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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 유전자는 따로 있다?

게이 유전자는 따로 있다?

남자의 성적 지향은 왼손잡이, 동성애 가족력, 출생 순서와 상관 있지만 개인마다 각각 달리 작용한다는 연구 결과 나와
유전자와 호르몬, 면역체계가 남자의 성적 지향 발달에 서로 다르게 영향을 미치는 듯하다. / 사진:GETTY IMAGES BANK
남자의 성적 지향과 몇 가지 생물학적 메커니즘 사이에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전의 몇몇 연구는 면역체계와 호르몬, 유전자가 남자의 성적 지향과 관련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여기에는 오른손잡이인지 왼손잡이인지 양손잡이인지 여부(증거에 따르면 이성애자보다 동성애자 중에서 오른손잡이가 아닌 남자가 더 많다), 동성애의 가족력 여부, 형제 중 출생 순서(같은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형이 많을수록 그 막내가 동성애자가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가 포함된다.

최근 학술지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된 논문의 저자들은 이런 범주(그들은 이를 ‘바이오마커’라고 불렀다)가 성적 지향 형성에 공동으로 작용하는지 각각 따로 작용하는지 조사했다. 연구팀은 이성애자와 그렇지 않은 남성 둘 다의 데이터로 통계학적 분석을 했다.

연구팀은 페이스북 광고를 통해 연구에 참여할 피험자로 18세 이상 남성 827명을 모집했다. 참가자들은 자신의 성적 지향을 제시하고 동성과 이성에게 성적으로 이끌리는지에 관한 설문에 답했다. 또 형제 중 자신이 몇째인지, 어느 쪽 손을 더 잘 쓰는지 아니면 양쪽 손을 다 잘 사용하는지, 가족 중 동성애자나 양성애자가 몇 명인지, 전통적인 성별 구분에 따라 행동하는지도 자세히 밝혔다.

분석 결과 피험자 대다수는 앞서 말한 특정 범주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각각의 범주에 드는 남성은 거의 전부 이성애자가 아니었다. 동성애자나 양성애자라는 뜻이다. 바이오마커 각각의 하부집단에 속하는 남성은 그렇지 않은 남자들보다 전통적인 성별 구분에 따라 행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더 컸다. 형제 중 출생 순서로 규정하는 범주에 드는 피험자들은 다른 남자들보다 ‘여성적’이거나 ‘상냥한’ 성격을 가졌다.

연구팀은 “종합해보면 이런 결과는 남성의 동성애 지향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가지 독특한 생물발달적 경로가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결론지었다. “따라서 성별·성적 지향에서 개인 차이를 연구하면 유년기 생물학이 뇌와 행동을 어떻게 형성하는지 단서를 얻을 수 있다.”

인간과 성 소수자의 정신 건강에서 성적 지향의 생물학적 기원을 연구하는 영국 킹스 칼리지 런던의 카지 라만 심리학 교수는 뉴스위크에 “이번 연구는 성 소수자 집단을 동일한 집단으로 볼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 집단의 구성원은 매우 다양하다.” 그는 이 연구 결과를 두고 “인간 본성의 이런 중요한 특성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를 증진할 수 있는 순전히 기초적인 과학”이라고 평가했다. 또 그는 동성애자라고 해도 같지 않고 각각 아주 다를 수 있다는 것이 이 연구의 요점이라고 말했다.

미국 노스웨스턴대학 성 소수자 건강·웰빙 연구소의 브라이언 무스탄스키 소장은 이번 연구가 남성의 성적 지향과 관련된 3가지 생물학적 요인을 한꺼번에 살펴보면서 그 요인들이 남성의 성적 지향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알아본 최초의 시도라고 평가했다. “이 바이오마커 각각이 대부분 서로 관련 없다는 연구 결과는 유전자와 호르몬, 면역체계가 남성의 성적 지향 발달에 서로 다르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무스탄스키 소장은 또 이 연구가 다른 성별을 포함하지 않고 남성의 성적 지향에만 국한됐다는 점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다른 성별의 성적 지향 발달에 관해서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다.”

- 캐슈미라 갠더 뉴스위크 기자

※ [뉴스위크 한국판 2019년 7월 15일자에 실린 기사를 전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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