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맏이는 똑똑하고 둘째는 말썽꾼?

맏이는 똑똑하고 둘째는 말썽꾼?

첫째·막내는 가족을, 중간 형제는 친구 더 중시한다는 연구 결과 나왔지만 출생 순서가 미래 확정 지을 수는 없어
전문가들은 성격과 모든 중요한 인생 결과는 출생 순서보다는 유전자와 환경 요인, 그들의 상호작용 등 수많은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고 지적한다. / 사진:GETTY IMAGES BANK
자녀의 출생 순서가 성격과 직업까지 결정할 수 있다는 가설이 있다. 19세기 영국의 통계학자이자 사회학자였던 프랜시스 골턴과 그 후 오스트리아의 정신의학자 알프레드 아들러(지그문트 프로이트와 동시대 인물)가 주창한 이론이었다. 이 개념은 1980년대가 되면서 거의 유명무실해졌지만 최근 과학자들이 형제자매 간의 출생 순서가 성격과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가설을 다시 검토하기 시작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슬론경영대학원의 응용경제학 교수인 조셉 도일이 2017년 공동집필한 논문이 대표적이다. 당시 그는 뉴스위크에 “학력과 경력, 범죄 등의 결과가 출생 순서에 따라 나빠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규모 연구가 세계 도처에서 발표됐다”고 말했다. 도일 교수와 그의 팀은 미국 플로리다주와 덴마크의 남자아이들에 관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두 자녀 이상인 가정에서 둘째로 태어난 남자는 학창시절 벌 받을 확율이 맏이보다 20~40% 높았다는 점을 확인했다. 학술지 노동경제학 저널에 발표된 이 논문에서 저자들은 둘째 남자 아이가 나중에 범죄로 재판 받을 가능성도 더 컸다고 설명했다.

도일 교수는 “나의 독자적인 연구에서도 출생 순서가 늦을수록 범죄에 연루될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해당 집안의 다른 특성을 제외하고 형제들만 서로 비교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그 차이는 놀라울 정도였다.”

한편 2007년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맏이는 동생들보다 IQ가 더 높다. 노르웨이에서 실시됐고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된 이 연구는 징집병 약 25만 명을 대상으로 했다. 연구팀은 맏이의 IQ 테스트 성적이 더 좋게 나타났다고 결론지었다. 테스트 당시 18~19세인 첫째 아들의 평균 IQ는 103.2였고, 둘째는 101.2, 셋째는 100.0으로 나왔다. 보다 흥미로운 사실은 손위 형제가 일찍 사망한 경우였다. 둘째로 태어났더라도 형이나 누나가 한 살 이전에 사망한 경우 평균 IQ는 102.9이었고, 형제들이 사망한 경우 셋째 남성들의 평균 IQ가 102.6이었다. 결과는 집안 내부의 사회적·생물학적 지위에 따라 다르다는 뜻이다(맏이 대신 남동생이나 여동생을 가르칠 기회를 갖게 되고, 부모로부터 더 많은 자극과 기대를 받기 때문인 듯하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 논문의 공동저자로서 미국 국립산업안전보건연구원(NIOH) 직업의학·역학부의 명예교수인 페터 크리스텐슨은 출생 순서가 나중에 개인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가 있는지에 관해 좀 더 넓게 논평하면서 이렇게 설명했다. “출생 순서가 지적 능력에 미치는 영향은 신뢰도 높은 여러 연구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나타났다. 그러나 그 차이가 크지는 않았다. 첫째와 둘째의 IQ 점수는 평균값으로 약 2점이 차이 났다.” 그는 집단에서 나타난 이런 효과가 개인 차원에서는 억제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흔히 개체군의 영향을 바탕으로 개별 가정의 상황을 추론하지만 사실 그렇게 하면 결과가 완전히 믿을 만하진 않다는 뜻이다.”

이런 효과는 가족 관계에서도 나타난다. 2003년 학술지 휴먼 네이처에 발표된 연구가 그런 점을 입증했다. 이 연구는 대학생 245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그들은 친구와 가족을 향한 자신의 태도에 관한 설문에 응답했다. 연구팀은 응답을 분석한 결과 출생 순서가 중간인 사람은 친구를 더 중시하는 반면 맏이와 막내는 가족을 우선시한다고 결론지었다. 출생 순서가 중간인 사람은 또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족 구성원을 돕는 면에서도 인색한 특성을 보였다.

한편 캘리포니아대학(버클리 캠퍼스)의 연구팀은 2010년 형제 중 동생이 위험을 감수하는 경향이 더 크다고 결론지었다. 그들은 출생 순서에 관한 기존 연구를 분석하고 메이저리그 프로야구에서 선수로 활동한 형제 700명에 관한 실적 데이터를 검토했다. 그 결과 동생이 경기에서 더 무모하게 행동했을 뿐 아니라 전체 배팅 성적도 더 나았다.

동생이 맏이보다 더 훌륭한 선수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도루를 시도할 가능성은 무려 10배 이상 높았다. 투수가 던진 공에 맞을 확률도 약 5배에 이르렀다. 다시 말해 맏이는 좀더 안정성을 추구하고, 동생은 상대적으로 위험을 무릅쓰는 경향이 좀 더 강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이 결과를 학술지 성격과 사회심리학 리뷰에 발표했다.

도일 교수는 이런 연관성의 원인이 무엇인지는 아직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가장 흔히 제시되는 설명은 부모가 맏이에게 더 많은 관심을 쏟고 맏이가 동생들을 가르치고 안내하는 등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도일 교수는 이런 요인이 동시에 나타나기 때문에 과학자들이 개별적으로 정확히 확인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설명했다.

맏이가 동생들에게 ‘과학적인 증거가 모든 면에서 내가 너희보다 낫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선언하기 전에 전문가들이 그런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좀 더 자세히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과학적인 연구라고 해도 앞서 강조한 것처럼 확정적으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전문가들은 생각한다.

캘리포니아대학(버클리 캠퍼스) 심리학과의 프랭크 설로웨이 교수는 학술지 성격과 사회심리학 리뷰에 발표된 논문(‘형제 중 동생이 위험을 감수하는 경향이 더 크다’)의 저자로서 출생 순서가 모든 맏이와 나머지 동생들에게서 같은 결과를 만들어낸다고 추론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2015년 발표된 논문에서 독일 라이프치히대학과 마인츠 요하네스 구텐베르크대학의 연구팀은 출생 순서가 적어도 성격 형성에 있어서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했다. 그들은 독일·미국·영국 성인 2만여 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어느 나라 사람이든 그 주요 성격 특성(외향성, 정서적 안정성, 친화성과 책임성 등)이 출생 순서와 무관하다는 점을 발견했다.

이 논문의 공동저자로 라이프치히대학의 박사 과정 연구원 율리아 로러는 “성격만이 아니라 웰빙, 직업적 성공 등 모든 중요한 인생 결과는 유전자와 환경 요인, 그들의 상호작용을 포함해 수많은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 심리학자들이 말하는 영향력의 대부분은 속성상 확률적이다. 또 그것들은 집단의 변이 중 작은 부분에 해당할 뿐이다. 개인의 출생 순서가 인생 경로를 미리 결정하는 게 아니라고 말해도 괜찮다.” 도일 교수도 그 말에 동의했다. “우리들의 연구는 평균적으로 나타나는 추세를 보여줄 뿐이다. 형제 중 나중에 태어난 사람이 형들보다 더 잘하는 경우도 아주 많다. 미래가 출생 순서로 확정되는 건 절대 아니다.”

- 캐슈미라 갠더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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