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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재가 만난 사람(26) 표세진 코넌그룹 회장] “블록체인 기술 5년 후면 상용화될 것”

[이필재가 만난 사람(26) 표세진 코넌그룹 회장] “블록체인 기술 5년 후면 상용화될 것”

온라인 계 운영할 수 있는 금융 플랫폼 선봬… 미얀마서 암호화폐 실용화 실험 중
사진:전민규 기자
“쉐어링크레딧은 저 어릴 적 어머니가 드셨던 계를 온라인화한 금융 플랫폼입니다. 전통적인 오프라인 계의 문제점은 계주가 곗돈을 들고 튀는 것과 계원이 돈을 안 내는 건데 쉐어링크레딧은 본인 휴대폰 인증, 거래 계좌 유효성 인증 등 네 가지 인증을 의무화하고 전 계원이 서로 보증을 서는 계약서를 쓰게 함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했어요.” 표세진 코넌그룹 회장은 “온라인이라는 기술 덕에 계의 양성화 길이 열린 셈”이라고 말했다. “현재 30개의 온라인 계가 문제 없이 잘 운영되고 있습니다. 십시일반 격이죠. 계원이 타는 곗돈의 상한선은 500만원이고, 가정 형편이 어려운 익명의 사람들끼리도 이 온라인 계를 할 수 있죠. 돌이켜보면 돌아가신 저의 어머니는 생전에 계의 최대 피해자이기도 했어요. 그 리스크를 시스템적으로 없앴고, 전통 계처럼 금융 수수료가 없습니다. 이 나라엔 500만원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서민들이 너무 많습니다.”

코넌 측은 가입자에게서 소액의 플랫폼 이용 수수료만 받는다. 또 그렇게 들어온 돈에서 45%를 떼어 수수료조차 부담스러운 사람들을 지원할 계획이다. "돈이 필요한 전 국민의 85%는 정작 담보가 없어 국민이 조성한 은행 돈을 쓸 수가 없어요. 나머지 15%는 굳이 대출 받을 필요가 없는 사람들이죠.”
 유휴 컴퓨팅 자원 빌려 기업·연구소 등에 공급
쉐어링크레딧은 코넌그룹의 일원이다. 코넌그룹은 블록체인 기반의 분산슈퍼컴퓨팅(DSC)을 개발하는 코넌을 주축으로, 드러그 스토어 프랜차이즈 개발사인 코넌비앤에이치, 인터넷 언론사 바아이뉴스 등으로 구성돼 있다. 코넌은 국내에서 DSC 개발을 시도하는 첫 회사다. 코넌사의 암호화폐 코넌 코인은 빗썸·ZBG·BW·캐셔레스트 등의 거래소에 상장돼 있다. 그는 코인의 공신력은 기술과 상장된 거래소 수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DSC는 어떤 기술인가요? 장차 어디에 쓸 수 있나요?


“미래에 꼭 필요한 기술입니다. 전 세계의 놀고 있는 컴퓨터와 휴대폰, 즉 유휴 컴퓨팅 자원을 빌려 이들을 묶은(수퍼컴퓨팅화) 후 필요로 하는 기업·연구소·대학 등에 공급하는 겁니다. 고객들은 저비용에 수퍼 컴퓨터를 빌려 쓰는 셈이죠. 우리 회사는 유휴 자원을 제공한 파트너들에게 사용료를 지불하는 수단으로 코인을 사용할 겁니다. 인터넷 속도가 빨라지고, 블록체인 기술 덕에 암호 화폐가 나와 DSC의 상용화를 내다보게 됐죠. 상용화되면 인공지능 연구 등에 쓰일 거예요.”

그는 DSC 기술 덕에 선진국과 후진국 간 빈부 격차가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싼 값에 수퍼 컴퓨터를 빌려 쓰는 것과 같은 효과를 누구나 저비용으로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자원인 시간의 투입을 감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자금력이 달리는 중소기업도 대기업 못지않은 성과를 낼 수 있어요.”



유휴 컴퓨팅 자원을 갖고 있는 쪽에서 과연 제공하려 들까요?


“일례로 PC방에 있는 PC의 90%는 밤 10시부터 아침까지 놉니다. 이렇게 노는 PC를 우리가 빌리고 하루에 대당 1000원씩 사용료를 지급하면 PC방 업주로서는 한 달 월세를 벌어들이는 데 이 유휴 자원을 제공하지 않을 이유가 없어요. 과거엔 이런 소액의 수수료를 지불할 수단이 마땅치 않았는데 코인을 사용하면 금융 수수료 없이 1초면 지불할 수 있습니다.”

그는 휴대폰으로 코인을 전송하는 속도가 비자 카드 수준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이론적·기술적으로는 코인이 장차 기존의 화폐를 대체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탈중앙화를 곱지 않게 보는 정부의 규제죠.” 프로그램 개발자 출신인 표 회장은 국내 PC방 사업자 1세대다. 이때 DSC에 꽂혔다. 코넌의 강점인 필드 테스트 경험도 그 시절에 쌓았다. 그는 DSC 상용화에 성공하면 상업적으로 미국 MS의 아성도 넘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꿈이 현실이 되려면 코인이 실물경제에서 지불 수단으로 정착돼야 한다. 그는 코인의 상용화를 염두에 두고 미얀마에서 드러그스토어 프랜차이즈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 드러그스토어에서 구매를 하면 코넌 코인으로 결제할 수 있도록 할 참이다. 오랫동안 군부가 권력을 장악해 온 미얀마는 1970년대와 2019년이 공존하는 나라다. 그는 “코인의 상용화를 시도해 볼 수 있는 거대한 실험실 같은 환경”이라고 말했다. “과거 국민들의 창의력을 말살하려 군부가 학교에서 음악을 못 가르치게 했었는데 지금 젊은 세대는 휴대폰으로 K팝을 즐기고 유튜브로 세상을 배웁니다. 2년 후면 우리 회사가 미얀마에서 분양하는 주택을 코넌 코인으로 살 수 있을 거예요. 실물 경제에서 많이 사용돼야 코인의 가치도 올라가죠. 미얀마 모델이 안착하면 동남아 다른 나라에 이 모델을 이식할 수 있습니다.”
 “코인을 투기 대상으로 삼는 세태가 문제”
그는 이대로 가면 규제 탓에 우리나라가 블록체인 후진국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200억원을 투자 받았고 단독 건물을 전층 사용하는 우리 회사가 블록체인 사업을 벌인다는 이유로 법인 통장 개설이 안 됩니다. 정부의 입김 탓이겠죠. 블록체인 사업자를 예비 범죄자로 보는 세간의 인식도 바뀌어야 합니다. 코인은 블록체인 기술의 산물일 뿐입니다. 코인을 투기 대상으로 삼는 세태가 문제이지 코인에 고유한 문제가 있는 게 아니에요.”

그는 우리나라야말로 블록체인 선진국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렇게 되려면 “불합리한 규제를 풀고, 건전한 코인 투자자도 도매금으로 매도하는 사회 풍조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블록체인 사업을 제대로 하고 있는 회사도 사기성 코인을 유통하는 회사와 같은 틀에 넣어 일괄 규제하는 건 문제가 많습니다. 정부가 정작 강력히 막을 건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 탈취예요. 기술 탈취에 대해서는 강력한 징벌적 손해배상의 의무를 지워야 합니다.”

코넌그룹을 설립하기 전 그는 금융 보안 솔루션을 개발하는 회사를 경영했다. 수백억원을 들여 독보적인 기술을 개발했지만 이 회사는 지금 휴업 상태다. 고객사가 해당 기술을 탈취한 후 되레 소송을 걸었기 때문이다. 자금난에 몰렸지만 그는 주저앉지 않고 소송을 진행하는 한편 블록체인 사업으로 여봐란듯이 재기했다. 그런 그도 “대기업과는 절대 싸우지 말라”고 귀띔했다. “DSC를 완성해 코넌을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시키고 싶습니다. 코넌은 세계 10대 코인에 진입시킬 거예요.”



장차 블록체인 기술이 펼칠 미래상을 어떻게 전망하나요?


“5년 후면 블록체인 기술이 상용화될 거로 봅니다. 그때가 되면 한번 입력한 정보는 업데이트는 가능해도 수정도, 조작도 불가능해지죠. 분식회계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지는 등 사회가 투명해 질 거예요. 범죄 이력은 주홍글씨처럼 남아 아마 사기꾼도 현저히 줄어들 겁니다. 사용자들은 블록체인 기술의 성과를 인터넷처럼 활용할 수 있을 거예요. 가령 식탁에 올라온 생선의 원산지 정보, 유통 경로를 자신의 휴대폰으로 알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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