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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죽박죽 우리집 가족 건강까지 해친다

뒤죽박죽 우리집 가족 건강까지 해친다

집안이나 사무실의 어수선함은 불안 수준과 수면, 집중력뿐 아니라 대인관계에도 나쁜 영향 미칠 수 있어
집안 환경이 어질러져 있으면 삶의 만족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왼쪽 사진). 고객의 집에서 불필요한 물건을 정리하는 방법을 보여주는 ‘정리의 달인’ 곤도 마리에. / 사진:GETTY IMAGES BANK, AP-NEWSIS
새해 결심으로 올해는 집안 정리를 더 잘하겠다고 마음먹은 사람이 주변에 한두 명이 아니다. 그들은 덮개 없는 플라스틱 용기가 주방 싱크대나 식탁 위에 굴러다니거나, 짝 잃은 양말이 서랍에 가득한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다짐한다. 이런 정리 열풍은 일본의 정리 컨설턴트 곤도 마리에가 이끈다. 그녀는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의 저자이고 넷플릭스 리얼리티쇼 ‘곤도 마리에: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Tidying Up with Marie Kondo)’의 진행자이기도 하다. 빈첸시오아바오로회 같은 자선단체에 따르면 매년 기부가 38%씩 늘어난다. 더는 ‘설렘’을 주지 않거나 쓸모없어진 옷과 책, 가구 등을 과감히 정리하는 추세 덕분이다.

곤도가 창안한 ‘곤마리 정리법(KonMari Method)’을 따르든 그냥 내키는대로 깨끗하게 치우든 이런 추세를 적극 따를 만한 이유도 있다. 환경의 어수선함은 우리의 불안 수준과 수면, 집중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너저분한 환경은 ‘대처-회피’ 전략을 촉발해 틈만 나면 정크푸드를 먹거나 TV를 보게 됨으로써 생산성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 집안과 자신의 삶을 깨끗이 정리하는 사람들을 보여주는 TV 프로그램을 즐기면서도 정작 자신은 그렇게 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

우리 연구에 따르면 물리적인 환경이 인지와 정서만이 아니라 그에 따른 대인관계 같은 행동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너저분함이 뇌에 나쁜 이유
물건을 마구잡이로 때려 넣어 문이 잘 닫히지 않는 찬장, 집안 곳곳에 쌓아놓은 종이 더미는 별로 해가 없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연구에 따르면 어수선하고 혼란스러운 환경은 우리 뇌에 누적될 수 있는 영향을 미친다. 우리 뇌는 질서를 좋아한다. 어수선함이 계속 눈에 띄면 인지력이 소모되면서 집중력이 떨어진다. 그런 시각적인 자극이 인지 기능의 부하를 증가시켜 작업 기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2011년 신경과학 연구자들은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을 비롯해 생리적 측정 장치를 사용해 집안과 직장의 너저분함을 깨끗이 정리하면 집중력이 강화되고 정보처리 능력이 개선돼 생산성이 증가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신체·정신 건강 해칠 수도
어수선함은 우리의 스트레스를 가중시켜 불안하고 우울하게 만들기도 한다. 2009년 미국에서 실시된 연구에 따르면 너저분한 집안의 어머니들이 ‘스트레스 호르몬’ 코르티솔 수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집안 환경이 늘 너저분할 경우 낮은 수준의 ‘투쟁-도피’ 반응이 끊임없이 일어나면서 생존에 꼭 필요한 자원이 소모될 수 있다. 이런 반응은 병원체 감염과 싸우고 음식을 소화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신체적·심리적 변화를 촉발할 수 있다. 아울러 제2형 당뇨와 심장병을 일으킬 위험도 커진다.

어수선한 환경은 또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를 들어 2016년 미국에서 실시된 연구에서 너저분한 환경에서 영화를 본 사람들은 등장인물의 얼굴 표정을 읽고 감정을 정확히 파악하는 능력이 떨어졌다.

게다가 놀랍게도 너저분함을 직접 눈으로 보지 않을 때도, 다시 말해 시각적 자극이 없어도 그런 스트레스는 줄어들지 않는다. 어수선한 방에서 잠자는 사람은 수면 문제를 겪을 가능성이 더 크다. 잠들기가 어렵고 잠을 설친다는 뜻이다.
 어질러진 환경이 과체중 부른다?
여러 건의 연구에서 정리되지 않은 어수선한 환경과 건강에 좋지 않은 식습관 사이의 연관성이 확인됐다. 한 연구에선 혼란스럽고 엉망인 주방에 있던 피험자들은 간식을 더 많이 먹었다. 그들은 깨끗이 정리된 주방 환경에 있던 피험자들보다 과자를 두 배나 많이 먹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어질러진 방에 있으면 사과보다 초콜릿바를 먹을 확률이 두 배에 이를 수 있다. 건강에 나쁜 간식을 더 많이 먹는다는 뜻이다. 마지막으로 정리하지 않은 잡동사니가 극도로 많은 집에 사는 사람은 깨끗한 환경에서 지내는 사람보다 과체중이 될 확률이 77%나 높았다. 깔끔하게 정리된 집은 신체 건강의 지표가 되기도 한다. 한 연구에서 깨끗한 집에 사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더 활동적이고 건강 상태도 더 나았다.
 잡동사니가 신체 통증도 유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물건들을 구입한 뒤 불필요한 것을 버리지 않고 전부 쌓아두는 것은 미국심리학회(APA)의 정신장애 진단·통계편람(DSM)에서 장애로 규정된다. DSM 제5판에 따르면 ‘저장 장애(hoarding disorder)’는 실제 쓸모나 가치와 무관하게 물건을 계속 구입해 쌓아두는 강박 증상을 보이며, 그 물건이 사라지면 불안증과 정신적 고통을 겪는다.

fMRI를 사용한 예일대학의 한 연구는 집안에 물건을 쌓아두는 경향을 가진 사람에겐 그 물건을 내다버리는 것이 신체적 통증과 연관 있는 뇌 영역을 활성화시켜 실질적인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뇌의 그 부위는 문에 손가락이 끼거나 난로에 손을 델 때 느끼는 통증도 관장한다. 자신이 저장 장애라고 의심된다고 좌절할 필요는 없다. 인지행동 요법이 그런 장애에 효과적인 치료책으로 입증됐기 때문이다.
 정리 잘된 집이 행복 보장한다?
넷플릭스 리얼리티쇼 ‘곤도 마리에: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그런 정리법이 삶을 더 낫게 변화시켰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그녀의 베스트셀러 제목도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The Life-Changing Magic of Tidying Up)’이다.

실제 연구 결과도 집안 환경이 어질러져 있으면 집에 대한 인식만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삶의 만족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준다. 연구자들은 우리가 집을 단지 거주하는 장소로만 생각하지 않고 체험과 의미, 상황의 더 넓은 집합체로 규정하기 때문에 자신이 살아가는 세계를 형성하는 면에서 집안의 정돈된 상태가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어질러 놓는 것이 반드시 나쁜 것도 아니다. 한 연구는 어질러진 책상이 창의력을 자극한다는 점을 보여줬다. 그 연구에서 깨끗이 정돈된 환경은 기대치에 따라 안전하게 행동하도록 만들 가능성이 큰 반면 너저분한 환경은 표준이라는 의식을 깨뜨리고 신선한 시각으로 사물을 바라보도록 유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리비 샌더



※ [필자는 호주 본드대학 경영대학원의 조직행동 부교수다. 이 글은 온라인 매체 컨버세이션에 먼저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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