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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귀여우면 깨물어주고 싶을까

왜 귀여우면 깨물어주고 싶을까

과도하게 긍정적인 감정 생길 때 뇌가 균형 맞추기 위해 정반대의 감정 유도하기 때문
‘꽤 귀엽다’는 정도가 아니라 ‘귀여워 죽겠어!’라거나 ‘어떡해!’라는 탄성이 나올 정도로 귀여움을 느낄 때 공격성을 경험할 수 있다. / 사진:GETTY IMAGES BANK
새끼 고양이가 너무 귀여워 으스러뜨리고 싶은 충동을 느낀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귀여운 공격성’이 나타난 것이다. 과도하게 긍정적인 감정을 느낄 때, 뇌가 심리적 균형을 맞추기 위해 정반대의 과격하고 공격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2013년 미국 예일대학 심리학과의 오리아나 아라곤 박사는 100여 명의 사람들에게 버블랩(일명 뽁뽁이)을 나눠주고 귀여운 동물과 일반적인 동물 사진을 차례로 보여줬다. 참가자들은 귀여운 동물 사진을 볼 때 더 많은 버블랩을 터뜨렸다. 연구팀은 이 현상을 ‘귀여운 공격성’이라고 표현했다. 귀여운 동물 사진을 보고 우리가 과도하게 긍정적인 감정을 느낄 때 그것을 진정시키기 위해 뇌에서 정반대의 부정적인 감정을 유도하는 것을 뜻한다. 너무 기쁜 상황에서 눈물이 나는 것도 비슷한 원리다. 아라곤 박사는 “귀여운 것을 보면 반대 감정을 끌어올려 안정을 되찾으려는 심리적 기제가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최근 미국의 과학자들이 그 현상의 정확한 메커니즘을 연구해 학술지 행동신경과학 프런티어에 발표했다. ‘귀여운 공격성’이라는 심리적 현상과 인간의 두뇌 활동 패턴을 일치시킨 최초의 연구다. 캘리포니아대학(리버사이드 캠퍼스)의 연구팀은 우리가 ‘귀여운 공격성’을 경험할 때 우리 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보고자 했다. 그들은 그런 공격성을 ‘귀여운 것을 보면 해를 끼칠 생각이 전혀 없는데도 찌부러뜨리거나, 쥐어짜거나, 심지어 깨물고 싶은 충동’으로 규정했다. 연구팀은 “‘귀여운 공격성’의 느낌 대부분은 서로 상충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강아지를 분양 받았을 때 눈물을 흘리는 동시에 미소 짓는 식이다.”그들은 우리 뇌에서 보상을 담당하는 부위가 그런 감정을 일으키는 데 일정한 역할을 하는지 조사했다. 연구에 참가한 자원자는 54명으로 연령은 18~40세였고, 그중 20명은 남성, 34명은 여성이었다. 연구팀은 그들에게 뇌 신경세포의 전기 신호를 측정하는 특수 장치를 착용시킨 뒤 귀여운 아기와 더 귀엽게 꾸민 아기 사진을 보여줬다. 또 귀여운 동물 새끼와 완전히 성장한 동물의 사진도 보여줬다. 참가자들은 그런 사진을 보며 반응을 묻는 설문에 답했다. 얼마나 귀엽다고 생각하는지, 그 사진 속의 피사체를 돌보고 싶은지 등의 질문이 포함됐다.

과학자들은 귀여운 것과 마추쳤을 때 지나친 감정적인 반응을 억제하기 위해 ‘귀여운 공격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 사진:GETTY IMAGES BANK
그 결과 예일대학의 연구처럼 모든 사람이 ‘귀여운 공격성’을 느끼지는 않았다. 어떤 사람들은 더 민감하게 ‘귀여운 공격성’을 보인 반면 ‘귀여운 공격성’을 전혀 나타내지 않은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사진을 본 뒤 약 74%의 참가자는 ‘귀여운 공격성’을 느꼈다고 설문에 답했다. 특히 사진 속의 동물이 귀여울수록 참가자들이 ‘귀여운 공격성’을 느끼거나 너무 좋아 압도당하는 상황 또는 돌보고 싶은 충동 같은 강한 감정을 표현할 가능성이 더 컸다.

참가자들이 ‘귀여운 공격성’을 보이는 것은 대개 귀여움이 압도적으로 느껴질 때였다. 다시 말해 ‘꽤 귀엽다’는 정도가 아니라, ‘귀여워 죽겠어!’라거나 ‘어떡해!’라는 탄성이 나올 정도로 귀여움을 느낄 때 공격성이 발현됐다. 아기 사진에선 의미 있는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또 실험 결과는 참가자가 ‘귀여운 공격성’을 경험할 때 보상과 감정에 관련된 뇌 부위가 활성화된다는 점을 보여줬다. 뇌의 보상 반응은 지나친 감정의 쏠림을 막고 균형을 찾는 행동을 촉발한다.

이 논문의 저자이며 캘리포니아대학 특수교육 부교수인 캐서린 스타브로풀로스는 “우리 연구는 ‘귀여운 공격성’이 한 가지 감정에 휩쓸리지 않도록 평형을 유지하려는 뇌의 활동으로 우리 뇌가 압도당하는 느낌을 중재함으로써 우리를 현실로 되돌려 놓는 방식이라는 점을 확인해준다”고 설명했다. “귀여운 동물을 볼 때 경험하는 ‘귀여운 공격성’의 정도와 뇌의 보상 반응 사이에 특히 강한 상관관계가 나타났다. 이런 결과는 ‘귀여운 공격성’ 경험에 보상 시스템이 작용한다는 우리의 원래 가설을 확인해준다. 이 결과는 보상 반응이 ‘귀여운 공격성’에 대한 사람들의 경험과 관련됐다는 가설을 확인하는 흥미진진한 발견이다. 아기가 정말 귀여워서 우리가 무능력해지면 아기가 위험에 처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반응이 이뤄지는 듯하다.”

연구팀은 ‘귀여운 공격성’이 귀여운 것과 마주쳤을 때 지나친 감정적인 반응을 억제하고 돌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도록 해주기 위해 발생할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보면 이런 공격성은 귀여움에 압도당함으로써 자신이 통제 불능 상태로 무력해져 귀여운 대상이 위험에 빠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발달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스타브로풀로스 교수는 “‘귀여운 공격성’은 일종의 완화 메커니즘으로 작용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귀엽다는 감정에 압도 당하지 않도록 우리가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아주 귀여운 것으로 처음 인식한 것을 실질적으로 돌봐줄 수 있게 해준다.”

연구팀은 이 결과를 바탕으로 앞으로 정신장애가 ‘귀여운 공격성’ 경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탐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산후 우울증에 시달리는 산모나 공감 능력이 없는 사람이 그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 캐슈미라 갠더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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