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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맥짚기] 고점 높아진 미국, 고점 낮아진 한국

[증시 맥짚기] 고점 높아진 미국, 고점 낮아진 한국

경제지표, 기업 실적 등 차이 반영… 국내에 외국인 사들일 소프트웨어 기업 적어

지난해 1월 26일 미국 S&P500 지수가 2872까지 상승했다. 사상 최고치였다. 주가를 밀어 올린 힘은 기업 실적이었다. 지난해 미국 기업 이익이 25% 넘게 늘어났는데, 그 출발점이 1월이었다. 정책에 따른 영향도 있었다. 2017년 말에 법인세 인하가 이뤄졌다. 기업이 투자를 늘리는 계기가 됐을 뿐만 아니라 기업 실적이 늘어나는 동력이 되기도 했다. 미 연준이 금리를 계속 올렸지만 금리의 절대수준이 낮아 시장에 부담이 되지는 않았다. 미국 시장이 고점을 기록한 다음날 코스피도 사상 최고치인 2598까지 상승했다.
 주가 동조화 이뤄지고 있지만…
8개월간의 조정을 거친 후 지난해 9월에 S&P500 지수가 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번에 고점은 2930으로 첫 번째 고점에 비해 60포인트 정도 높아졌다. 두 번째 고점까지 주가가 상승한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 경기가 둔화되고 금리 수준이 높아지는 등 여건이 좋지 않았지만 주가가 상승했다. 10년 가까운 상승으로 투자자들이 주식은 항상 오른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게 상승 원인이 아니었나 싶다. 미국 시장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무렵 우리 시장도 고점을 기록했다. 당시 코스피 최고치는 2355로 첫 번째 고점보다 250포인트 낮았다.

세 번째 고점은 지난 4월에 만들어졌다. 미국 금리 인상이 마무리된 게 주가를 끌어올리는 동력이었다. 1분기 미국의 성장률이 3.1%를 기록해 경기 회복과 금융완화정책이 맞물린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고점을 경신하긴 했지만 주가가 높아지진 않았다. S&P500의 고점이 2945로 두 번째 고점에 비해 0.5% 올라가는 데 그쳤다.

문제는 우리 시장이다. 미국 시장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기 열흘 전에 코스피가 하락으로 돌아섰는데, 두 번째 고점에 비해 100포인트 가까이 낮은 2248까지 오르는 데 그쳤다. 그리고 이번이 네 번째다. 미국 시장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우리시장은 2150조차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년 반 사이 미국 주식시장의 고점이 2872→2930→2945→2954로 높아진 반면 우리 시장은 2598→2355→2248→2130으로 낮아졌다. 첫 번째 고점에 비해 미국 시장이 3% 정도 상승하는 동안 우리는 18% 하락해 둘 사이에 격차가 20%로 벌어졌다.

미국 시장이 사상 최고치를 넘은 덕분에 코스피도 동반 상승했다. 과거에 비해 약해지긴 했지만 지금도 여전히 국가별 주가 동조화가 유지되고 있는 것 같다. 미국 시장이 계속 영향력을 발휘하려면 두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먼저 미국 시장이 계속 상승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중간에 약해질 경우 우리 시장이 미국 시장보다 더 크게 하락할 수 있다. 전망이 밝지는 않다. 1년 반 전 기록했던 미국 시장의 고점과 최근 고점 사이에 차이가 4%에 불과한 데에서 보듯 고점을 경신했지만 상승폭이 크지 않다. 현 수준의 주가에 걸려 3번이나 상승이 좌절된 건데 새로운 상승동력이 필요하다.

이번은 과거 세 번에 비해 상승동력이 특히 약하다. 첫 번째 고점은 기업 실적이 25% 넘게 증가하는 와중에서 만들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법인세 인하를 통해 경기 활성화에 나선 것도 그 즈음이다. 금리 인상이 계속되고 있었지만 절대 수준이 낮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두 번째와 세 번째 고점은 금리 인상이 마무리되고 성장률이 3.1%를 기록할 정도로 경제가 좋은 상태에서 만들어졌다. 이와 달리 지금은 금리 인하가 유일한 동력이다. 금융완화가 다시 강화됐다는 의미는 있지만, 이미 시장이 금리 인하에 익숙해진 상태이고 과거만큼 금리를 내릴 수도 없어 영향력에 한계가 있을 걸로 전망된다.

두 번째는 우리와 미국 시장 간 좀 더 밀접한 관계가 만들어져야 한다. 이번 상승은 미국과 고점을 기록한 시점만 유사할 뿐 속내용은 완전히 다르다. 상승률 격차가 특히 큰 데, 우리 시장이 미국에 훨씬 못 미친다. 이런 상태에서는 미국 시장이 최고점에 도달하는 시점 외에는 두 시장이 따로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

우리 시장이 상대적으로 약한 건 내부 요인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경기 둔화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계속 커지고 있다. 지난해에 비해 기업 이익이 35% 넘게 줄었지만 아직도 감소 추세가 끝나지 않았다. 2분기 이익 전망이 한 달 전에 비해 3% 넘게 줄어들 정도다. 미국 금리 인하도 힘이 되지 않는다. 지난 10년간 금융완화정책이 선진국을 중심으로 진행돼온 만큼 우리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앞으로 상황도 비슷하다. 금리가 너무 낮아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하하더라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다. 정부가 재정을 투입하더라도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며, 반도체 경기 둔화를 감안할 때 당분간 기업 이익 증가를 기대하기 힘들다. 주가가 낮다는 게 강점이긴 하지만 이 부분은 미국 시장이 더 상승한 후에나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미국 시장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우리 시장은 전고점인 2250조차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시장에 대한 기대를 낮추는 게 좋을 것 같다.

미국 시장 등락에 따라 가장 크게 변하는 게 외국인 매수다. 그동안은 미국 시장이 상승한 후 외국인 매수가 늘어나는 패턴이 유지돼왔다. 이렇게 된 이유는 우리 시장의 자금 유출입 형태를 생각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주가가 오르고 난 후 자금 유입이 늘어나는 게 일반적인데 이 경우가 외국인에게 적용된 것이다. 이머징 마켓에 가장 많은 돈을 공급해 주는 곳이 미국이다. 미국 투자자들은 자기 나라 시장 움직임을 통해 신흥국 시장을 판단할 수밖에 없는데, 이 때문에 미국 주식시장과 외국인 매매 사이에 관계가 성립하는 것이다.

6월 들어 외국인이 소폭의 순매수를 이어가고 있다. 주가 상승폭에 비해 규모가 크지 않지만 현재 거래대금을 감안하면 시장을 움직이기에 충분한 금액이다. 앞으로 외국인 매수는 미국 시장 움직임과 IT·하드웨어 업종의 향방에 따라 좌우될 것이다. 그동안 해외 IT업종은 구글·넷플릭스 등의 영향으로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상승해왔다.

이런 상황은 꽤 오래 전에 시작됐는데, 2010년 나스닥 시장에서 소프트웨어 업종이 하드웨어를 처음 추월한 후 격차가 커져 지금은 하드웨어 업종의 시가총액이 소프트웨어의 30%도 되지 않고 있다. 휴대전화에서 소프트웨어가 차지하는 부가가치가 커졌기 때문이다.
 2010년 이후 나스닥에서 소프트웨어 업종 주도
문제는 해당 업종이 우리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부 업종으로 나눠도 시가총액이 가장 큰 데, 이렇게 큰 업종으로 외국인 매수가 들어오지 않을 경우 전체 외국인 매수가 늘어날 수 없다. 해외 시장에서 하드웨어 업종의 약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매수가 늘어나기 힘들 것 같다. 기댈 만한 업종이 마땅히 없는 점, 이게 지금 우리 시장이 처해있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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