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아침 반드시 먹어야 하나

아침 반드시 먹어야 하나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일부에겐 아침 거르는 것이 체중 감량과 건강 유지에 도움될 수도 있어
아침 식사가 통념과 달리 하루 중 가장 중요한 끼니가 아니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 사진:GETTY IMAGES BANK
하루 중 가장 중요한 식사가 아침이라는 믿음은 거의 상식으로 통한다. 지난 50년 동안 우리는 아침 식사의 건강 혜택을 극찬하는 메시지를 귀가 따갑도록 들었다. 아침을 든든히 먹으면 신진대사가 활발해져 체중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고 공복감을 없애줘 낮 동안의 과식을 막아준다는 근거도 제시됐다.

미국·영국·호주 등 선진국에선 아침 식사의 중요성이 단지 시리얼·오트밀 제조업체의 마케팅 메시지가 아니라 전문가들이 권장하는 영양 지침의 핵심이기도 하다. 이 메시지는 전 세계의 미디어와 웹사이트에 그대로 반영된다. 하지만 아침 식사의 혜택이라는 것이 다이어트를 둘러싼 또 다른 허구적인 믿음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요즘은 복고풍이 유행이다. 다이어트에서도 농경시대가 시작되기 전 인류의 영양 섭취 방식을 따르는 것이 인기 높다. 하지만 당시 인류의 조상이 실제로 아침 식사를 했는지에 관해선 아무도 연구하지 않는 듯하다. 탄자니아의 하드자 부족은 동아프리카에 남아 있는 유일한 수렵채취인으로 농경시대 이전의 인류와 흡사한 방식으로 살아간다.

현대 문명과 멀리 떨어져 밀림 속에서 지내는 그들 부족은 수십 명이 무리지어 살며 남자는 사냥하고 여자와 아이는 나무 열매나 나물을 채취한다. 하드자 부족의 주요 식단은 꿀, 사냥한 동물 고기, 과일 열매, 장과류, 바오밥 열매, 줄기식물 등이다. 우리는 그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그들이 아침 식사를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들의 언어에서 ‘아침 식사’를 의미하는 단어조차 없다.

하드자 부족의 남자는 대개 아침에 일어나면 밥을 먹지 않고 사냥이나 꿀채취에 나선다. 그들은 몇 시간 뒤 밀림 속에서 장과류를 따먹는 정도로 허기를 떼운다. 만약 오전이나 하루 종일 거주지에 머물 때는 오전 중이나 이른 오후에 꿀을 조금 먹은 뒤 그냥 버티다가 저녁을 푸짐하게 먹는다. 하지만 정해진 식사 패턴은 따로 없으며 끼니는 함께 생활하는 무리의 규모와 계절에 따라 상당히 달라진다.

하드자 부족의 여자는 주로 거주지 인근에 머물며 어떤 날은 바오밥 죽 같은 간단한 음식을 만들어 먹거나 채취해둔 꿀을 약간씩 먹기도 하지만 오전 9~10시 전엔 거의 먹지 않는다. 따라서 저녁 식사 후 최소한 15시간은 공복 상태를 유지한다. 그처럼 아침 식사를 하지 않지만 그 때문에 그들에게서 과체중이나 특별한 건강상 문제가 나타난다는 증거는 없다. 선진국 사람이 앓는 질병 대부분을 그곳에선 찾아볼 수 없다. 그렇다면 현대 문명사회에 사는 우리가 식사와 관련해 그들에게서 본받을 것이 있지 않을까? 최근의 과학적 증거가 바로 그 점을 시사한다.

우리는 아침 식사를 거르는 것이 체중과 대사율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11건의 무작위 테스트 결과를 체계적으로 종합 분석했다. 그 결과 아침 식사가 건강 혜택이 크다는 메시지를 입증할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 오히려 그 반대를 시사하는 점도 있었다.각 테스트는 기간과 수준 면에서 아주 다양했고 그중 7건은 체중만이 아니라 대사율의 변화도 조사했다. 그 테스트의 결론은 지금까지 대부분 무시된 사실을 명확히 드러냈다. 아침 식사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체중이 늘거나 휴식대사율(RMR)이 낮아진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없었다는 뜻이다.

하드자 부족의 여자는 아침에 약간의 꿀을 먹기도 하지만 오전 9~10시 전엔 거의 먹지 않는다. / 사진:JEFF LEACH
오히려 일부 참가자의 경우 아침을 먹지 않은 것이 체중을 줄이는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상당한 증거가 나왔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왜 그처럼 잘못된 메시지가 나왔을까?

한 가지 이유는 혈당과 인슐린 수치가 더 높아지고 대사율이 낮아지는 오후나 저녁에 많은 양의 음식을 소화해야 하는 데 따르는 몸의 ‘스트레스’를 피하기 위해 ‘한꺼번에 많이 먹기’보다 ‘조금씩 자주 먹기’가 낫다는 믿음이다.

이 결함 있는 논리는 주로 실험실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이나 몇몇 사람을 대상으로 한 단기 연구 몇 가지를 그 근거로 했다. 아침을 먹지 않으면 하루 중 나중에 과식할 수 있다는 지적은 옳다. 실제로 아침 식사를 거른 사람은 점심을 더 많이 먹고 활동량이 약간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실험실 밖의 실생활에선 아침을 먹지 않았다고 해서 나중에 과도하게 많이 먹는 경우는 거의 없다.

지금까지 비만인 사람이 마른 사람보다 아침 식사를 거르는 일이 잦다는 것을 보여주는 여러 ‘관찰’ 연구 때문에 본의 아니게 오도됐다. 이런 사고방식이 영양 이론에 그대로 반영돼 굳어졌다. 그러나 이런 관찰 연구는 편향성이 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침을 거른 사람은 일반적으로 소득과 교육 수준이 낮고 건강이 좋지 않으며 영양도 부족할 가능성이 컸다. 반면 과체중인 사람은 다이어트를 하거나 과식한 다음엔 죄책감으로 식사를 거를 가능성이 더 컸다.

연구의 이런 결함이 드러나고 무작위 대조 시험에서 그와 반대되는 증거가 늘어났지만 아침 식사를 거르는 것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가설이 수십 년 동안 학계를 지배했다. 지금도 영국·미국·호주 정부의 공식 영양 지침은 건강을 위해 아침 식사를 꼭 하라고 권장한다. 아침 식사를 옹호하는 또 다른 흔한 가설은 어린이의 경우 영양이 충분한 경우에도 아침을 먹는 것이 정신적 웰빙과 집중력에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이 메시지 역시 20여 건의 테스트 결과를 종합적으로 분석했을 때 일관성이 없거나 신뢰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인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테스트가 편향됐을 수 있다는 뜻이다.

아울러 식사 횟수를 제한하거나 공복 상태의 시간을 늘리는 것이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증거가 늘어나는 중이다. 기존의 가설을 반박하는 이런 증거 중 일부는 장내 미생물이 건강과 대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로 미뤄볼 때 타당성이 크다. 우리의 장내에 서식하는 100조 마리의 미생물은 고유한 생체 리듬을 따르며 구성이 다양하고 공복과 포만의 상태에 맞춰 기능한다. 연구 데이터에 따르면 우리의 장내 미생물도 공복 상태가 필요하다. 그들도 우리처럼 휴식하고 회복하는 시간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하루 중 일찍 식사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늦게 먹기를 선호하는 사람도 있다. 식사를 원하는 시점은 각자의 고유한 대사 방식에 따라 다르다. 선진국의 경우 인구의 약 3분의 1이 아침 식사를 생략하고 나머지는 아침을 든든히 먹는다. 따라서 모든 과체중인 사람이 아침 식사를 거르면 혜택을 볼 수 있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모든 경우에 다 적용될 수 있는 단일 기준은 없다. 게다가 잘못된 정보가 가득한 다이어트 지침은 갈수록 더 많은 역효과를 낸다.

식사 습관은 개인에 따라, 문화에 따라 다르다. 하지만 내일 출근하기 전에 아침 식사를 생략하는 실험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혹시 자신에게 그게 더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 팀 스펙터, 제프 리치



※ [필자 팀 스펙터는 영국 킹스 칼리지 런던의 유전역학 교수이며, 제프 리치는 같은 대학의 객원 연구원이다. 이 글은 온라인 매체 컨버세이션에 먼저 실렸으며 여기에 담긴 내용은 필자들의 개인적인 소견이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삼성 반도체 매출 세계 1→3위로 추락…인텔·엔비디아 선두로

2“먹는거 아닙니다, 귀에 양보하세요”…품절대란 ‘초코송이’ 이어폰 뭐길래

3마침내 ‘8만전자’ 회복…코스피, 2800선 돌파 기대감 ‘솔솔’

4최태원 SK 회장 둘째딸 최민정, 美서 헬스케어 스타트업 차렸다

5 이재명 인천 유세현장서 흉기 2개 품고 있던 20대 검거

6영천 최무선과학관, 새단장하고 오는 30일부터 운영 재개

7조각 투자 플랫폼 피스, ‘소비자 추천 글로벌 지속가능 브랜드 50′ 선정

8어서와 울진의 봄! "산과 바다 온천을 한번에 즐긴다"

9佛 발레오, 자율차 핵심부품 대구공장 준공식 개최

실시간 뉴스

1삼성 반도체 매출 세계 1→3위로 추락…인텔·엔비디아 선두로

2“먹는거 아닙니다, 귀에 양보하세요”…품절대란 ‘초코송이’ 이어폰 뭐길래

3마침내 ‘8만전자’ 회복…코스피, 2800선 돌파 기대감 ‘솔솔’

4최태원 SK 회장 둘째딸 최민정, 美서 헬스케어 스타트업 차렸다

5 이재명 인천 유세현장서 흉기 2개 품고 있던 20대 검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