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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의 대화 | '당신의 미래에 던지는 빅 퀘스천 10' 펴낸 이영탁 세계미래포럼 이사장] “좌파·우파가 아니라 미래파가 되자”

[저자와의 대화 | '당신의 미래에 던지는 빅 퀘스천 10' 펴낸 이영탁 세계미래포럼 이사장] “좌파·우파가 아니라 미래파가 되자”

경제불평등 이후에는 생명불평등 시대… 준비 없이 맞이하는 미래는 재앙일 뿐
이영탁 세계미래포럼 이사장 / 사진:박종근 기자
나의, 우리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우리는 매일, 매시간 새로운 미래와 마주하지만 이를 잘 인지하지 못한다. 인지하지 못하니 미래에 대한 질문이나 고민이 뜸하고, 이 때문에 미래에 대한 준비도 더딘 편이다.

“기술의 발달로 갈수록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고 불확실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사람은 앞으로 어떤 미래가 올지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요. 세종대왕, 임진왜란 등 역사에 스토리를 입혀 재미있게 만들어내는 건 잘하는데, 미래 세상이나 상상의 세계에 관한 SF영화나 공상과학소설은 찾아보기 어렵잖아요. 로봇이 인간을 대체할 사회에서 인간이 행복한 삶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미래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합니다.”

최근 손병수 전 삼표그룹 대표이사와 함께 [당신의 미래에 던지는 빅 퀘스천 10]을 펴낸 이영탁 세계미래포럼 이사장은 미래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강조한다.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고 있고 인공지능(AI)과 생명공학, 3D프린팅, 드론 등의 신기술은 가까운 미래에 인간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이사장은 “일은 대부분 로봇이나 AI가 하고 인간은 뒷전으로 밀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미래를 만들어 가는 사람은 행복을 성취할 수 있으나, 준비 없이 맞이하는 미래는 재앙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신간을 펴낸 이 이사장을 4월 30일 서울 서초동 세계미래포럼 사무실에서 만났다.



미래를 정의한다면.


“미래는 단순히 주식이나 부동산 시장을 예측하는 게 아니고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 바람직한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창조하는 것이다. 사실 미래에 대한 정의는 중요하지 않다. 왜 미래인가가 중요하다. 이제는 모든 영역에서 새로운 기준이 필요한 뉴 노멀(New Normal)의 시대다. 1인 가구, 1인 기업, 1인 방송에다 ‘혼밥·혼술·혼영’이 급속하게 확산하고 있다. 유튜브가 미디어의 모든 영역을 점령해가고 있고, 페이스북이 문자메시지를, 구글이 휴대전화 산업을, 아마존이 종이책 산업을, 우버가 배달산업을 붕궤시키고 있다. 이렇게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과거의 것이 모두 비정상이 되는 시대에서 우리는 새로운 노멀을 어떻게 맞이하고 관리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당신의 미래에 던지는 빅 퀘스천 10]은 새로운 미래의 삶과 죽음, 권력의 이동, 행복과 지성 등 사회의 근원적 문제를 인문학적 관점에서 총체적으로 다루고 있다. 인간에서 시작해 미래로 시야를 확장해 나간다. 이 이사장은 책에서 “역사의 주역이 농업혁명과 산업혁명, 정보혁명을 거치며 영웅과 보통사람, 컴퓨터로 넘어왔다”며 “미래에는 정보기술과 생명기술이 결합된 인공지능이 주역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이 미래를 주도한다는 설명이다.



생명기술이 발달하면 인간은 어떻게 될까.


“지금까지의 기술 발전이 산술급수로 증가하는 ‘선형(Linear) 함수’였다면 앞으로는 기하급수로 증가하는 ‘지수(Exponential) 함수’가 될 것이다. 기술 발전 속도가 머지않아 무한대로 간다는 말인데, 특히 생명기술의 발달로 머지않아 인간이 죽지 않고 살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다. 불로장생(不老長生), 인류가 그동안 궁극적으로 원하는 세상이 펼쳐질 것이다.”

로봇이나 AI로 일자리는 계속 줄고 있는데, 죽지 않는다면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나.


당신의 미래에 던지는 빅 퀘스천 10 / 저자 이영탁·손병수 / 출판사 한국경제신문 / 가격 1만6000원
“인간은 여러 분야에서 로봇이나 AI에 밀려 뒷전으로 물러나게 될 것이다. 놀고먹어야 하는 시대가 온다는 얘기인데, 인간에게는 이게 기회가 될 수 있다. 우리가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살 수 있는 시대가 펼쳐질 것이다. 하지만 먹고 사는 문제도 해결해야 하는데, 지금처럼 정규직 일자리를 찾는 건 쉽지 않을 것 같다. 비정규직, 프리랜서가 대세로 자리를 잡을 것이다. 한 회사를 몇 년씩 다니는 일도 사라질 것이다. 이렇게 되면 직장은 물론 직업 자체도 수시로 바꿔야 한다. 이런 시대가 열린다면 지금의 공교육 제도는 대폭 바꿔야 한다. 의무교육 연령을 낮추고 대학까지 연장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지금도 평생교육 시대 아닌가. 미래 지식과 인성, 네트워크가 잘 조화되는 인간을 양성해야 한다.”



죽지 않는 세상에서는 불평등이 더 확대할 것 같다.


“그렇다. 생명기술의 혜택을 받는 자와 못 받는 자, 소득 불평등 등의 문제도 심화할 것이다. 경제불평등이 아니라, 생명불평등 시대가 온다는 얘기다. 이 같은 불평등 문제는 정부가 상당부분 해결해야 한다. 돈이 많이 들겠지만, 돈이 없어 못한다는 말도 말이 안된다. 최근 몇 년 간 우리나라의 세수는 10조원 이상 더 걷혔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는 경기가 나쁘다고 아우성인데, 반도체 등 일부 업종은 호황이다. 소득세율과 법인세율이 높은 쪽에서 소득이 더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세수가 예상보다 더 커진다. 불평등이 완화되지 않는 한 경제성장이 부진해도 세금은 잘 걷힐 수 있다. 앞으로도 그렇게 될 것이다. 정부는 이 점을 면밀히 분석해 불평등 해소에 써야 한다. 이뿐 아니라 아낄 수 있는 세금은 최대한 아껴야 한다.”



책에서는 불평등의 해법 중 하나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제시했다.


“사람이 어느 정도 고지에 오르면 내가 먼저 낮아지고, 내가 먼저 겸손해져야 한다. 하지만 일부 재벌가나 기업 오너 등은 무리해서 번 돈을 무리해서 자식에게 물려주려고 하니까 존경은커녕 비난을 받는 것이다. 이들은 앞으로 본인들 스스로를 위해서라도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통해 존경과 사랑을 받아야만 한다. 이제 권력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인터넷과 스마트기기로 무장한 다수의 보통 사람이 세상을 바꾸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총수, 오너가 손가락질을 받는 기업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기업뿐 아니라 국가도 마찬가지다. 촛불집회만 봐도 그렇지 않은가.”



이사장께서는 경제 전문가인데, 미래에 대한 고민은 언제부터 했나.


“지금은 장성한 아들이 초등학생 시절 가훈을 물었는데, 주저 없이 ‘예비(豫備)하는 사람이 되자’고 했다.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이 되자는 뜻인데, 우리 사회에서 ‘미래’라는 단어가 생소할 때부터 미래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자료를 모으며 연구했다.”

서울대 상대를 졸업한 이 이사장은 행정시험(7회)을 통해 공직에 입문했다. 이후 재정경제원 예산실장, 교육부 차관, KTB네트워크 회장, 국무총리실 국무조정실장, 한국증권선물거래소 초대 이사장 등을 지냈다. 미국 월리엄스 대학원과 성균관대에서 각각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올해 창립 10주년을 맞은 세계미래포럼은 그동안 어떤 일을 했나.


“포럼은 2009년 기획재정부 인가를 받아 설립한 비영리 사단법인이다. 한국 사회의 미래역량 강화를 위한 조찬세미나와 CEO 교육 과정, 청소년 진로교육, 위탁교육 등을 운영하고 있는 미래 전문 교육 기관이다. 미래전략학회나 미래준비지수(FRI, Future Readiness Index)를 만들기도 했다. 유엔이 각 국가의 미래지수(Status of Future Index)를 발표하지만 크게 관심을 끌지 못했다. 그래서 우리는 몇 해 전부터 기관이나 조직에 적용할 FRI를 개발하고 있다. 공기업과 상장기업에 적용해 미래 준비 상황을 평가했고 앞으로 금융회사·기업·지방자치단체 등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5월 7일에는 창립 10주년을 기념해 지나온 10년과 새로운 10년을 조명하는 북 콘서트와 특별공연 등 다채로운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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