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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인구의 약 10% 오염된 식품 먹는다

세계 인구의 약 10% 오염된 식품 먹는다

기술 활용해 생산·유통 과정 추적하고 데이터 공유하는 방식으로 시스템 개선해야 안전성 높일 수 있어
영국의 대형 슈퍼마켓 체인점 세인스베리의 유통 센터 / 사진:WIKIMEDIA COMMONS
지난 약 28개월 동안 미국 41개 주에서 최소한 279명이 여러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살모넬라균에 감염됐다. 최초의 감염은 추수감사절에 사용하는 칠면조 생고기와 관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연방 수사관들은 지금도 그 원인을 찾고 있다. 그에 따라 식품회사의 리콜 조치로 칠면조 생고기 150t 이상이 공급사슬을 통해 회수되고 폐기됐다.

드론이 피자를 배달하고 로봇이 햄버거를 만드는 상황이 곧 현실이 될 수 있는 최첨단 기술의 시대에 살모넬라 감염처럼 식품이 매개된 질병의 근원을 찾기가 그토록 어려운 이유가 뭘까? 내가 최근 펴낸 책 ‘식품 루트: 아이슬란드에서 바나나 재배하기 등 식자재 유통에 관한 이야기(Food Routes: Growing Bananas in Iceland and Other Tales from the Logistics of Eating)’에서 지적하듯이 미국에서 식품 매개 질병의 추적이 어려운 현실은 첨단 식품 시스템이 근본적으로 고장 났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또 그런 현실은 새로운 기술의 개발이 발표되는 시점과 그 기술이 문제 해결에 적용되는 시점 사이의 시간 차이도 그대로 드러낸다. 그 시간 동안 사람들은 각종 세균에 감염되고 일부는 사망하며, 관련된 식품은 쓰레기 매립지에 쌓여간다.

안전하지 못한 식품에 의해 병원균에 감염되는 사람은 전 세계적으로 매년 약 6억 명에 이른다. 세계 인구의 거의 10%를 차지한다. 고령화된 인구는 식품 매개 질병에 더 취약하다. 게다가 사람들은 갈수록 더 많은 약을 먹는다. 그런 의약품이 고도로 가공된 식품에 함유된 화학물질과 만나면서 부작용이 발생한다. 그런 상호작용이 식품과 관련된 질병을 더 많이 일으킬 수 있다.

식품 매개 질병 때문에 발생하는 비용도 상당하다. 미국에서 연간 156억 달러 이상이 지출된다. 최근 늘어난 비용 중 일부는 얄궂게도 공급사슬에 사용되는 식품 생산·유통 추적기술이 발전한 결과다. 그에 따라 과거엔 알려지지 않고 지나갔던 감염 현황이 더 잘 확인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감염을 확인하는 것과 감염을 막는 것은 별개 문제다. 식품 공급사슬이 세계화되면서 감염 예방이 더 어려워졌다. 예를 들어 피자 소스를 만드는 재료도 세계 각지에서 생산된다. 심지어 맥도널드 햄버거 패티 하나에 소 100마리의 고기가 들어 있다고 알려졌다. 게다가 미국은 해산물 중 약 85%를 수입한다. 대부분 식품 취급 관행이 느슨한 나라에서 생산하는 해산물이다.

안전을 보장하도록 글로벌 식품 시스템을 개선하면 보상이 크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타협이 필요한 일이다. 오염된 식품을 추적하고, 신고하고, 리콜하는 일은 실시간으로 이뤄져야 하며 좀 더 정확해져야 한다. 심지어 식품 생산자의 실적을 근거로 예상까지 가능해야 한다. 그러나 자신의 취향에 맞는 제품을 찾는 소비자의 끝없는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스낵 회사들은 수십 가지 맛으로 팝콘을 생산하며, 빵집은 다양한 종류의 견과류로 컵케익을 만들고 글루텐이 포함된 쿠키와 그렇지 않은 쿠키를 굽는다. 이처럼 제품 종류의 급속한 증가 때문에 예를 들어 오염된 견과류를 공급사슬을 통해 거꾸로 추적하기는 갈수록 어려워진다.

식품 공급업체는 식품이 생산지에서 식탁까지 이동하는 과정을 최적화하는 새로운 디지털 도구를 사용한다. 업체들은 포장 속에 스마트 센서를 장착해 유통에 걸리는 시간을 측정함으로써 플라스틱 포장의 필요성을 줄인다.

예를 들어 돼지 족발을 실은 컨테이너가 영국 리버풀에서 미국 뉴욕까지 운송될 때 작은 센서가 컨테이너 내부 온도를 측정해 실시간으로 구매자에게 전달할 수 있다. 그에 따라 구매자는 그 상품이 식품안전 규정에 맞도록 운송 도중 내내 냉장 상태를 유지하는지 기록으로 알 수 있다. 위성 정보를 사용해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GPS 태그는 농장의 칠면조 이동을 추적해 해당 칠면조가 식품 공급사슬에 들어가기 전에 어디를 돌아다녔는지 알 수 있게 해준다.그러나 역설적으로 식품 시스템을 더욱 투명하게 만들수록 공격에 더 취약해질 수 있다. 나쁜 의도를 가진 행위자가 식품 매개 질병의 유행을 촉발할 수 있는 지점을 파악할 수 있다면 식품이 공급사슬을 통해 유통되는 동안 의도적으로 오염시키는 식품 테러가 늘어날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 오염 여부를 테스트할 수 있는 새로운 디지털 도구가 등장하면 그런 테러를 확인하기가 더 쉬워질 것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세관에서 수입 식품의 실험실 분석에 필요한 샘플을 준비하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조사관. / 사진:MICHAEL J. ERMARTH/FDA
식품 가공업체와 유통업체들은 고유의 사업 방식과 관행을 고집한다. 기술업체들이 지적재산을 보호하는 차원과 비슷하다. 그러나 식품이 농장에서 식탁까지 이동하는 과정의 데이터를 공유하면 식품 산업의 그런 고질적인 병폐를 제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가금류 회사가 칠면조를 다른 업체보다 더 빨리 시장에 유통하면 경쟁력이 강해질 수 있다.

더구나 많은 식품 회사가 여전히 기록을 종이에 남긴다. 손으로 적어 클립보드에 보관하는 것이다. 내가 직접 목격했다. 기술의 변화가 그처럼 느릴 수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데이터를 공유하는 기술을 신속히 도입할수록 식품 시스템이 더 강화될 수 있다.

업체 사이의 제휴가 식품 시스템 현대화에 유리한 조건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월마트는 IBM의 블록체인 시스템으로 망고의 유통 과정을 추적한다. 머지않아 그런 추적이 식품 전체로 퍼질 수도 있다. 공급사슬 관리업체인 오리진트레일은 센서 제조업체 태그잇스마트와 손잡고 유럽 남부에서 와인이 포도원에서 판매처까지 이동하는 과정을 추적해 위조나 싸구려 제품과 혼합하는 행위를 방지한다.

그러나 식품의 추적을 더욱 용이하게 만들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또 대규모 식품업체에 투명성을 요구하려면 인센티브가 필요하다. 그러나 내가 보기엔 현재 진행 중인 칠면조 생고기 위기처럼 몇 년이 아니라 며칠 안에 공급사슬에서 고장 난 부분을 찾아 고치는 것이 그 목표여야 한다.

- 로빈 메트칼프



※ [필자는 미국 텍사스대학(오스틴 캠퍼스) 인간생태학 교수다. 이 글은 온라인 매체 컨버세이션에 먼저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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