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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 상점 정말 필요할까

오프라인 상점 정말 필요할까

모든 산업에서 온라인 전환이 소비자의 상품 접근과 유통방식에 변화 가져오면서 그 미래에 관한 논의 시작돼
서점 방문에는 특정한 책 표지가 시선을 끄는 세렌디피티적인 요소가 수반된다. / 사진:ZHANG CHENG-XINHUA/YONHAP
두어 달 전 나는 고급가구 소매업체의 전자상거래 책임자와 오프라인 상점의 앞날을 토론하고 있었다. 우리 동네 ‘하우스 오브 프레이저’ 백화점의 폐점 세일을 예로 들어 업계 전반에 걸친 혁명의 시작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에게서 뜻밖의 답변이 돌아왔다. 그는 “오프라인 소매시장이 위협받는 건 새로울 게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오프라인 상점도 함께 성장할 수 있을 만큼 소매유통 업계 전체적으로 성장 여지가 있느냐는 점이다.”

전통 소매점의 전자상거래 사업부가 아마존 같은 디지털 토착 기업들과 경쟁하면서 소매유통업체에서 이런 태도가 두드러진다. 수년 전부터 전문가들은 오프라인 상점가의 종말을 예고해 왔으며 소매업체는 그에 맞서 한결같이 말한다. “오프라인 상점가는 죽지 않았다. 혁신이 필요할 뿐”이라고.

그러나 통계는 그런 입장을 뒷받침하지 않는 듯하다. 온라인 쇼핑이 어느 때보다 성장하면서 이용자가 지난 한 해만 18억 명으로 추산된다. 글로벌 전자상거래 매출액이 2021년에는 4조8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면서 전자상거래가 비약적으로 성장할 듯하다.

1990년대 후반 신문이 디지털화에 직면해 고전했듯이 소매유통업계도 비슷한 전환기를 맞았을 수 있다. 소득 감소, 오르지 않는 가격, 시대에 뒤떨어진 기술 등이다. 벤처캐피털 업체 안드리센 호로위츠의 한 파트너는 “온라인 구독이나 구매 비중이 5%였을 때는 신문이나 소매업체에 덤으로 얹어주는 틈새시장처럼 여겨졌지만 10~20%로 커지면 그들에게 실존의 문제가 된다”고 설명한다. 소매업체에 대한 그런 실존적 문제가 바로 오프라인 상점가에 주어지는 의문이다.
온라인 쇼핑이 어느 때보다 성장하면서 이용자가 지난해에만 18억 명으로 추산된다. / 사진:LI BO-XINHUA/YONHAP
막대한 디지털 성장의 맥락에서 전통적인 오프라인 소매점은 어디쯤 위치할까? 소매업종의 구성원은 요즘 바로 그런 질문을 스스로 던지고 있다. 비즈니스·IT업계 커뮤니티 님버스 나인티의 최근 조사에선 오프라인 상점이 2022년에도 고객 접근 방식으로 남으리라는 예측은 50%에 불과했으며 나머지는 웹사이트·모바일앱·챗봇·음성 비서 심지어 증강현실(AR)로 대체되리라 내다봤다. 디지털은 분명 전자상거래까지 뛰어넘어 대 고객관계에 일대 변혁을 일으킬 잠재력을 지닌다.

결과적으로 소매유통업체들은 요즘 오프라인·온라인 체험을 결합해 최적의 체험을 제공하는 과정을 집중적으로 탐구한다. 예컨대 증강현실은 오프라인 현실의 디지털 필터 기능을 할 수 있는 유망한 분야다. 예컨대 거실에 증강현실 소파를 투사할 수 있게 되면 소비자의 체험에 또 다른 차원이 추가된다. 구매자는 사물이 실제보다 항상 작아 보이는 듯한 널따란 매장이 아니라 자신의 집에서 그 품목이 어떻게 보일지 확인할 수 있다.

소매유통업계 전반적으로 그 기술을 도입한다. 이미지 기반 머신러닝(기계의 자율적인 학습과 성능향상 과정) 소프트웨어의 혁신적 발전으로 구매 희망자 사진에 옷가지를 투사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할 수도 있다. 로레알과 세포라 같은 글로벌 브랜드는 구매 전 사용해보는 디지털 프로그램으로 사용자의 얼굴에 메이크업을 투사하는 실험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오프라인의 붕괴는 소매유통을 넘어 현존하는 모든 산업으로 확산한다. 고객접근의 문제에 유독 민감하게 반응하는 업종이 금융서비스업이다. 님버스나인티의 보고서에선 2022년까지 가장 보편적인 접근 방식으로 모바일을 지목한 비율이 80%에 달했다. 모든 산업에서 온라인 전환이 소비자의 상품 접근과 유통방식을 바꾼다. 이는 나아가 고객이 처음부터 제품을 접하는 방식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앞서 가구 전자상거래 소매업체와의 대화 중 그는 제품 탐색의 성격을 함축한 또 다른 귀중한 통찰을 안겨줬다. 그는 세렌디피티(다른 물건을 찾다가 우연히 멋진 것을 발견하는 행운)가 온라인에선 경험할 수 없는 오프라인 상점 쇼핑의 한 측면이라고 주장했다. 온라인 쇼핑은 자신이 원하는 유형의 품목을 검색해 화면을 아래로 움직여가며 제품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이뤄진다. 반면 서점을 직접 찾아갈 때는 특정한 책 표지가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다. 소비자의 제품 탐색 과정에 상점 내에서의 무작위적인 세렌디피티적인 요소를 포함한다. 개인 사용자의 정보창에 제품발견을 자동으로 결합하는 디지털 마켓플레이스 알고리즘과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오프라인 상점가의 종언을 둘러싼 대화는 크고 깊고 광범위하다. 우리가 미래의 디지털 트렌드를 더 깊이 파고들면서 그것이 소매유통업체의 의사결정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도 드러나고 있다. 지도자들이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오프라인 상점의 미래를 둘러싸고 커지는 의문에 답을 찾고자 한다면 범 산업적인 논의를 위한 공간의 조성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오프라인(physical)’은 주변 상황이 변화하고 물결치면서 점차 새로운 의미를 띠고 있다. 소비자 체험에 증강현실을 더하는 건 무엇을 의미할까? 쓸모없어지고 구시대적인 고객접근 방식 중 어디에서 비용을 삭감할 수 있을까? 오프라인 상점가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그에 관한 진정한 대화가 이제야 시작되고 있다.

- 엠마 테일러



※ [필자는 님버스 나인티의 창업자이자 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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