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유료 회원제도 확산될까] 가격 산정 어렵고 전문 인력도 필요
[금융권 유료 회원제도 확산될까] 가격 산정 어렵고 전문 인력도 필요
금융권에서도 유료 회원제 서비스가 등장했다. 최근 홈쇼핑·쿠팡·티몬 등 유통 업체들은 월 정액제에 가입하면 추가 할인, 무료 배송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 유료 서비스로 덩치를 키우고 있다. 이런 서비스를 금융권에서도 도입한 것이다. 유료 회원제 서비스는 기업 입장에서는 충성 고객 확보와 매출 확대에 긍정적이다. 월 정액 모델은 이용자의 ‘록인(lock-in·묶어두기)’ 효과가 있다. 한번 혜택을 주면 사용자들은 계속 한곳에서만 물건을 사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이익일 수 있어서다. 고객 입장에서도 지불한 비용보다 더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기 때문에 만족도가 높다.
다양한 쇼핑혜택을 앞세워 유료 회원제를 도입한 e커머스 시장에선 회원수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 7월 말 롯데홈쇼핑의 유료 회원제 서비스 ‘엘클럽(L.CLUB)’은 론칭 10개월 만에 가입자 수 10만 명을 돌파했다. 밤 12시 전까지 주문한 상품을 다음날 오전 7시 이전에 무료 배송하는 서비스를 선보인 쿠팡의 ‘로켓와우클럽’ 유료 회원 수는 9개월 만에 250만 명을 넘었다
프랑스의 핀테크 기업 샤인은 프리랜서나 1인 기업을 대상으로 월 정액 뱅킹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업 규모에 따라 월 4.9~7.9유로를 지불하면 프리랜서의 모든 금융서비스를 책임져 주는 1인 금융비서 역할을 해준다. 프리랜서의 법인세·판매세 등을 챙겨주고 가입자에게 국제 은행 계좌번호(IBAN)를 발급해 자사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서 현금 인출, 온라인 지불도 가능하다. 현재 프랑스에서 샤인을 이용 중인 프리랜서는 2만5000여 명에 달한다.
국내에도 로보어드바이저 핀테크 업체들이 투자종목을 추천해주는 유료 회원제 서비스를 시작했다. 두물머리 투자자문은 알고리즘과 빅데이터를 분석해 투자종목을 선별해 고객에게 알려주는 불리오를 운영하고 있다. 불리오의 유료 회원제 서비스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국내 공모펀드와 미국 달러로 미국 증권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미국 상장 상장지수펀드)의 투자정보 제공이다. 서비스를 받는 유료 회원들은 한달에 한번 불리오가 제안하는 투자 레시피를 자신의 투자 포트폴리오에 담으면 된다. 이용료는 선택하면 된다. 공모펀드의 경우 연간 19만9900원을 내거나 고객 투자금액의 연 0.55%의 수수료를 내면 된다. 만약 100만원을 펀드에 투자했다면 수수료로 1년 동안 5500원만 내면 된다는 얘기다. 미국 상장지수펀드의 이용료는 투자금액의 연 1.2%다. 두물머리 투자자문 관계자는 “펀드 선택이나 매수·매도 시기를 판단하기 어려운 개인투자자에게 적합한 자산관리서비스”라며 “연간 정액제는 고액투자자에게 유리하고, 연 0.55%의 수수료의 경우 소액투자자나 적립식 투자자에게 추천한다”고 말했다. 지난 2017년 1월 불리오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8월 22일 현재 불리오 유료 가입자 수는 3092명이다. 공모펀드 유료 회원제 서비스를 받으려면 키움증권·한국포스증권·삼성증권·미래에셋대우·유진투자증권·KB증권 등에 가입하면 된다.
또 금융서비스를 유료로 받기 위해서는 고객들의 만족도를 높여야 한다. 현재 대다수 고객들은 금융사로부터 전달받는 투자정보에 대해 만족도가 떨어진다. 1대 1로 투자제안을 받거나, 자산을 분석해주는 등의 맞춤식 고객 서비스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런 전문적인 관리를 제공하려면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 현재 금융사 고객센터의 응대로는 만족시킬 수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비용이 발생한다. 특히나 입·출금부터 대출업무, 보험·펀드 판매 등 다양한 금융업무를 보는 은행의 경우에는 어떤 유료 서비스를 제공할지, 가격 산정도 쉽지 않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유료 회원제 서비스 가입이 아니어도 대다수 은행 고객들은 수수료 면제 혜택이나 상품 추천은 물론 자산관리서비스를 받고 있다”며 “유료 회원제를 하기 위해서는 은행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이 있어야 하는데 현 시점에서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 김성희 기자 kim.sung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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