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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워킹 사파리’가 뜬다

아프리카 ‘워킹 사파리’가 뜬다

지프 안에서 야생동물 관찰하는 전통 사파리보다 두 발로 초원 가로지르며 스릴 느끼는 새로운 방식 관심 모아
지프 안에 앉아 야생동물을 관찰하는 전통 사파리는 좀 더 안전할 수는 있겠지만 도전의식을 만족시키지 못 한다 / 사진:GETTY IMAGES BANK
아프리카 사파리 여행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엔 주로 지프를 타고 몇 시간씩 달리며 수동적으로 야생동물을 관찰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동물들이 노니는 초원을 걸으면서 스릴을 느끼는 워킹 사파리(walking safari)가 관심을 끈다.

내가 잠비아의 남부 루앙과 국립공원(South Luangwa National Park)에 가서 워킹 사파리 투어를 하겠다고 말했을 때 가족과 친지들은 “죽고 싶으냐?” “정신 나갔느냐?” “유서는 써 놓았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안전한 지프 안에서 야생동물을 바라보는 대신 두 발로 초원을 가로지르며 그들과 함께하는 기분을 느끼고 싶었다.

전통적인 사파리는 좀 더 안전할 수는 있겠지만 도전의식을 만족시키지 못 한다는 아쉬움이 있다. 차를 타고 초원을 달리며 처음으로 야생의 사자와 얼룩말, 표범, 코뿔소, 코끼리를 볼 때는 신기하고 재미있지만 그 흥분이 가라앉고 나면 싱겁고 지루해지기 시작한다.

전통적인 사파리 캠프의 하루는 이렇게 짜인다. 동틀 녘에 일어나 아침을 먹은 다음 지프를 타고 약 4시간 동안 초원을 달리며 야생동물을 관찰한다. 오전 일정이 끝나면 캠프로 돌아와 점심을 먹고 낮잠을 잔 뒤 오후 4시쯤 다시 차를 타고 저녁 드라이브에 나선다. 초원을 달리다가 아름다운 일몰 광경을 볼 수 있는 지점에 다다르면 차를 세우고 풀밭에 내려 ‘석양주(sundowner)’를 마신다. 이때가 유일하게 지프에서 내릴 수 있는 시간이다. 석양주를 다 마시고 해가 지면 다시 차를 타고 동물들의 야간 사냥을 구경하고 8시쯤 캠프로 돌아와 저녁 식사를 한다. 다음날부터 캠프를 떠날 때까지 이런 일정이 반복된다.말로만 듣거나 작은 스크린에서만 보던 야생동물을 눈앞에서 보니 처음엔 흥미진진하다. 하지만 셋째 날쯤 되면 7~8시간 동안 자동차 안에 앉아 있는 데 싫증이 나기 시작한다. 처음엔 신나던 야생동물 관찰도 재미없어진다. 도중에 사자 한 무리를 만난다면 또 모르지만 말이다.

잠비아 남부 루앙과 국립공원의 나무 위에서 휴식을 취하는 표범. / 사진:PAULA FROELICH
과거에 이런 일반 사파리를 몇 차례 경험했던 나는 최근 주목받기 시작한 워킹 사파리나 홀스백 라이딩(horseback riding) 사파리에 관심이 쏠렸다. 그래서 잠비아 음푸위(Mfuwe) 외곽의 엔크웰리(Nkweli) 캠프에 있는 로빈 포프 사파리(Robin Pope Safaris)에 워킹 사파리를 예약했다. 이 캠프는 루앙과 강가에 있다. 남부 루앙과 국립공원과 자연 경계를 이루는 이 강에는 대형 악어와 하마가 많이 산다. 로빈 포프 사파리는 1년에 몇 차례 수일간의 워킹 사파리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방문객이 공원 한쪽 끝에서 시작해 반대쪽 끝까지 걷는 프로그램으로 밤이 되면 임시 천막에서 잠잔다. 내가 그곳에 갔을 때는 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시기가 아니었지만 초원의 일부를 걸을 수 있었다.

첫날은 전통적인 지프 사파리를 선택했다. 차 주변에 커다란 수컷 사자 한 무리가 모여들었을 때, 만약 걷는 도중에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어쩌나 걱정이 됐다. 그래서 로빈 포프 워킹 사파리의 관리자이자 가이드인 프레드 피리(37)에게 “우리가 수풀 속을 걸을 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지난 10년 동안 거의 매일 워킹 사파리 투어를 해온 피리는 “걸으면서 사자와 표범, 성난 코끼리, 물소 등 많은 야생동물을 만났지만 공격당한 사람은 없었다”며 “워킹 사파리 투어를 나가기 전 준비를 철저히 하고 현장에서 행동을 조심한 덕”이라고 답했다. 난 “그 얘길 들으니 안심이 된다”고 말했지만 마음이 완전히 놓이지는 않았다.여기서 야생동물이 서식하는 초원과 수풀 속을 걸을 때 주의사항 몇 가지를 소개한다.

남부 루앙과 국립공원에서 산책하는 아기 코끼리와 어미. / 사진:PAULA FROELICH
1. 워킹 사파리는 아침 일찍 시작해야 한다. 이른 아침은 전날 밤 먹이 사냥으로 지친 육식동물들이 잠을 청할 때여서 사람 곁으로 다가와 위협할 위험이 적다.

2. 걷고 싶은 만큼 걸어도 좋지만 오후 3시쯤엔 멈춰야 한다. 육식동물들이 긴 낮잠에서 깨어나 다시 배고픔을 느낄 시간이다. 난 하루 4시간 정도 걷고 한낮의 태양이 가장 강렬할 때 캠프로 돌아가는 게 좋았다.

3. 옷은 베이지색이나 회색, 초록색 등 초원에서 눈에 잘 띄지 않는 색으로 선택해야 한다.

4. 걸을 때는 일렬종대의 대형을 유지하는 게 좋다. 맨 앞에는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소총을 든 국립공원 관리인, 그 뒤엔 수석 가이드, 그다음엔 방문객들, 맨 뒤엔 또 다른 가이드가 선다.

5. 큰 소리로 말하면 동물이 도망치니 목소리 낮춘다.

6. 만약 사자 무리와 마주치면(우리가 걸을 때 그랬다) 흩어지지 말고 한데 모여서 가이드와 관리인의 말에 따른다. 보통 조용히, 그리고 천천히 그 자리에서 벗어날 것을 권한다.

7. 물을 많이 마신다. 아침엔 서늘하지만 기온이 아주 빠른 속도로 올라 탈수 현상을 일으키기 쉽다. 목이 바짝 마른 채로 수풀 속에서 오도 가도 못 하게 되는 것처럼 끔찍한 건 없다.

8. 물웅덩이나 강 등 모든 종류의 물속엔 악어와 하마가 있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가까이 가지 않도록 한다.

9. 나무나 키 큰 수풀 속에 무엇이 있을지 모르니 항상 조심한다. 사자와 표범은 위장에 능해 훈련받은 전문가가 아니라면 아주 가까이 다가갈 때까지 눈치를 못 채는 경우가 많다.

10. 사람들은 사자나 호랑이 등 고양잇과 동물을 가장 무서워하지만 코끼리와 물소, 하마 등도 그 못지않게, 혹은 더 위험할 수 있다. 언제나 안전거리를 유지하는 데 신경 써야 한다.

11. 위의 사항들을 염두에 두고 편안한 마음으로 워킹 사파리를 즐긴다.워킹 사파리 첫날은 비교적 평온했다. 피리가 나를 안내했는데 우리는 멀리서 임팔라, 푸쿠 등 아프리카 영양들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더 흥미로웠던 건 소위 ‘막후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피리의 설명이었다. 그는 내게 다양한 나무와 지표식물, 그리고 동물의 똥을 식별하는 법을 가르쳐줬다. 동물의 똥은 그들이 어디에 있었는지, 무엇을 먹었는지, 건강한지 아닌지를 알 수 있는 중요한 표지다. 우리는 죽은 나무와 그루터기가 가득한 넓은 지역을 지나갔다. 1970~80년대 대량 밀렵이 남긴 상처다. 피리는 “예전에 이 공원에는 약 10만 마리의 코끼리와 4000마리의 검은 코뿔소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1976년부터 10년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전체 코끼리 개체 수의 90%와 코뿔소 100%가 밀렵으로 사라졌다. 그때 숲이 훼손된 뒤 재식림을 하지 않았다.”

워킹 사파리 둘째 날 기린과 마주쳤는데 꽤 가까이 다가가 볼 수 있었다 / 사진:PAULA FROELICH
최근 이 공원의 코끼리 개체 수가 다시 늘어 현재 약 2만6000마리가 서식한다. 코뿔소를 다시 들여온다는 소문도 있지만 이 문제는 논란을 부를 수 있다. “이 공원에 코뿔소를 들여오면 밀렵꾼들이 다시 몰려올 것이므로 관리인들이 24시간 감시해야 한다”고 피리는 말했다. “모든 사람이 거기에 찬성하진 않는다.”

키 큰 수풀 속에 위장해 숨어 있는 암사자. / 사진:PAULA FROELICH
워킹 사파리 둘째 날 우리는 운이 아주 좋았다. 임팔라 무리를 따라가다 기린 몇 마리와 마주쳤는데 꽤 가까이 다가가 볼 수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기린들이 뛰어 달아나기 시작했고 멀리서 개코원숭이 울음소리가 들렸다. “사자가 가까이 있다”고 피리는 말했다. 우리 앞쪽 키 큰 수풀 속에 한 무리의 사자가 주변 환경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위장해 느긋하게 엎드려 있었다. 난 가슴이 뛰었다. 관리인은 만약을 위해 엽총 쏠 준비를 했다. 사자는 5마리인데 총알은 4발뿐이었다.

우리는 안전수칙대로 조용히 그룹을 지어 천천히 그곳에서 빠져나왔다. 스릴 만점이었다. 캠프로 돌아오는 길에 우리처럼 일렬종대로 움직이는 임팔라와 얼룩말 떼를 마주쳤다. 마치 내가 초원의 일부가 된 느낌이었다. 루앙과의 삶과 죽음을 다룬 드라마에 출연한 기분이랄까? 내 첫 워킹 사파리는 시도해볼 만한 가치가 충분했다.

- 폴라 프롤리크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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