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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바둑 알아야 중국 이길 수 있다”

“미국은 바둑 알아야 중국 이길 수 있다”

각 분야에서 중국의 도전을 개별적으로 보지 말고 전체 그림 그리며 대응해야
▎시진핑 주석은 지난 4월 베이징에서 열린 제2회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 지도자 원탁회의를 주재했다. / 사진:XINHUA/YONHAP

▎시진핑 주석은 지난 4월 베이징에서 열린 제2회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 지도자 원탁회의를 주재했다. / 사진:XINHUA/YONHAP

중국의 글로벌 패권 추구는 이제 불가피해 보인다. 지난 4월 25~27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제2차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국제협력 정상포럼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포함해 세계 지도자 40여 명을 초청하면서 그 점이 더욱 분명해졌다. 미국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의 공동창업자 마이크 앨런은 “그처럼 많은 유력 인사를 베이징으로 불러모을 수 있다면 초강대국의 지위에 올라섰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악시오스의 편집자 데이브 롤러도 ‘일대일로’ 인프라 건설 노력은 “향후 30년 안에 세계를 지배하는 초강대국으로서 미국을 대체하려는 중국의 계획” 중 일부분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 외에도 많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5세대 이동 통신 기술(5G) 경쟁에서 중국이 사용하는 공격적인 전술, 남중국해의 군사기지화, 지적재산 절도, 외국인을 차별하는 사업 관행 등도 전부 다 중국의 경제적·군사적·정치적 영향력을 전 세계로 확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나는 오는 10월 발간될 신저 ‘트럼프 대 중국: 미국의 최대 도전(Trump vs China: America’s Greatest Challenge)’에서 중국이 규칙에 기초한 세계질서에 어떻게 도전하고 있으며, 그에 따라 미국의 이익과 안보가 어떤 위험에 처하고 있는지 자세히 짚어봤다.

중국 춘추전국 시대의 가장 뛰어난 병법가였던 손무는 경쟁에서 이기려면 자신과 상대방 둘 다를 반드시 알아야 한다고 설파했다. 그는 유명한 병서 ‘손자병법’에서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라고 적었다.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는 뜻이다.

중국은 지금 미국이 직면한 가장 막강한 경쟁국이다. 한마디로 중국은 미국의 강적이다. 따라서 지금 같은 새로운 경쟁 시대에 미국이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려면 중국의 전술적·전략적 사고를 철저히 파악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 결과는 앞으로 수 세대에 걸쳐 미국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중국의 전략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바둑이다. 바둑의 기원은 수천 년 전 중국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알려졌다. 19개의 수직선과 수평선을 서로 교차하게 그은 나무판을 사용해 두 명이 하는 게임이다. 한 명은 둥근 흰 돌 180 개를 가지며, 다른 한 명은 둥근 검은 돌 181개를 갖고 게임을 시작한다. 두 사람이 바둑판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 판 위에 교차한 선이 만나는 곳 중에서 임의의 점에 흑백의 돌을 번갈아 한 수씩 둬가며 재주를 겨룬다. 목표는 텅 빈 공간을 둘러싸 집을 만들거나 상대방이 둔 일련의 돌을 포위해 따낸 뒤 가장 넓은 집을 차지하는 것이다. 가진 돌을 전부 다 사용하거나 두 사람 모두 더는 돌을 놓을 곳이 없을 때 가장 넓은 집을 차지한 사람이 이긴다.

가능한 경우의 수와 배열 때문에 바둑은 아주 복잡한 게임이다. 게임이 진행되면서 판 위의 여러 다른 곳에서 침공과 교전, 전투, 대치가 동시에 진행된다. 더구나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게임이라 단기적 승리를 활용하면서도 장기적 전략을 파악하는 안목을 잃어선 안 된다.

미국 육군전쟁대학 부설 전략문제연구소(SSI)의 아시아 안보 연구 교수인 데이비드 라이 박사는 중국의 전략적 사고를 분석한 논문에서 중국의 전략 접근법을 반영하는 것은 바둑이고, 미국의 전략적 사고 접근법을 반영하는 게임은 체스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전략은 기술적 우월성과 능력에 의존한다. 미국은 상대방을 압도함으로써 완전한 승리를 추구하는 ‘힘 대 힘’의 경쟁에 초점을 맞춘다. 체스에는 다른 말보다 더 힘이 강해 상대편의 왕을 포로로 잡을 목적으로 배치하는 말이 있다. 모든 수는 자기편의 왕을 보호하고 상대편의 왕을 포획하는 데 도움을 줘야 한다. 어떤 면에서 보면 체스는 시야를 좁혀 초점을 맞춘다. 또 체스를 두는 사람은 힘의 균형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만들고 승산을 높이려면 힘이 강한 말을 최대한 오래 지켜야 한다. 게임을 하는 동안 강한 말을 더 많이 지키는 쪽이 이길 가능성이 크다.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은 저서 ‘중국 이야기(On China)’에서 “체스가 단기적인 결전이라면 바둑은 장기전”이라고 비유했다. 바둑에서는 모든 돌이 동등하다. 바둑을 두는 사람은 자신의 돌을 창의적이고 전술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잠재적인 힘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다. 판 위에 놓은 모든 돌은 서로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 그 각각이 더 큰 전략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바둑에서는 여러 건의 기동과 전투, 추적, 침투가 판 위 곳곳에서 동시에 벌어진다. 판의 배열이 복잡미묘하고 역동적으로 끊임없이 변해 늘 전체 상황을 예리하게 인식해야 한다. 돌을 놓을 수 있는 곳이 많고 돌은 제한됐기 때문에 언제 공격하고 언제 집을 지켜야 할지 정확히 알아야 한다. 더 중요한 점은 특정 집을 언제 포기해야 할지도 알아야 한다.

실력이 등등한 경우 바둑은 점진적인 승리를 위한 경쟁이 된다. 전면적이고 결정적인 승리는 거의 불가능한 목표다. 대개 게임은 몇 점 차이로 승부가 갈린다. 라이 박사는 체스 접근법으로 바둑을 두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중국이 추구하는 전략의 전체적인 그림을 미국이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중국이 제기하는 각각의 도전에 별도로 응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중국은 이미 바둑판 위에 여러 개의 돌을 포진시켰다. 인위적으로 낮춘 화웨이의 5G 장비 가격, ‘일대일로’ 참여국에 제공하는 관대한 차관, 남중국해 인공섬 건설, 기술 이전 강요 등이 그 예다. 이 포진은 처음엔 다양하지만 궁극적으로 한 가지로 압축되는 목표를 위해 서로 힘을 합친다. 5G 분야를 지배하고, 남중국해를 장악하며, 경제적 우월성을 확보하는 것이 그 목표다.

미국은 중국의 이 모든 작전을 전체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미국은 그 각각의 작전을 독립적인 도전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이런 바둑 기반 접근법에 맞춰 대응해야 한다. 중국의 각 작전은 서로 연동해 궁극적으로 패권국 부상을 추구한다. 현재 중국이 펼치는 공격적인 전술은 장기적으로 미국을 허약하게 만들고,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며, 미국 경제에 타격을 주고, 미국의 가치를 무너뜨리며, 미국적인 삶의 방식을 바꿔놓을 것이다.

지금 중국이 미국에 제기한 도전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바둑 두는 법을 배워야 한다. 미국에도 바둑을 가르치는 곳이 많고, 열리는 대회도 많다. 더구나 경쟁의 새로운 시대를 맞아 미국은 자국의 힘과 능력, 창의성, 미국적인 정신에 초점을 맞춰 미국 특유의 전략을 개발해야 한다. 그래야 번영하는 미국, 성공하는 미국, 이전보다 더 강한 미국이 될 수 있다.

- 뉴트 깅리치



※ [필자는 1995~99년 미국 하원의장을 지냈으며, ‘진정한 변화(Real Change)’ 등 베스트셀러 저술가다. 이 글의 내용은 필자의 개인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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