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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으로 예술사진 찍으려면…

스마트폰으로 예술사진 찍으려면…

인물사진 모드, 스마트 HDR, 저조도 장노출 등의 기능 구현해주는 앱 잘 사용해야
왼쪽부터 시곗바늘 방향으로) 아이폰8플러스로 나잇캡(NightCap) 앱을 사용해 라이트 트레일 모드 장노출로 찍은 영국 런던의 타워브리지. 아이폰의 라이브 포토 모드에서 장노출로 촬영한 사진. 미국 샌프란시스코 도심의 자동차 흐름과 호주 골드코스트 벌리 헤즈의 불놀이를 라이트 트레일 모드 장노출로 촬영했다. / 사진:ROB LAYTON
우리가 스마트폰으로 사진 찍을 때 어느 회사 제품인지 또 어떤 모델인지에 따라 약간씩 차이는 있지만 영상 하나를 만들기 위해 수많은 작동이 이뤄진다. 대다수는 자동 초점·자동 노출 기능을 사용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피사체를 화면으로 보면서 셔터만 누르면 되는 카메라폰의 특징적 기능이 바로 그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진 찍을 때 스마트폰은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동안 숱한 장면의 프레임을 포착하고 차곡차곡 쌓아둔다(때로는 셔터 버튼을 누르기 전에도 그런 작업을 한다). 예를 들어 장면의 가장 밝고 어두운 부분을 인식하고 노출을 조절하며 피사체를 명확하게 드러내고 배경을 인위적으로 흐리게 만들기 위해 구도를 3차원 맵으로 만드는 등의 과정을 거친다.

이를 ‘컴퓨테이셔널 포토그래피(computational photography)’라고 부른다. 컴퓨터를 이용한 사진 기법으로 영상 포착이 순전히 광학적인 과정이라기보다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디지털 과정을 통해 이뤄진다는 뜻이다. 영상 조정과 처리도 기존의 카메라와 달리 촬영 후 편집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지 않고 카메라 안에서 실시간으로 진행된다.

컴퓨테이셔널 포토그래피는 영상 포착, 편집, 저장 등 모든 과정이 스마트폰 안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영상 제작을 능률화하고 간소화한다. 특히 어려운 과정 대부분은 사진을 찍는 순간 동시에 진행된다.

일상적인 사용자에게 그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스마트폰이 고가의 DSLR(디지털 단일렌즈 리플렉스) 카메라와 충분히 경쟁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많은 경우 기능이 그보다 더 우수하다는 뜻이다. 전문적인 작품 같은 사진을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이 우리 손안에 있다는 의미다.

나는 30여 년 전부터 사진에 매달렸다. 처음엔 필름과 암실, 한 가방 분량의 카메라와 렌즈를 사용했다. 그러다가 어쩔 수 없이 DSLR로 바꿨다. DSLR에선 빛이 렌즈를 통과해 반사경(리플렉스)까지 이동하면 반사경이 영상을 뷰파인더에 보내고 셔터가 작동할 때 센서가 영상을 포착할 수 있도록 해준다. 하지만 요즘 나는 아이폰으로만 사진을 찍는다. 비용이 저렴하고 항상 휴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액세서리 렌즈 두 개, 리그 두 개(하나는 수중 촬영용, 다른 하나는 지상 촬영용이다),

삼각대 하나, 그리고 여러 개의 사진 앱을 사용한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컴퓨테이셔널 포토그래피의 강점은 앱에서 나온다. 성능과 외관을 더 낫게 개조한 자동차라고 생각하면 된다. 예를 들어 앱은 기존의 엔진 성능을 최대한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또 개선해주는 맞춤형 부가물이다. 또 경주용 자동차에서처럼 최고의 부가물은 세월이 흐르면 대부분 대량생산으로 일반화된다.

애플의 아이폰X가 바로 그런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저조도(low-light) 촬영 성능, 스마트 HDR(디지털 영상에서 밝은 곳은 더 밝게, 어두운 곳은 더 어둡게 만들어 사람이 실제 눈으로 보는 것에 가깝게 밝기의 범위를 확장하는 기술로 밝기가 서로 다른 사진을 연속 촬영 후 밝고 어두운 부분이 모두 잘 나온 한 장의 사진으로 합성해준다), 인위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피사계 심도(depth-of-field) 기능의 발전을 통해 고성능 컴퓨테이셔널 포토그래피를 구현해주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현재로선 아이폰X가 시중에 나와 있는 최고의 카메라폰이다.

얼마 전까지는 화웨이 P20 프로가 최고의 카메라폰으로 인정 받았다. 그전엔 구글의 픽셀2, 픽셀3가 인기였다. 그처럼 영상에 집착하는 현대사회에선 최고의 카메라폰이 되기 위한 경쟁이 너무나 치열하며, 각 제조사는 호시탐탐 상대를 뛰어넘을 기회를 찾으려고 애쓴다. 심지어 요즘은 스마트폰이 전화기보다는 카메라로 광고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카메라폰이라고도 부른다.

전통적인 카메라 제조사는 스마트폰의 도전으로 상당한 압박을 받는다. 어떻게 보면 종이 신문과 디지털 미디어 사이의 역학 관계와 비슷하다. 신문은 품질과 신뢰를 내세우지만 디지털 미디어는 시장의 요구에 더 빨리 더 효과적으로 반응한다. 스마트폰 제조사들도 마찬가지다.

현재로선 더 나은 사진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 컴퓨테이셔널 포토그래피의 주요 기능이 인물사진 모드(Portrait mode), 스마트 HDR, 저조도 장노출이다. 하나씩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
 인물사진 모드
아이폰8플러스로 찍은 저조도 사진. / 사진:ROB LAYTON
기존 카메라는 배경을 흐릿하게 만들어 피사체를 강조할 목적으로 장초점 렌즈와 대형 조리개를 사용한다. 그러나 스마트폰은 렌즈의 초점 길이가 짧고 고정된 조리개를 사용해 컴퓨테이셔널 포토그래피에 기댈 수밖에 없다. 후방 카메라가 하나 이상인 경우에 가능한 기능이다(대부분이 듀얼 카메라이고 화웨이를 비롯한 일부 기기는 후방 카메라가 3개다).

후방 카메라 두 개를 사용해 하나는 광각 렌즈로 와이드 앵글을 잡고 다른 하나는 표준 렌즈보다 초점거리가 긴 협각(망원) 렌즈로 피사체를 확대한다. 그 다음 그 두 가지를 합성한다. 망원 카메라를 이용한 인물 촬영에 광각·망원 카메라 두개를 이용한 거리 측정, 거기에다 계산 알고리즘을 더해 피사체의 배경을 흐리게 만드는 소위 ‘아웃포커스 효과’를 구현한다는 뜻이다. 주위 배경을 흐리게 만들어 하나의 피사체에 집중된 사진을 촬용할 수 있는 기능이다. 제3의 카메라와 편집 앱으로 미세 조정이 가능해 한 장면 중 어느 배경을 어느 정도 흐리게 만들지 사용자가 결정할 수 있다. 이를 ‘보케(bokeh) 효과’라고 한다.

스마트폰에 기본으로 탑재된 앱 외에 iOS(애플 아이폰 운영체제)를 사용하는 경우 포코스(Focos), 핼라이드(Halide), 프로캠6(ProCam6), 다크룸(Darkroom) 같은 앱을 추가할 수 있다. 안드로이드 앱은 현재 상당히 격차가 심해 추천하기가 까다롭다. 앱 개발자 다수가 카메라폰의 표준 환경으로 인정되는 iOS를 선택한다. 하지만 구글 카메라(Google Camera)나 오픈 카메라(Open Camera) 앱도 시도해볼 만하다.
 스마트 HDR
이 사진에서 별이 보인다는 것은 스마트폰으로 천체 사진도 찍을 수 있다는 뜻이다. / 사진:ROB LAYTON
사람의 눈은 명암의 차이를 카메라보다 훨썬 더 효과적으로 인식할 수 있다. 요즘 새로 나오는 대다수 스마트폰에선 그처럼 픽셀이 나타낼 수 있는 최소 광량과 최대 광량 간의 비율(명암의 차이)을 높이기 위해 HDR이 표준 기능으로 탑재된다. HDR은 기존 사진 기법을 응용한 기능이다. 밝기가 서로 다른 사진을 연속 촬영 후 밝고 어두운 부분이 모두 잘 나온 한 장의 사진으로 합성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그 성능은 스마트폰의 영상 센서와 영상신호 처리 칩(ISP)의 속도에 따라 달라진다.

HDR 앱은 여러 가지가 나와 있다. 그중 일부는 장면 하나를 100프레임까지 찍을 수 있다. 하지만 초점이 흐려지는 것을 막으려면 스마트폰이 흔들리지 않도록 고정할 필요가 있다. iOS의 경우 하이드라(Hydra), 프로HDRx(ProHDRx), 안드로이드의 경우 프로 HDR 카메라(Pro HDR Camera)가 추천할 만한 앱이다.
 저조도 장노출
스마트폰은 영상 센서가 작고 픽셀 깊이가 짧다. 따라서 어두운 저조도 환경에선 기능이 떨어진다. 그런 점을 보완하기 위해 앱 개발자와 카메라폰 제조사는 노출 수준을 달리해 여러 개의 프레임을 촬영한 다음 차곡차곡 쌓은 다음 평균적인 프레임을 채택해 노이즈(센서를 벗어난 임의의 픽셀)을 줄이는 기법을 택한다.

포토숍에서 수작업으로 이뤄지는 과정을 스마트폰에서 자동화한 기법으로 HDR이 진화한 형태다. 구글 픽셀3와 화웨이 P20이 어두운 곳에서 사진이 잘 나오는 이유다. 아울러 DSLR이나 필름 카메라에선 금기지만 스마트폰은 햇빛 속에서 과다노출의 위험 없이 장노출이 가능하다. iOS의 나이트캡(NightCap)이나 안드로이드의 카메라 FV-5(Camera FV-5) 같은 앱을 사용하면 장노출의 효과가 뚜렷이 드러난다.

밝은 빛이 이어진 것처럼 보이는 라이트 트레일(light trails) 모드는 이동하는 밝은 불빛을 포착하기 위해 장노출을 가능케 해준다. 영상 스태킹에 자동조정(auto-alignment) 기능을 더한 어도비의 무료 편집앱 라이트룸(Lightroom)을 사용할 때는 삼각대가 없어도 괜찮지만 일반적인 장노출 사진에선 삼각대가 필수다.

아이폰의 기본 카메라 앱에서 장노출 기능은 라이브(Live) 모드 버튼을 누르면 작동한다. 아이폰은 셔터를 누르기 전부터 사진을 찍기 때문에 사진을 찍기 전과 후에 카메라를 안정된 상태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 피사체를 캡처한 다음 영상을 위로 밀어올리면 효과 옵션인 라이브(Live), 루프(Loop), 바운스(Bounce), 롱 익스포저(Long Exposure) 모드가 표시된다.

스마트폰 사진을 잘 찍으려면 자신이 가진 기기가 할 수 있는 기능과 할 수 없는 기능(실질적인 광학 초점 거리 조절)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그러나 컴퓨테이셔널 포토그래피가 발전하면서 카메라폰은 전문가가 아닌 사용자에게도 역동적이고 매력적인 공간이 되고 있다.

아울러 스마트폰은 단지 도구에 불과하며 컴퓨테이셔널 포토그래피가 그 도구를 작동시키는 기술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도 중요하다. ‘사진에서 중요한 건 카메라가 아니라 사진을 찍는 사람’이라는 옛말이 지금도 그대로 적용된다. 아무튼 사진 찍기는 갈수록 훨씬 더 쉬워지고 있다. 모두 즐겁게 셔터를 누르자.

- 롭 레이턴



※ [필자는 호주 본드대학 저널리즘 선임강사다. 이 글은 온라인 매체 컨버세이션에 먼저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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