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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홈팟이 만리장성 넘을까

애플 홈팟이 만리장성 넘을까

중국의 3대 IT 대기업 알리바바·샤오미·바이두가 선점하는 현지 스마트 스피커 시장에서 애플의 성공 확률 높지 않아
중국인의 고급 스마트 스피커 기피현상은 중국 소비자에게 홈팟을 약 45만원에 판매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사진은 아마존 에코. / 사진:MARK LENNIHAN-AP-NEWSIS
애플이 2019년 초 중국에서 홈팟 스마트 스피커를 2799위안(약 45만7000원)에 출시할 예정이다. 미국 판매 모델보다 대략 17% 높은 가격이다. 아직 중국에 스마트 스피커를 출시하지 않은 아마존과 알파벳 구글 같은 미국 경쟁사에 비해 유리한 스타트를 끊게 된다. 그러나 중국 스마트 스피커 시장은 3대 국내 IT 대기업 알리바바·샤오미·바이두가 선점하고 있다. 애플이 이들 3대 라이벌을 따라잡을 수 있을까, 아니면 이미 너무 늦어버린 걸까?
 중국의 스마트 스피커 시장
시장조사 업체 캐널리스에 따르면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스마트 스피커 시장이다. 2018년 3분기 중 중국 전체 공급량이 580만 대에 달해 100만 대에 못 미쳤던 전년에 비해 6배 가까이 증가했다. 알리바바가 220만 대를 팔아 선두를 달렸고 샤오미가 190만 대로 2위, 바이두가 100만 대로 3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알리바바의 판매량은 그 뒤로 26%, 샤오미는 6% 감소했다. 바이두만 711%의 증가를 기록했다. 이는 바이두가 검색 생태계 시장의 선도적 지위와 두어OS(DuerOS) 가상비서를 지렛대 삼아 중저가 샤오두(Xiao DU) 스마트 스피커 판매에 성공했음을 말해준다. 최초 판매가는 249위안(약 4만원)이었지만 지금은 대당 89위안(약 1만5000원) 또는 2대 이상 주문시 69위안(약 1만1000원)에 판매된다.

샤오두는 2018년 11월 1699위안(약 28만원)에 출시된 바이두 1세대 레이븐(Raven) H 스피커보다 훨씬 판매실적이 좋았다. 고급 스마트 스피커 기피현상은 애플이 중국 소비자에게 홈팟을 400달러(약 45만원) 넘는 가격에 판매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바이두는 스마트 디스플레이도 599위안(약 9만8000원)에 판매한다.

알리바바는 자사의 전자상거래 생태계를 지렛대 삼아 메이디·하이얼·AUX 같은 가전제품 제조사들의 스마트홈 제품에 자사 티몰지니 스피커를 번들로 묶어 판매하도록 설득하고 있다. 그에 따라 소비자는 스피커를 통해 새로 구입한 전자제품을 즉시 작동할 수 있으며 또한 알리바바의 티몰에 제품을 주문할 수도 있다. 알리바바는 2018년 소비자가 499위안(8만2000원)에 티몰지니를 선보였지만 2018년 광군제(Singles Day) 중 한시적으로 15달러에 할인 판매하기도 했다.

샤오미는 저가 스마트폰 시장의 높은 점유율, 확대되는 자사의 저가 스마트홈 기기 생태계, 그리고 자사의 온라인·오프라인 소매유통 생태계를 지렛대 삼아 그들의 샤오미 인공지능 스마트 스피커를 299위안(4만9000원)에 판매한다. 샤오 인공지능은 샤오미의 확대되는 미 클라우드 서비스 생태계에 연결돼 있다.
 환경은 애플에 유리하지 않다
알리바바는 지난해 광군제 중 스마트 스피커 티몰지니를 한시적으로 15달러에 할인 판매했다. / 사진:YOUTUBE
바이두·알리바바·샤오미는 저마다 온라인검색·전자상거래·스마트폰 시장에서의 강점을 지렛대 삼아 스마트 스피커를 판매한다. 애플은 중국 시장에서 그런 이점을 누리지 못한다. 시장조사 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애플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11.9%의 점유율로 삼성과 화웨이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중국에선 여전히 고급 브랜드로 널리 인식되지만 업그레이드 주기가 길어지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아이폰 판매가 둔화되고 있다.

한편 최근 화웨이 멍완저우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체포로 무역긴장이 더욱 악화되면서 중국 소비자들이 애플 같은 미국 브랜드보다 국내 브랜드를 선호하는 쪽으로 돌아설 수도 있다. 여러 중국 업체가 최근 직원들에게 화웨이 제품만 사용하도록 정책을 수정했으며 그런 압력이 심해지면서 소비자가 홈팟 같은 애플 신제품을 기피할 수 있다.

애플은 고급 스트리밍 오디오 기기를 판매한다고 주장할지 모르지만 애플 뮤직의 중국 내 이용자는 텐센트 뮤직에 비하면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중국 최대 스트리밍 음악 서비스인 텐센트 뮤직의 월간실제이용자(MAUs)는 8억 명을 넘는다. 텐센트는 또한 중국 내 1위 모바일 메신저 앱 위챗을 이용하면서 음악을 스트리밍할 수 있는 독자 브랜드 스마트 스피커 팅팅(Tingting)을 판매한다.
 중국에서 홈팟은 가망 없을 수도
중국에서 홈팟을 출시하려는 애플의 결정은 대담하거나 절망적으로 간주될 수 있다. 애플이 그들의 400달러짜리 스피커가 팔릴 만큼 브랜드 파워가 있다고 믿는다면 대담한 쪽이고 단순히 아이폰 수요 약화를 만회하려 다른 하드웨어 제품을 판매하려 한다면 절망적인 쪽이다. 어느 쪽이든 애플은 중국 시장에서 힘들고 벅찬 싸움을 벌여야 한다.

긍정적인 면을 볼 때 시장조사 업체 스트래티지 어낼리닉스에 따르면 지난 3분기 글로벌 스마트 스피커 시장에서 홈팟이 5%에 가까운 점유율을 차지한 것으로 전해진다. 따라서 애플은 아마존·구글·알리바바·샤오미·바이두에 이어 6위 자리를 지킨다. 중국시장이 있든 없든 이 성장시장에 발판을 마련했다는 의미다.

- 레오 선 모틀리 풀 기자



※ [이 기사는 금융정보 사이트 모틀리풀에 먼저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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