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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해야 내 아이디어 상사에게 먹힐까

어떻게 해야 내 아이디어 상사에게 먹힐까

최소한의 추가 투자로 남다른 우위 점할 수 있는 방법 입증해야
회사의 역량을 혁신에 맞게 재구성해야 내 아이디어가 채택될 수 있다. / 사진:THOMAS PETER-REUTERS/YONHAP
미국 ABC 방송의 창업 오디션 프로그램 ‘샤크 탱크(Shark Tank)’를 본 적이 있다면 기업계의 의사결정자들은 혁신적이고 상업성 있는 아이디어에 투자하는 데 관심이 많다는 인상을 받았을지 모른다. 특히 요즘 투자환경에선 실제로 유망한 아이디어는 비교적 단시일 내에 성공적인 스타트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 그러나 대기업에 근무한다면 혁신적인 아이디어에 대해 ‘샤크 탱크’의 억만장자 투자자 마크 쿠반은커녕 상사의 승인을 받아내는 데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군살 없는 스타트업 모델의 성공을 본받아 대기업 소속의 기업 내 모험사업가들은 혁신적인 신제품과 서비스 개발에 갈수록 더 초점을 맞춘다. 그러나 중견 기업들은 특히 회사의 우선적인 핵심전략에 확실히 들어맞지 않는 새 혁신 아이디어에는 언제나 선뜻 모험하려 들지 않는다. 아이디어를 내놓아도 번번이 빛을 못 보는 모험사업가에게는 이런 소극적인 자세가 종종 스트레스를 안겨준다.

그렇다고 기업 내 모험사업가들이 혁신 시도를 포기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혁신방법을 바꿀 필요가 있다. 이런 창의적 사업가들은 제품-시장 적합성(product-market fit)에만 초점을 맞춰 새 아이디어를 프레젠테이션할 때 스타트업과 대기업 간에 접근법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성공적인 스타트업은 혁신을 최우선과제로 삼는다. 신속한 시제품화(rapid prototyping, 단기간에 시제품을 개발해 사용자 평가를 받은 뒤 완성시켜 나가는 방식)와 시장 검증(market validation) 같은 방법으로 종종 단시간에 틈새시장을 일궈내고 기존 시장에 혁신을 일으킨다. 대기업들도 이 같은 원칙을 수용할 수 있고 그래야 한다. 그러나 기업 내 모험사업가들이 관리자에게 자기 아이디어의 가치를 납득시키려면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신의 혁신 아이디어를 회사의 성장 궤도상 다음 단계로 프레젠테이션해야 한다. 자신의 아이디어를 회사의 현 목표에 맞추려 애쓰기보다 반대로 회사의 역량을 혁신에 맞게 재구성해야 한다.

예컨대 A 기업의 혁신가 켄은 고품질 컬러프린터 제조에 강점을 가진 회사에 비디오 회의 혁신기술을 제안했다. 그가 내놓은 비디오 회의 기술 아이디어는 프린팅 기술과 아무런 관계가 없기 때문에 상사들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실제로 비디오 회의 기술에 가장 적합한 기업은 인상적인 가상현실 체험을 제공해 실제로 비디오 회의를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영화 제작사들이었다.

그러나 켄은 회사 역량의 프레임을 재구성했다. 비디오 회의 기술은 종이 위에 화소를 컬러 프린팅하는 것에서 스크린에 프린팅하는 방식으로 회사의 역량을 전환하는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켄이 훗날 종이 위 프린팅은 스크린 상의 프린팅과 많이 다르다는 점을 시인했지만 그 순간에는 의사결정자들이 켄의 혁신과 회사 역량 간의 연관성을 이해하는 데 그런 프레임 재구성이 도움이 됐다. 이런 논의에서 핵심적인 소구점은 회사가 그런 혁신 아이디어를 실행하려고 많은 투자를 하거나 전략을 바꿀 필요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나아가 기업 내 모험사업가는 혁신 아이디어가 회사의 기존 강점을 지렛대 삼아 남다른 경쟁 우위를 차지하는지 입증해야 한다.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최근 공동 저술한 논문에서 바로 그 의문에 대한 답을 구하고자 했다.

창업정신에 관한 대부분의 연구는 등식의 한쪽에 만 대처한다. 제품-시장 적합성 다시 말해 신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표적 고객의 호응도다. 우리 연구는 내부 의사결정자들에게 아이디어를 프레젠테이션하려 애쓰는 직원의 관점에서 등식 반대편의 중요성을 조명한다.

나는 동료들과 함께 전략·조직론 그리고 회사 창업정신 분야의 논문을 바탕으로 주로 실리콘밸리에 자리잡은 14개 대기업에서 인터뷰를 하고 데이터를 수집했다. 혁신가 아이디어의 진정한 가치와 잠재력을 관리자들이 이해하도록 할 수 있는 5가지 주요 단계, 즉 역량의 프레임 재구성 관행(C-REF)을 기술했다.
 C-REF의 5단계는 다음과 같다.
1. 혁신 아이디어가 조직의 전략에 맞는지 평가한다.

2. 혁신 아이디어가 조직의 역량에 맞는지 평가한다.

3. 조직의 강점으로 일반적으로 인식되는 조직 역량을 선택한다.

4. 핵심 역량의 의미를 재구성해 적합도를 입증한다.

5. 혁신 아이디어가 최소의 추가 투자로 고객에게 남다른 가치를 창출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요컨대 혁신 아이디어를 승인하도록 지도자들을 설득하는 최선의 방법은 회사의 역량을 창의적으로 재구성해 혁신 아이디어가 최소한의 추가 투자로 남다른 우위를 어떻게 점유하는지 입증하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사례에서 켄은 조직 역량을 재구성했을 뿐 아니라 영화제작사와 제휴하는 통찰력을 보여줬다. 그리고 최첨단 비디오 회의에 요구되는 가상현실 체험을 제공하는 영화 제작사의 역량이 세계수준급임을 용의주도하게 강조했다. 프린팅 기술 분야의 선두업체인 A 기업은 최고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다. 따라서 두 기업이 손잡으면 비할 데 없는 비디오 회의 체험을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다. 그에 따라 A 기업은 최소한의 추가 투자로 다른 기업이 쉽게 모방할 수 없는 특유의 우위를 점하게 된다.

혁신에 수백만 달러를 쏟아붓는 기업 경영자들은 직원들이 양질의 아이디어를 꾸준히 내놓지만 실현 가능한 혁신 제품으로 가시화되는 건 거의 없다는 점을 불만스러워한다. 이는 종종 옳든 그르든 혁신 아이디어가 조직에 맞지 않는다는 인식에서 기인한다. 마찬가지로 직원들도 혁신 아이디어의 제품-시장 적합성 증명에는 성공했지만 그 아이디어를 실현하도록 의사결정자들을 설득하지 못할 때 좌절하게 된다.

창업가들이 활용할 만한 자원은 많지만 기업 내 모험사업가의 경우 “모험을 감수하라” 또는 “허가가 아니라 양해를 구하라”는 등의 뻔한 훈수 외에는 가용 자원이 거의 없다.

- 란가프리야 카난-나라시만



※ [필자는 샌디에이고대학 비즈니스 스쿨의 부교수이며 영국 엑세터대학 비즈니스스쿨의 창업학 교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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