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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마 속 몰카’도 영국에선 성범죄

‘치마 속 몰카’도 영국에선 성범죄

한 여성의 고군분투로 ‘업스커팅’ 최대 2년 징역형에 처할 수 있는 법 제정본인의 동의 없이 치마 속을 몰래 촬영하는 행위를 ‘업스커팅’이라고 한다. 업스커팅이 영국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서도 성범죄로 처벌 받게 됐다(스코틀랜드는 2009년부터 업스커팅을 관음증 일부로 명시해 처벌한다).

작가이자 사회운동가인 지나 마틴(27)은 업스커팅에 관한 영국법을 고치는 데 마침내 성공했다. 마틴은 2017년 7월 업스커팅을 당하고 신고했지만 경찰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뒤 이 행위를 성범죄로 규정하자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마틴이 당시 런던 영국 여름축제에서 록밴드 더 킬러스의 공연을 관람하고 있을 때 몇몇 남자가 그녀에게 추파를 던졌다. 그녀는 여러 차례 그들의 접근을 거절했다.

마틴은 “그 직후 내 뒤에서 뭔가 가볍게 스치는 것을 느꼈지만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돌이켰다. “그러다가 몇 분 뒤 그 남자들 중 한 명이 휴대전화를 쳐다보는 것을 알았다. 누군가의 스커트 속을 촬영한 사진을 전송 받은 것이었다. 나는 그게 나를 찍은 것이라는 사실을 직감적으로 알았다.” 마틴은 그 전화기를 잡아채고 군중 속을 달리며 경찰을 찾았다. 전화기 주인인 남자가 그녀를 뒤쫓았다. 마틴은 경찰을 만나 사정을 얘기했지만 그들은 그녀에게 그 사진이 ‘음란한 영상’으로 분류될 수 없어 해줄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말했다(치마 안에 속옷을 입고 있어 신체가 상세하게 촬영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그러면서 그 사건은 그냥 없던 일이 됐다.

업스커팅은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선 성범죄가 아니었다. 엄밀히 따지면 그 행위는 관습법의 ‘풍기문란’이나 관음증으로 고발될 수 있지만 모호한 부분과 허점이 너무 많아 기소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마틴은 그 문제를 직접 해결하기로 결심하고 업스커팅을 성범죄로 규정하는 온라인 청원을 시작했다. 그녀는 10만 명 이상의 서명을 받은 뒤 변호사 라이언 웰런과 손잡고 그 법안이 의회에 상정되도록 했다. 자유민주당의 워라 홉하우스 의원이 이 캠페인을 지원했고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루시 프레이저 법무장관이 몇 달 동안 이 캠페인을 지켜보며 의원들을 만나본 뒤 영국 정부도 이 법안을 지지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복병이 있었다. 지난해 6월 보수당의 크리스토퍼 초프 의원이 필리버스터에 나서면서 의사진행에 제동이 걸렸다. 초프 의원은 논의가 부족했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 의견을 개진했다. 표결 시한을 넘겨 필리버스터가 이어지면서 의회는 이 법안을 표결에 부치지 못했다. 초프 의원의 반대는 동료 의원들의 심한 비난을 샀다. 그의 의원 사무실 문 위에 속옷으로 만든 깃발천이 걸리기도 했다. 테리사 메이 총리도 그의 행위를 두고 실망을 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 법안이 다른 식으로 통과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정부의 언질이 있었지만 마틴은 법안 통과에 실패한 데 좌절했다. 그러나 결국 지난해 9월 5일 관음증 범죄법안이 하원에서 통과됐고 지난 1월 15일 상원에서 승인되면서 법으로 제정됐다. 이제 업스커팅은 관음증 범죄법의 적용을 받게 됐다. 최대 2년 징역형으로 처벌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최악의 경우 가해자는 성범죄자로 등록될 수 있다.

마틴은 다른 여성들에게 성희롱을 여성으로 살아가면서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고 촉구하며 미투 운동이 여성의 적극적인 행동을 장려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성희롱에 관대한 관행이 조금도 변하지 않았더라면 나 역시 그토록 열심히 노력하면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마틴은 업스커팅을 당한 여성과 소녀들로부터 수백 건의 메시지를 받았다며 그들의 증언과 지지로 이 일을 추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 세계의 여성들이 내게 메시지를 보냈다. 우리가 영국을 초월해 세계적인 논의를 불러일으켰다는 점이 놀라웠다.”

- 프랜시스 랜킨 뉴스위크 기자

※ [뉴스위크 한국판 2019년 2월 4, 11일자에 실린 기사를 전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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