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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과연 우주의 유일한 지적 존재일까

우리가 과연 우주의 유일한 지적 존재일까

외계의 지적 생명체 찾는 과학자 “SETI 연구에 정부의 재정 지원 필요하다”
미국 네바다주의 US 95번 고속도로 상에 위치한 편의점 ‘51구역 에일리언 센터’의 광고판. / 사진:AFP/YONHAP
미국 네바다주 남부 넬리스 공군기지를 일컫는 51구역(Area 51)은 라스베이거스 북서쪽 사막에 위치한다. 민간인 접근이 철저히 통제되다 보니 UFO 연구를 하는 비밀기지라는 추측이 생겨나면서 영화의 소재로 등장하기도 했다. 특히 51구역은 외계인이 승선한 UFO가 추락한 증거를 숨긴 곳이라는 음모론의 진원지다. 이곳이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계기는 로스웰 사건 때문이다. 1947년 미국 뉴멕시코주의 시골 마을인 로스웰에 UFO가 추락했고, 미국 정부가 이를 수습해 51구역에 옮기고 비밀에 부쳤다는 바로 그 소문이다. 그러나 1990년대 미 중앙정보국(CIA) 자료 공개를 통해 스텔스 정찰기 등을 비밀리에 시험한 곳으로 확인됐다.

최근 이 51구역을 ‘기습하자’는 이벤트가 페이스북에 내걸렸다. 오는 9월 20일 새벽 51구역 근처인 네바다주 아마고사 협곡에 모여 ‘나루토 런’으로 기지를 기습하자는 내용이다(나루토 런이란 일본 애니메이션 나루토 시리즈에 나오는 독특한 뜀박질 기법으로 양손을 뒤로한 채 달려 바람의 저항을 줄이는 방식이다). 재미로 만들어낸 인터넷 장난이다. 하지만 그 장난 이벤트에 100만 명 이상이 참가 의사를 밝히면서 결국 미국 공군의 엄중한 경고를 촉발했다. 공군 대변인은 “페이스북 이벤트에 대해 알고 있다. 군사 기지나 훈련장에 불법적으로 접근하려는 시도는 매우 위험하다”라고 경고했다.

아무튼 UFO 음모론 신봉자들이 이번 이벤트에 열광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 이벤트가 성사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미 언론은 관측했다. 계획된 기습의 목적은 ‘외계인’을 보기 위한 것이다. 다음 문답에서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의 천문학 교수 제이슨 라이트는 ‘우리가 우주의 유일한 지적 존재인가(Are we alone)?’라는 해묵은 의문의 답을 찾으려는 대중의 관심을 논했다.



오래전부터 외계 생명에 학문적인 관심을 가졌고 화성이나 금성에 고도로 발달한 문명이 존재했을 가능성에 관한 글도 쓴 것으로 알고 있다. 9월 20일 수업을 취소하고 51구역 기습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진 않았는가?


솔직히 말해 지금 그 얘기를 꺼낼 때까지 ‘기습’ 이벤트를 전혀 알지 못했다. 나는 과학 프로젝트 SETI에 참여하고 있다. SETI는 외계 지적 생명체 탐사(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의 줄임말로 외계 행성들에서 발하는 전자기파를 분석해 지구 밖의 지적 생명체를 찾는 연구를 통칭한다(SETI는 1984년 국가의 후원을 받아 연구소를 세우고 본격적인 연구에 돌입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고 결국 1993년 예산 낭비라는 정부의 지적을 받아 예산이 축소됐다). 따라서 이 분야에서 우리만큼 외계 생명체의 증거를 찾기 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리는 세계 최첨단 장비로 그런 외계 기술의 증거를 찾으려고 하늘을 샅샅이 뒤진다. 다시 말해 우주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이해하기 위해서다. 아직은 주목할 만한 단서를 발견하지 못했다. 하지만 우리는 51구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에는 별로 관심을 갖지 않는다.



미국 대중이 51구역에 관해 충분히 안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이번 ‘기습’ 이벤트에 그토록 많은 사람이 관심을 보인 것이 정부가 그곳에 뭔가를 숨기고 있는 듯하다는 의심이 커지면서 사람들이 크게 실망한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고 보는가?


나는 51구역에 관해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외계인과 관련해 그곳에 대중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는 것은 우주의 다른 곳에도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에 대한 대중의 깊은 관심을 반영한다고 말할 수 있다.



51구역에서 일어난 일을 직접 조사해보려고 나선 적은 없는가?


한 물리학자가 1940년대 말 미군에서 실시한 기상천외한 과학 실험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을 들은 것이 51구역과 관련된 내 정보의 전부다. 소련의 핵실험을 탐지할 수 있는지 알아보려고 풍선에 마이크를 넣어 띄워 올린 ‘프로젝트 모굴’이었다. 물리학과 공학을 결합한 아주 독창적인 아이디어였다. 그런데 디스크 마이크와 반사 레이더가 들어 있는 풍선 중 하나가 뉴멕시코주 로스웰의 한 농장에 떨어지면서 외계인 열풍이 거세게 불었다. UFO 마니아들 사이에선 그 열풍이 지금도 계속된다. 안타까운 일이다. 내가 보기엔 공상과학물이 부추긴 ‘외계인’ 음모론은 실제 이뤄지는 연구에 관한 이야기보다 훨씬 더 재미없기 때문이다.



연방정부가 과학자들에게 외계의 지적 생명체를 찾고 그 발견 방법에 관해 가르치도록 재정적 지원을 했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그런 지원이 사라졌다고 개탄하는데 만약 지원이 다시 이뤄진다면 미국 과학자들이 외계인이나 외계 지적 생명체의 증거를 찾을 수 있도록 연방정부가 얼마나 많은 자금을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우주에서 생명체를 찾는 일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미국 과학계의 중요한 과제다. 화성 탐사와 우주 망원경 중 다수는 생물지표(biosignature)의 탐지를 염두에 두고 설계됐다. 생물지표란 멀리 떨어진 행성의 대기에서 대사의 증거나 미화석(육안으로 볼 수 없는 화석) 등 생명체를 과학적으로 증명하는, 측정 가능한 속성을 말한다. 이런 임무에 수십억 달러가 투입됐지만 NASA와 미국 국립과학재단이 우주의 지적 생명체를 찾는 데는 전혀 투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면 대중은 아마도 놀랄 것이다. 이 분야의 재정 지원 수준은 나머지 다른 과학 분야의 방식대로 정해져야 한다고 본다. 연구 제안서를 동료들이 심사하는 경쟁 방식을 말한다. 따라서 어느 정도가 ‘적정’ 수준인지 나는 알 수 없다. 하지만 ‘0’은 분명히 아니다.



2019년 드레이크상을 받았는데 무슨 상인가? 어떻게 그 상을 탔으며 그 상이 지향하는 것을 증진하기 위해 어떤 일을 할 계획인가?


드레이크상은 최초의 수상자 프랭크 드레이크의 이름을 땄다. 드레이크는 1960년대 초 선구적인 무선 실험으로 SETI 분야를 시작한 인물이다. 그는 또 은하수에서 우리와 접촉을 시도할 수 있는 외계 문명의 수도 처음 계산했다. ‘드레이크 방정식’을 사용하는 계산법이다. 드레이크상은 SETI 연구소가 수여하는 경우가 많다. 우주에서 인류의 위치를 이해하는 문제에 전념하는 연구센터를 말한다. 이번 상은 SETI 분야를 하나의 학문으로 승격시키고, 그 분야의 공공 투자 가치가 충분하다고 의회와 NASA, 그리고 대중을 설득하는 데 기여한 나의 노력을 인정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이 일은 인류가 가진 가장 심오한 의문 중 하나인 ‘지구의 생명체가 이 우주에서 유일무이한가? 우주 저편에 우리 같은 존재가 또 있는가?’에 대한 답을 찾는 과학적인 접근법이다.

- 제이슨 라이트



※ [필자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 천문학-천체물리학 교수다. 이 글은 온라인 매체 컨버세이션에 먼저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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