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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크샐러드 만든 김태훈 레이니스트 대표·최재웅 CRO] 빅데이터 금융시대 강자 부푼 꿈

[뱅크샐러드 만든 김태훈 레이니스트 대표·최재웅 CRO] 빅데이터 금융시대 강자 부푼 꿈

‘스위치보험’ 등 혁신금융서비스로 주목 받아… “금융 앱 1개만 살아남는다” 당돌한 도전
서울 여의도 ‘뱅크샐러드’ 사무실에서 만난 레이니스트의 김태훈 대표(왼쪽)와 최재웅 CRO. / 사진:김상선 기자
당신의 금융자산은 현재 얼마인가. 이 질문에 1분 이내에 가장 정확하게 답하는 방법이 있다. ‘뱅크샐러드’ 애플리케이션(앱)에 접속해 확인하는 것이다. 공인인증서를 한번 등록해두면 거의 모든 금융자산(예금·카드·보험·대출 등) 현황을 불러모아 한눈에 보여준다. 여기에 예금·대출·보험·카드상품의 맞춤형 추천도 제공한다. 뱅크샐러드는 ‘신경 꺼도 내 돈 관리’라는 콘셉트로 돌풍을 일으키는 핀테크 업체다. 모바일 서비스 출시 2년 만에 가입자 320만 명, 금융상품 연동 관리금액 87조원으로 성장했다. 한달 면접자 수가 1000명에 이를 정도로 인재도 몰려든다(현재 직원 수 90명). 뭐가 특별하기에 그럴까. 김태훈 레이니스트 대표와 최재웅 CRO(수익부문 최고책임자)를 4월 26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만났다. 김 대표가 1985년생, 최 CRO가 1974년생이다.
 모바일 서비스 출시 2년 만에 가입자 320만 명


뱅크샐러드는 어떻게 탄생했나.




김태훈: 돈이야말로 중요한 것인데 ‘너 돈 얼마 있어’라는 질문에 대답할 수 없다는 게 말이 안 되지 않나. 돈 관리 좀 한다는 사람들은 이런 질문에 엑셀파일을 꺼내더라. 각 금융회사 사이트에 접속해 데이터를 베끼고 옮기는 식이다. ‘2020년이 코앞인데 이게 말이 되느냐’라고 생각했다. 동시에 데이터를 활용해서 맞춤형 상품을 내놓을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예·적금 중에 금리가 너무 낮은 통장 있지 않나. 그런데 금융회사는 굳이 고객에게 ‘이자 더 많이 받으세요’라고 안내할 필요가 없다. 그 시장이 올 거라고 생각하고 시작했다.



최재웅: 지난해 2월 이 회사에 왔다. 이전엔 현대카드에서 마케팅을 담당했는데 답답함이 있었다. 모든 금융회사, 특히 카드사가 빅데이터를 갖고 있다고 한다. 매우 많은 데이터가 쌓여 있는 건 맞다. 그럼에도 절름발이다. 통상 신용카드를 2~3장 쓰지 않나. 그렇다 보니 어떤 라이프스타일인지 정확히 예측이 안 된다. 예측이 정확하지 않으면 차라리 예측을 안 하는 게 낫다. 예를 들어 30대 직장인인데 A카드사엔 주유내역이 하나도 없다고 하자. 하지만 A카드사는 그가 뚜벅이인지 자가운전자인지 알 수 없다. 그래서 주유 관련 행사 안내 문자메시지를 보낸다. 그가 차가 없다면 ‘또 스팸문자네’라며 스팸 처리해버리고 이후 A카드사 문자는 보지 않게 된다.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태훈님을 만나고 ‘이건 다른 금융회사가 따라할 수 없는 모델’이라고 생각했다. 핵심은 중립성이다. 데이터를 특정 목적으로 쓰지 않는다는 믿음. 이건 계속 갈 수 있는 비즈니스라고 생각했다. 그때는 직원 수 30명, 가입자 수 50만 명이었다. 1년 만에 엄청나게 성장했다.



뱅크샐러드는 회사 수익이 아닌 고객데이터에 기반한 알고리즘으로 상품을 추천한다. 페이스북 같은 플랫폼 기업은 광고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지 않나. 광고가 없으면 수익에 한계가 있을 텐데.




김태훈: 우리가 다른 핀테크 업체와 차별화되는 건 상품추천 알고리즘이 광고비가 아닌 개인 데이터를 컴퓨터가 계산해 이뤄진다는 점이다. 보험은 건강검진 결과, 대출은 금리, 카드는 소비패턴에 따라 개인화된 맞춤 서비스를 제공한다. 보통은 광고가 수익 극대화엔 도움이 되지만 우린 다르다. 뱅크샐러드는 태생부터 존재 이유가 ‘데이터 이동권’에 있다. 고객이 우리에게 데이터를 줘서 가능한 서비스다. 따라서 우리가 데이터에 기반해 상품을 추천하지 않는다면, 고객은 데이터를 주지 않을 것이다. 이건 기업 철학이고, 그 철학을 맹신해야만 한다. 앞으로 소비자들이 우리를 통해 금융상품을 선택하는 ‘습관’이 들 거라고 본다. 카드 발급 수가 6개월 전 월 1000장에서 지금 5000장으로 늘었는데, 올 연말엔 1만5000장을 찍을 거다. 이후 성장의 한계는 다른 사업모델에서 길을 찾겠다. 일본에선 우리 같은 회사가 자문료를 받더라.



뱅크샐러드를 통해 발급되는 카드가 월 1만5000장이나 가능할까.




최재웅: 온라인을 통해 고객이 직접 요청해서 카드가 발급되는 건수가 1개 카드사 기준 월 7000~1만장이다. 뱅크샐러드는 이미 카드사 한곳 수준의 체력은 넘어섰다.



매출은 공개 안 하나.이익은 올리고 있나.




김태훈: 매출은 공개하진 않지만 6개월 동안 매출이 4배로 성장했다. 어느 정도 이익은 올리고 있다. 다만 그 대부분을 새 서비스를 위한 시스템에 투자한다. 보안이 가장 큰 리스크이기 때문에 6개월 전 받은 140억원의 투자금도 거의 그쪽에 넣었다.



정부가 신용정보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법이 개정되고 마이데이터사업이 본격화되면 소비자가 자신의 금융정보를 맘껏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소비자 입장에선 지금도 뱅크샐러드에 공인인증서를 등록해두면 금융정보를 줄 수 있는 것 아닌가. 뭐가 달라지나.




김태훈: 신용정보법 개정의 의미는 그것을 의무화한다는 데 있다. 지금은 소비자가 금융정보 제공을 원해도 금융회사가 안 줄 수도 있다. 그것을 소비자의 권리로 보고 마음대로 이동까지 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기념비적인 일이다. 지금은 그것이 의무화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보를 가져오기 위해 ‘스크래핑(Scraping)’ 방식을 쓴다. 스크래핑 활용을 위해선 어쩔 수 없이 공인인증서를 이용해야 하는데, 보안 위험이 크다. 오픈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API)로 금융회사와 직접 연결되면 보안성이 매우 뛰어나게 된다. 또 스크래핑으로 긁어올 수 없는 정보도 많은데 모두 가져올 수 있게 된다. 공인인증서 연동 없이 손쉽게 본인 확인만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최재웅: 무엇보다 속도가 엄청 빨라진다. 지금의 스크래핑 방식은 공인인증서나 가입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위임 받아서, 각 금융회사에 일일이 대신 로그인 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여러 금융회사를 연동하면 정보를 받는 데 시간이 꽤 걸린다. 지금은 뱅크샐러드 앱에 접속하면 지문으로 본인 인증을 한 후에 좀 기다려야 모든 자산 불러오기가 된다. 그런데 오픈 API에선 일단 동의만 받아놓으면 실시간으로 데이터가 쌓인다. 결제 문자처럼 바로바로 받아보는 서비스도 가능해진다.



막강한 자본력과 조직력을 가진 기존 금융회사도 개인형 맞춤형 금융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김태훈: 오픈 API는 아직 정의되지 않은 무수한 재료다. 누가 이길지는 알 수 없다. 확실한 건 모바일 금융서비스는 한두 개만 남는다. 지금처럼 10개 넘는 은행 앱을 자산관리로 쓰진 않을 거다. ‘올 오어 나씽(All or Nothing)’의 구조다. 결국 고객의 선택을 받는 1개 앱만 살아남는다. 국민·하나은행 등 기존 금융사도 여러 실험을 하고 있지만 결국 ‘중립성+개인화’를 얼마나 잘 하느냐가 관건이다. 그것을 잘하려면 일단 많은 상품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신한은행이 국민카드도 판다면 모르겠지만 과연 그게 될까.



기존 금융회사처럼 좋은 대우를 못 해주지 않나.




김태훈: 지난 한 해 채용 지원자가 연간 3600명이었는데, 지금은 한달에 1000명이 지원한다. 엄청나게 늘었다. 뱅크샐러드를 써본 사람들이 ‘할 일이 많겠다’고 생각해서 지원한다. 재웅님처럼 비전을 보고 온다. 밀레니얼 세대의 똑똑한 사람들, 핵심 인재들은 가슴 뛰는 비전과 영감 주는 사람, 그 두 가지가 있느냐가 관심이다. 나보다 더 훌륭한 분들이 많다.



최재웅: 변호사인데 서비스 개발을 하고 싶다고 온 사람도 있다. 연봉은 개의치 않는다고 하더라. 외국계 기업에서 오신 분도 있고. 지원자가 양적으로 많을 뿐 아니라 질적으로도 매우 우수하다.
 맞춤형 금융서비스 시대 ‘중립성개인화’에 성패 달려


최근 금융위원회로부터 ‘스위치 보험’ 서비스가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 받았다.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해보니 어떻던가. 정부가 정말 혁심금융에 대한 의지가 있던가.




김태훈: 엄청난 의지가 있다. 창업한 지 7년 됐고 5년 전부터 끊임없이 문제제기 했는데 놀랄 정도다. 처음엔 ‘쇼잉(보여주기)’ 아니냐 했는데, 지금은 명확해졌다. 정부는 소비자 선택권과 경쟁이 금융에 필요하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기존 규제와는 가장 반대되는 입장에 정부가 있는 셈이다.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한다고 했을 때도 이걸 허용해줄까 생각했는데 정말 혁신적이었다.



최재웅: 온도차를 확실히 느낀다. 예전엔 질의를 하면 금융당국에선 ‘검토해보고 답변 드린다’고 감감무소식이었다. 그땐 전화도 함부로 못했다. 담당 사무관이 ‘안 된다’고 한마디 하면 돌이킬 수 없으니까. 그런데 이제는 질의를 하면 담당 사무관이 되는지 안 되는지 바로 답변을 해주고, 안 된다면 이런 방식으로 해보라고 조언까지 해준다.



김태훈: 원래 금융위에 엄청 비판적이었다. 규제 관련 쓴소리를 잘 해서 기자들의 사랑도 받았고. 그런데 내가 감동 받았다.



‘스위치보험’은 여행자보험을 손가락 온·오프방식으로 켰다 끄는 서비스다. 어떻게 운영하나.




김태훈: 보험상품을 더 잘 활용토록 하기 위해 두 가지를 한다. 우선, 보험이 필요한 순간을 판단해주는 비서 서비스를 제공한다. 항공권이나 여행사에서 구매가 이뤄지는 결제 데이터를 보고, 여행자보험이 필요한 순간을 포착해서 알려준다. 가입도 쉽게 한다. 스위치보험은 일단 한번 가입하면 이후엔 손가락으로 밀어서 켰다, 껐다만 하면 가입과 해지가 된다. 개인별로 원하는 보장요건이 다른데, 매번 그걸 일일이 다시 선택할 필요가 없다.



최재웅: 여행자보험은 보험료가 적다. 그 말은 스위치보험을 통해 우리가 올릴 수익은 크지 않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대대적으로 투자는 것은 혁신적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무슨 질문에도 답변에 막힘이 없는 김태훈 대표를 보며 궁금증이 일었다. 불쑥 이런 질문을 던졌다. “실례지만 혹시 ‘있는 집’ 자제이냐.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서 사업을 시작한 것 아니냐.” 그러자 그는 씩 웃더니 “이렇게 말하면 부모님께는 좀 죄송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창업에 이른 사연을 이야기했다. “부모님이 워낙 자립심 넘치도록 키우셨다. 서울에 있는 대학(서강대)에 진학한 스무살부터 과외, 노점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벌었다. 등록금, 월세도 내가 다 댔다. 부모님 돈을 받는 것은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다. 창업자금 4000만원도 호떡 노점과 과외 아르바이트로 보은 돈이었다.”



그럼 창업을 해도 될지 부모님께 허락을 구할 필요가 없었겠다.




김태훈: 그렇다. 가끔 후배들이 진로에 대해 조언을 구한다. 그럼 ‘너는 진로를 스스로 선택한다고 생각하겠지만 부모님으로부터 용돈을 받는 이상 스스로 선택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부모님이 주는 월급을 받으면서 어떻게 스스로 진로를 결정하냐. 독립부터 하라’고 조언한다. 사람은 결국 유물적이다. 물질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부모님으로부터) 먹고 입고 자는 걸 받는데, 독립적인 개체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부모 지원 거절해야 진정한 독립


부모 지원을 받지 않는 건 대학생에겐 쉽지 않은 일이다.




김태훈: 대학 때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보다 생산성이 높다고 얘기하지만 글쎄. 과연 그럴까.



김 대표처럼 아이를 키우려면 부모들이 대학 이후엔 지원을 끊으면 되는 건가.




김태훈: 아니다. (부모가) 지원을 끊는 것이 아니라 (자녀가) 지원을 거절해야 한다. 그런 결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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