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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자금 ‘코리아 엑소더스’?] MSCI 정기 변경 따른 투자심리 악화가 문제

[외국인 자금 ‘코리아 엑소더스’?] MSCI 정기 변경 따른 투자심리 악화가 문제

기관 자금 이탈 부채질 가능성… MSCI의 지수 변경 이후 단기 반등 전망도
코리아 엑소더스?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세가 거세다. 이들은 8월 들어 10거래일 만에 코스피에서만 1조7585억원가량을 팔아치웠다. 시장에서는 외국인 자금 이탈의 원인으로 다양한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우선 일본계 자금의 이탈 가능성이다. 7월 이후 한일 갈등이 경제전쟁으로 번지면서 일각에서는 일본계 자금의 국내 시장 이탈 가능성이 거론됐다. 다만 국내 증시에서 일본계 자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아 최근 증시 하락세를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국내 2000조원에 달하는 금융·증시 규모에 비해 일본계 자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아 자금이탈이 발생하더라도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지난 7월 기자간담회에서 일본의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규제에 이어 자본시장에서의 일본 자금 이탈 여부와 관련해 “국내 증시에서 일본계 자금은 12조~13조원 정도”라며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아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일본계 자금의 이동 여부도 아직은 분명하지 않다. 아직까지는 일본계 자금의 대규모 이탈을 추정할 만한 신호가 감지되지 않아서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7월 국내 주식시장에서 이탈한 일본계 자금은 550억원 수준이다. 일부 유출이 있긴 하지만 시장 거래 규모에 비해서는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 7월 한달간 국내 증시 일평균 거래대금은 4조원을 넘는다. 또 채권시장에서는 오히려 일본계 자금이 유입되는 모습이 나타났다. 한국은행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7월 한국 채권시장에서 일본계 자금은 400억원가량이 순유입됐다. 아직까지는 한일 갈등의 파장이 금융시장에는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다.
 MSCI 정기 변경에 7조원 이탈 가능
증권가에서는 일본계 자금의 이탈보다는 8월 말로 예정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EM)지수 변경에 주목하고 있다. MSCI의 발표에 따르면 이번 정기 변경에서는 중국 본토주(대형주) 반영 비율이 10%에서 15%로 확대된다. 또 사우디아라비아 주식의 편입 비중은 50%에서 100%로 늘어난다. 중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편입 비중이 확대되면서 한국 주식의 편입 비중은 0.3%포인트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MSCI 지수는 세계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추종하는 지수로 꼽힌다. 이 가운데 한국이 포함된 신흥국(EM) 지수를 추종하는 자금은 2조 달러(약2400조원)로 추정된다. 산술적으로 전체 비중에서 0.3%포인트는 7조원가량이다. 해당 지수를 추종하는 글로벌 펀드 등이 보유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면 한국 주식시장에서 7조원가량의 자금 이탈이 나타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다만 증권사들은 이번 정기 변경으로 한국 증시에서 이탈할 외국계 자금은 1조5000억~2조원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 해당 지수를 추종하는 펀드들이 실제로는 MSCI 비율보다 낮은 비율로 한국 주식을 담고 있다는 점 때문에 실제 이탈 자금 규모는 이보다 적을 것이란 관측이다.

실제로 과거 지수 변경에서도 이론상 이탈 금액보다 실제 자금 이탈 규모는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중국 A주가 1차로 편입된 지난해 5월에는 8조원가량의 자금 이탈이 예상됐지만 실제 외국인 순매도 규모는 1조원에 그쳤다. 지난해 8월 진행된 중국 A주의 2차 편입에서는 오히려 1조5000억원가량의 순매수가 나왔다. 올해 정기 변경에서도 지난 5월 산술적으로 11조원의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갈 것으로 예상됐으나 외국인 순매도는 2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김동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MSCI 지수 변경 사례를 보면 대규모 변경을 1, 2차로 나눠서 실행할 경우 2차 변경에서는 영향이 줄어든다”며 “실제 수급 영향 규모는 이론상 규모의 10% 정도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문제는 지수 변경에 따른 직접적인 포트폴리오 조정보다 투자심리 변화다. 한일 경제전쟁과 미중 환율전쟁 등으로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가운데 국내 증시에 뚜렷한 매수 주체가 실종됐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외국인 자금이 일제히 순매도를 기록하면 지수 추종과 무관한 자금도 동반 이탈하는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5월 1차 조정 당시에도 국내 기관 자금 일부가 미리 자금을 회수하는 흐름이 나타났다.

투자심리가 얼어붙어 동반 매도세가 나타날 경우 기대를 받는 곳은 연기금이다. 지난 5월에도 국민연금은 순매수에 나서면서 시장 충격을 줄였다. 이번에도 연기금은 매수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연기금은 8월 들어 1조5000억원을 순매수 중이다. 해당 기간 기관 전체 순매수 규모는 2조1000억원이다.

증권가에서는 흔들리고 있는 증시가 언제 반등할지 주목하고 있다. 과거 MSCI의 지수 변경 이후 단기적으로 해당 지수에 포함된 종목에 매수세가 나타났다는 점 때문이다. 송승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6월 말 기준 글로벌이머징 펀드들의 한국 비중은 7.9%로 역사적 저점인 6.9%에 비해 불과 1%포인트 높다”며 “한국 비중이 1%포인트만 높아져도 약 8조원의 자금이 유입된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펀드의 한국 비중 작은 점은 호재
다만 일각에서는 9월 이후에도 정치적 마찰이 이어질 경우 매수세를 담보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여기서는 한일 갈등 뿐만 아니라 미중 갈등이 부각된다. 미국은 중국산 수입품 3000억 달러에 1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자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 수입 중단 카드로 대응했다. 이어 중국 역내외 위안화 환율의 달러당 7위안선이 붕괴됐다. 위안화 고시환율이 달러당 7위안을 돌파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지난 2008년 5월 이후 11년 만이다. 국내 통화인 원화는 위안화 움직임에 강하게 연동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위안화가 약세를 보이면 원화 역시 동반 약세를 보이는 사례가 잦다. 실제로 원·달러 환율은 8월 들어 1200원대 위로 치솟으며 약세를 보이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한국 증시에서 수익을 내더라도 달러로 환산시 손해를 볼 수 있는 환경이다. 원화 약세가 이어질 경우 외국인은 한국 증시에서 발을 뺄 가능성이 더욱 커진다.

미국 재무부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면서 미중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후 두 나라 협상이 다시 진행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10% 관세 부과 날짜를 미뤄 협상 국면으로 방향을 트는 모습이지만 언제 다시 갈등을 빚을지 미지수다.

- 황건강 기자 hwang.kun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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