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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백으로 우려낸 차에 미세 플라스틱 입자 ‘가득’

티백으로 우려낸 차에 미세 플라스틱 입자 ‘가득’

끓은 물에 플라스틱 티백 담그면 마이크로·나노 입자 수십억 개 방출돼
플라스틱 티백 하나를 95℃의 물에 담그면 마이크로플라스틱 116억 개와 플라스틱 나노입자 31억 개가 물속으로 방출된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 사진:GETTY IMAGES BANK
플라스틱 티백 하나에서 수십억 개의 미세 플라스틱 입자가 나와 찻물에 섞일 수 있다. 캐나다 맥길대학의 과학자들이 연구한 결과다. 연구팀마저 그 결과에 “충격받았다”고 말했다. 이 연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미세 플라스틱을 음식과 음료를 통해 섭취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우리 건강을 해칠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담겨 있던 차를 제거한 플라스틱 티백 하나를 95℃의 물에 담갔을 때 마이크로플라스틱 116억 개와 나노플라스틱 입자 31억 개가 물속으로 방출됐다고 밝혔다. 다른 음식물에서 검출됐다고 이전에 보고된 양의 수천 배에 이른다. 연구팀은 이런 내용의 논문을 지난 9월 25일 미국 화학학회(ACS)가 발행하는 ‘환경 과학과 기술’에 발표했다. 이 저널은 환경 분야에서 최고 권위를 가진 국제학술지다.

마이크로플라스틱의 크기는 직경 100나노미터(㎚)부터 약 5㎜ 사이다. 나노플라스틱은 100㎚ 미만으로 머리카락 두께보다 약 1000배나 작다. 플라스틱은 시간이 흐르면서 미세한 조각으로 부서진다.

연구팀은 캐나다의 가게에서 4개 브랜드의 플라스틱 티백 차를 사서 속에 든 차를 비운 뒤 티백을 깨끗이 씻고 끓은 물에 넣어 그 물이 미세 플라스틱으로 얼마나 오염되는지 조사했다. 미세 플라스틱이 사람에게 해로운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그러나 연구팀은 예비 테스트에서 티백에서 나온 미세 플라스틱 입자를 다양한 분량으로 나눠 물벼룩이 서식하는 물에 넣었다. 그 결과 물벼룩이 죽지는 않았지만 행동에서 일부 이상을 보였고 발육에서도 문제가 생긴 것으로 확인됐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플라스틱 티백은 전통적인 종이 티백에서 진화한 것으로 비교적 새롭게 개발된 제품이다. 사실 종이처럼 보이는 티백 소재에도 일부 플라스틱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플라스틱 중에도 폴리프로필렌 소재가 주로 사용된다. 주변에서 흔히 보는 끈 달린 형태의 티백도 대부분 폴리프로필렌을 코팅한 것으로 알려졌다. 티백에 플라스틱을 쓰는 건 종이의 재질을 강화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이렇게 플라스틱 재질이 들어간 티백으로 차를 끓이면 미세한 플라스틱 조각이 다량으로 찻물에 섞일 수 있다.

논문의 공동 저자인 맥길대학 브레이스 수자원관리 센터의 나탈리 투펜크지 교수는 뉴스위크에 “카페에서 차 한잔을 마시면서 무심히 컵 속을 들여다봤더니 티백이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것을 본 순간 미세 플라스틱이 찻물 속에 섞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연구를 시작하게 됐다.”

이전의 여러 연구에서 식탁용 소금, 생선, 수돗물과 생수 등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발견됐다고 투펜크지 교수는 설명했다. 예를 들어 식탁용 소금에는 평균 1g 당 약 0.005㎍의 미세 플라스틱 입자가 들었다. 투펜크지 교수는 “그다음 우리는 차 한 잔에 그보다 수천 배나 많은 플라스틱이 들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차 한 잔에 16㎍이나 들어 있었다.”이 논문의 제1 저자인 맥길대학 화공학과 연구원은 “그토록 많은 미세 플라스틱 입자가 찻물 속에 방출된다는 것을 보고 충격받았다”고 말했다. “다른 음식이나 생수 같은 음료에선 수천 개의 입자가 발견되는 반면 찻물 속에는 미세 플라스틱 입자 수십억 개가 방출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우리 연구는 일부 음식과 음료에 상당한 양의 미세 플라스틱이 들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투펜크지 교수는 “마이크로플라스틱이나 나노플라스틱이 인체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이해하려면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사진:AMERICAN CHEMICAL SOCIETY
영국 사우샘프턴대학의 맬컴 허드슨 환경과학 부교수(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맥길대학팀이 발견한 티백 관련 미세플라스틱 결과를 확인하려면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맥길대학팀이 연구에 사용한 티백의 수가 소량이었다며 더 많은 종류의 티백으로 후속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발견된 미세 플라스틱의 수도 “상당히 개략적인 추정으로 어림셈 정도”라고 평가했다. 허드슨 교수는 미세 플라스틱이 건강에 해롭든 않든 자신은 플라스틱 티백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불필요한 일회용 플라스틱이기 때문이다.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고 차를 끓이는 다른 방법이 있는데 왜 티백을 사용하나?”

한편 지난 9월 초 오스트리아 빈의과대학 연구팀은 미국 내과학회보에 발표한 논문에서 사람의 대변을 조사한 결과 우리가 매년 미세 플라스틱 입자 수천 개를 무심코 섭취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들은 일본·러시아·네덜란드·영국·이탈리아·폴란드·핀란드·오스트리아 국적의 피험자 8명에게 평상시와 같은 음식을 먹게 한 뒤, 음식의 종류와 양을 기록하고 이후 대변 샘플을 제출하도록 했다.

연구팀은 이들이 제출한 음식 관련 정보를 통해 음식의 포장지와 병에 포함된 플라스틱 양을 추정했다. 피험자 모두 채식주의자가 아니었으며, 8명 중 6명은 바다에서 자라는 물고기로 만든 생선 요리를 먹었다. 피험자들의 대변 샘플을 분석한 결과, 크기가 각기 다른 50~500㎛의 플라스틱 9종이 발견됐다.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하는 플라스틱은 폴리프로필렌과 폴리에틸렌-테레프탈레이트(우리가 흔히 페트병이라고 부르는 플라스틱)였다.

문제의 플라스틱 입자들은 대부분 미세한 조각 또는 얇은 필름과 같은 형태였고, 둥글거나 섬유질 형태는 매우 드물었다. 또 대변 샘플 10g당 평균 20개의 미세플라스틱 입자가 발견됐다. 이 밖에도 조개류와 수돗물, 소금 등에서 1인당 미세 플라스틱 입자의 연간 섭취량은 각각 1만1000개, 5800개, 1000개 등으로 확인됐다. 다시 말해 바다 생물을 섭취할 경우, 바다 생물이 먹은 미세 플라스틱 입자를 인간이 다시 섭취하게 될 확률이 높아진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샘플을 통해 분석한 결과를 이용해 인간은 매년 7만3000개, 매일 200개의 미세한 플라스틱 조각을 먹고 있으며 이것이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 캐슈미라 갠더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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