서 “이 회사들은 소액단기보험의 인지도 향상을 위해 다양한 활동과 차별화된 상품개발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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